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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납 51조, 징수율은 고작 3%…칼 빼든 국세청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08 05:00

수정 2022.08.08 05:00


체납자 자택을 수색하는 국세청 직원. /국세청 제공
체납자 자택을 수색하는 국세청 직원. /국세청 제공
[파이낸셜뉴스] #1. 기아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 등에서 활동한 야구선수 임창용 씨. 지난 2015년 원정 도박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던 그는 현재 상습체납자로 등록됐다. 종합소득세 2억원을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2. 40대의 홍영철 씨는 1632억원을 체납해 개인 최고 체납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미 고액 체납자로 알려진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회장(1073억원 체납), 조동만 전 한솔 부회장(715억원), 주수도 전 제이유개발 대표이사(570억원)보다도 많은 규모다.

고액의 세금를 내지 않고 버티는 악성체납자와 정부의 숨바꼭질이 반복되고 있다. 국세청은 매년 고액 악성 체납자에 대한 특별정리·재산현장 추적 강화를 발표하고 있지만 체납자 수와 액수는 크게 개선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에 명단공개나 감치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개월 감치 등 처벌 강화 성과

7일 세정당국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부터 '명단공개자 특별정리'를 시작했다. 국세청은 체납 기간 1년 이상, 체납 국세 2억원 이상의 고액·상습 체납자의 이름과 나이, 직업, 체납액, 체납 세목 등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명단이 공개된 고액·상습 체납자는 현재 개인이 3만1641명, 법인이 1만3461개다.

국세청은 이렇게 명단이 공개된 악성 체납자를 대상으로 숨겨둔 재산 확인 등 고강도 조사에 착수했다. 금융 분석, 현장 수색 등을 통해 명단 공개자가 제3자 명의로 돌려놓은 재산 등을 샅샅이 찾아 체납 세금을 환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실 이같은 조치는 새롭지 않은 내용이다. 국세청은 체납을 막기 위해 2004년부터 체납자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명단공개만으로 큰 효과가 없자 지난 2019년에는 더욱 강력한 조치가 나왔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호화생활 악의적 체납자에 대한 범정부적 대응강화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해당방안은 악성 체납자를 최대 30일까지 유치장에 수감하는 감치명령제도를 도입했다. 국세를 세 차례 이상 연체하고, 체납액이 1억원이 넘고, 1년 이상 세금을 내지 않은 이들이 대상이다. 출국금지 대상인 체납자가 여권을 발급받자마자 해외로 도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여권 미발급자에 대한 출국금지 방안도 마련했다.

일정부분 성과도 있었다. 같은 해 9월 국세청은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한 감치제도가 도입된 후 처음으로 2억 이상 체납자 3명에 대해 감치를 신청한 바 있다.

현장 추적조사 강화 특별정리 돌입

국세청이 지난 2020년 기준 공개한 누적 고액·상습체납 명단공개자의 체납액은 51조1000억원에 이르고 있었다. 국세청이 고액 상습·체납자 수색과 조사를 통해 징수한 금액은 2019년 2조268억원, 2020년 2조4007억원, 2021년 2조5564억원으로 최근 매년 늘어나는 추세지만 징수율이 3%대에 그치고 있는 상태다. 이는 고액·상습체납자 대부분이 명단 공개에도 밀린 세금을 내지 않은 채 버티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세청은 올해 고액·상습 체납자에 대한 현장 추적조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2020∼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제약을 받았던 현장 추적조사를 올해는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다. 현장 추적조사는 국세청 직원들이 주소지를 탐문해 체납자 차량을 확인하고, 잠복 후 수색을 통해 집안에 숨겨둔 현금이나 금괴 등 고가의 귀금속을 찾아 압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추적조사 강화는 물론 명단공개나 감치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산 은닉이나 이전, 명의 위장, 해외 유출에 맞서 징수 장치를 고도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조력자(방조범) 형사 고발이나 은닉재산 신고포상금 제도 기준 상한선을 현행보다 낮춰 조정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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