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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상하이 월 최저임금 49만원… 탈빈곤 먼길 [글로벌 리포트]

日은 역대급 3.3% 올려 '경제 살리기' 안간힘
인플레 시대의 먹고사니즘… 이웃국가 임금 상황은
경제대국 중국의 빈부격차
2017~2022년 평균 인상률 4.0%
월 69만원 벌어야 빈곤 벗어나지만
베이징 등 대도시 제외하면 불가능
일본은 작년 이어 3%대 인상
기시다 '새로운 자본주의' 앞세워
지역격차 줄이고 고용확대 나섰지만
기업들 "코로나 상황중 부담" 반발
中 상하이 월 최저임금 49만원… 탈빈곤 먼길 [글로벌 리포트]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우리나라의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급 9620원으로 확정됐다. 하지만 노동계는 인상률이 너무 낮다고, 경영계는 너무 높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만큼 갈등의 봉합은 내년 심의 때까지 한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따라서 그 때 그 때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방법, 생계비 적용 방법 등 기초 연구의 토대부터 튼튼하게 쌓아 올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노동부 역시 이를 인식해 해외 사례 등을 면밀히 검토키로 하고 관계기관 협의, 노사 의견 수렴을 거치기로 했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근로자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해 생활안정과 노동력 질적 향상을 위한 것이지만 궁극적 목적은 국민경제의 발전이다.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경제도 사실상 연동하는 중국, 일본은 미중 갈등으로 중일 거리가 벌어지고 한중 긴장도 역시 올라갔지만 3국의 교역은 여전히 각국의 경제를 지탱하는 큰 축이다. 한국의 경우 올해 일본을 제치고 대중국 교역에서 2위(아세안과 유럽연합 제외)에 올라설 정도로 밀접하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경영계와 노동계의 충돌을 '봉합'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중국과 일본의 최저임금 상황을 살펴봤다.

■中, 10년동안 인상폭 5분의 1로

중국은 14억4000만명을 넘는 인구와 연간 국내총생산(GDP) 17조7340억 달러(2021년 기준·약 2경3028조원)를 자랑하는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다. 수년 전부터 시작된 미국과 공개적인 경쟁도 이 같은 경제적 수치가 명분이 됐다. 중국이 더 이상 도광양회(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를 유지할 필요는 없으며 '미국과 이제는 해볼 만한 때'로 자국 경제력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35년이면 경제 분야에서 미국을 뛰어넘겠다고 공언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매년 발표하는 포춘 글로벌 500에서도 전체 중국 기업 매출이 미국 기업을 올해 처음 추월했다. 중국 정부가 자본과 경영의 칼을 쥐고 있는 국유·중앙기업 매출이 성장한 덕분이지만 500개 기업 중 점유율 31%를 차지한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다. 기업 수도 136개로 미국 124개인 미국을 3년째 뛰어 넘었다.

그러나 국민 개개인을 놓고 보면 사정은 다르다. 같은 해 1인당 GDP는 1만2556달러 수준이다. 전체와 개인의 GDP가 차이가 나는 것은 인구수에 기대는 내수를 경제 발전의 기조로 삼고 있기도 하지만 빈부격차가 그대로 반영된 탓이기도 하다.

중국의 최저임금 규정을 보면 최저임금 기준은 월(174시간) 기준과 시간당 기준으로 나눠 정해진다. 월은 정규직 근로자, 시간당은 비정규직에게 각각 적용된다. 이로 인해 중국에서 최저임금이라고 하면 통상 정규직 근로자에게 해당되는 월 기준을 뜻한다. 또 중국은 각 성별로 경제 규모가 달라 통상 3년에 한 번씩 최저임금을 조정하며, 같은 성내에서도 도심지역과 비도심지역을 4개 지구로 나눠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한다.

중국이 가장 최근 최저임금에 손을 댄 것은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다. 중국 인적자원사회보장부에 따르면 중국 31개 성·시 상당수가 이 기간 동안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매달 적게는 80위안(약 1만5000원)부터 많게는 200위안(3만8000원)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최저임금 액수가 가장 높은 곳은 월 2590위안(약 49만8000원)의 상하이다. 베이징은 2320위안, 톈진은 2180위안, 산시성 1950위안, 신장위구르자치구 1900위안 등으로 책정했다. 최저임금 기준이 2000위안 이상인 지역은 상하이, 베이징을 포함해 13곳이다.

하지만 중국의 지방별 최저임금 기준은 GDP 성장률과 더불어 그 폭이 감소 추세다. 산업화·도시화가 점차 완성되는 이유가 있지만 2020년부턴 코로나19도 영향을 끼쳤다.

연도별 인상률을 보면 2010년 22.1%에 달했으나 2017년 5.9%로 떨어졌다. 이어 2019년엔 최저치인 0.8%로 기록됐으며 2020년 2.1%로 10년 사이 5분의 1수준으로 내려갔다.

비정규직 기준인 시급으로 따지면 베이징이 25.3위안(약 4865원) 가장 높았으며 이어 상하이 23위안, 톈진 22.6위안, 선전·광둥성 22.2위안, 장쑤·저장·쓰촨성 22위안 등으로 집계됐다. 윈난성은 15위안에 부과했다. 중국 전역 평균은 19.8위안(약3807원)이다.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는 '최근 중국 최저임금 추이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중국 전역 평균 시간급 최저임금은 2011년 9.8위안에서 2016년 15.7위안, 2022년 19.8위안으로 상승했고 2017~2022년 연평균 인상률은 4.0%"라며 "2010~2015년 중국 주요 지역 시간급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은 13.7%로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갔으며 최근엔 매년 둔화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으로 본토 전역에서 최저임금을 조정하지 않았다. 전염병 여파로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한 상황에서 기업 어려움을 고려했다고 중국노동학회 쑤하이난 특약연구원은 설명했다. 이후 바이러스 확산세가 줄어들고 경기도 회복되면서 최저임금 기준을 움직였다.

최저임금 기준이 소폭 수준으로 올랐어도 중국의 빈부격차는 여전하다. 저축, 소비 등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을 말하는 가처분소득에서 도시와 농촌의 3개 가까이 차이가 난다. 도농을 구분하지 않고 가처분소득을 5분위 배율로 보면 격차는 더욱 뚜렷해진다. 1분위(하위20%)가 5분위(상위20%)의 10분에 1에 불과했다. 1분위는 저소득층이 집중된 구간이다.

중국에서 말하는 '탈빈곤'과도 거리가 있다. 중국 경제발전 계획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경제연구소 쑨쉐궁 소장은 지난해 열린 한중경제포럼에서 중국이 판단하는 탈빈곤에 대해 2010년 기준 월소득 2300위안에서 2020년엔 4000위안(약 69만8000원)까지 올라갔다고 밝혔다. 이 기준대로라면 상하이, 베이징 등을 제외한 중국 대부분 도시의 최저임금으로는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셈이 된다.

무협 보고서는 "매년 중국 전역 평균 월 최저임금은 인상되지만 지역간 격차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면서 "2011년 560위안에서 2021년 940위안으로 벌어졌다"고 진단했다.

■日, 3.3%가 사상 최대 인상폭

일본은 최저임금을 2년 연속 3%대로 설정했다. 일본 후생노동성 중앙최저임금심의회에 따르면 2022년 평균 최저임금은 지난해 930엔 대비 3.3% 늘어난 961엔으로 결정됐다. 이는 2020년 902엔에서 2021년 930엔까지 3.1% 올라갔던 지난해 인상폭을 상회한 것이다. 동시에 일본 최저임금제도 사상 최대 오름폭이다.

이로써 한일 양국간 최저임금은 내년도에 역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원엔 재정환율보다 높은 통상의 '1대 10'으로 불리는 100엔당 1000원의 환율을 적용한다고 해도, 한국이 일본을 앞지르게 되는 의미다.

일본의 최저임금은 전국적으로 동일한 한국과 달리, 중앙최저임금심의회가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써 인상폭을 정하면 전국 47개 광역단체들이 지역별 경제 사정을 고려해 최종 인상액을 확정하는 구조다. 역시 지역별 차등 인상이다.

일본 정부 안팎에선 연 3%이상의 인상률 자체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일단 물가상승에 따른 가계 부담을 고려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임금, 소득수준을 끌어올려 경제 활력을 높이겠다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새로운 자본주의 기조'도 이번 인상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정부는 임금인상의 효과를 전국 각지의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고용에 폭넓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주요 선진국 대비 일본의 최저임금이 낮다는 지적을 반영해 2025년까지 1000엔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지역 격차를 해소하고 비정규직 처우도 개선한다는 복안이다. 이는 일본 전체 GDP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가계 소비를 활성화시켜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 기대로 이어진다.

반면 일본도 최저임금 인상속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중소기업계에서 들려온다고 코트라 후쿠오카 무역관은 밝혔다. 대부분의 업종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에서 회복되지 못한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연이어 3%대로 인상된다면 기업의 부담이 한층 더 가중될 수도 있다며 이유를 제시했다.

실제 일본 일본상공회의소에서 2022년 2월 7일부터 28일까지 3주간 일본 전국의 중소기업 6007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1년도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 및 중소기업의 임금인상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 부담에 부담을 느낀 중소기업은 3222곳 중 65.4%에 달했다. 주로 숙박·음식업(90.9%), 간호업(81.4%), 소매업(81.4%), 운수업(79.4%), 제조업(74%) 등의 부담감이 컸다.


일본도 지역 편차가 문제다.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도쿄도는 시간당 1072엔(1만607원)이지만 오키나와현은 850엔(8410원)에 머물렀다. 아사히신문은 "도도부현별 최고와 최저 시급 차이는 221엔으로 15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벌어지는 등 지역 간 격차는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jjw@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