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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숲길을 통한 ‘산림르네상스’ 실천

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07 18:35

수정 2022.08.07 18:35

[차관칼럼] 숲길을 통한 ‘산림르네상스’ 실천
나는 산을 좋아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산림청에 입사해 40여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산림정책을 고민하고 실현하기 위해 바쁜 날을 보내서이기도 하지만 항상 내 곁에 있어 준 것이 산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산불이나 산사태라는 재난을 국민과 함께 이겨내기 위해 며칠 밤을 지새운 후 휴식과 건강을 위해 가는 곳이 시원한 산과 숲이었다.

우리나라는 전 국토의 63%가 산이다. 그래서 언제든지 산을 볼 수 있으며, 차를 타고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산기슭에 조성된 숲을 방문할 수 있다.

지난해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에서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두 달에 한 번 이상 등산·트레킹하는 인구는 3169만명으로, 전체 성인의 77%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2018년에 조사한 결과보다 6%p 증가한 것이며, 대부분 '건강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그런데 등산의 방향성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블로그와 카페의 관련 게시글 510만건을 분석한 결과 '산행, 정상, 오르다' 등 정상 지향적인 것에서 '산책, 카페' 등 휴식과 관련된 단어의 사용 빈도가 증가했다.

산림청은 산과 숲을 방문하는 목적과 숲길의 모습에 따라 등산로, 둘레길, 트레일, 탐방로, 치유길, 산림레포츠길로 나눴으며 이에 대한 정책을 실천하기 위해 지난 6월 '제2차 숲길의 조성·관리 기본계획'을 마련해 발표했다. 2026년까지 숲길을 2만㎞ 조성·정비하고, 주요 숲길 방문자를 연 196만명에서 연 300만명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언제 어디서든 숲길을 방문할 수 있도록 전국 숲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숲길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정보지원 시스템도 구축할 것이다.

동서트레일을 새롭게 조성할 계획이다. 동서트레일은 동쪽의 울진 금강소나무와 서쪽의 태안 안면도소나무를 연결하는 849㎞의 숲길이다. 동서트레일을 국민과 외국인 모두가 찾는 '백패킹(backpacking)' 전문 숲길로 특성화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이 숲길을 이용하기 전에 내가 갈 수 있는 숲길인지를 쉽게 알 수 있도록 경사도, 편의성 등을 조사해 이용등급(난이도)을 매우 쉬움, 쉬움, 보통, 어려움, 매우 어려움 등 5등급으로 구분하고, 노선을 다섯 가지 색으로 구분해 표시할 것이다.

또한 국가, 지자체, 지역주민과 협력해 함께 키우는 숲길의 모델을 만들어 낼 것이다. 숲길로 산촌 방문을 유도해 산촌의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함으로써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것이다. 다시 도약하고 함께 잘사는 국민의 나라를 위해 숲길이 기여토록 할 계획이다.

실제로 강원 양구의 비무장지대(DMZ) 펀치볼 둘레길은 숲길 안내와 관리를 위해 지역주민 16명을 고용하고 있다. 또한 지역주민은 숲길 방문자에게 지역에서 생산되는 임산물로 숲밥을 판매함으로써 연 1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산과 숲은 가구 등 목재를 제공하기 위한 경제자원이며, 야생 동식물과 수자원 보호를 위한 환경자원이다.
그리고 국민 모두의 건강과 휴식을 책임지는 사회·문화자원이기도 하다. 산림르네상스는 이 모든 것이 같이 맞물려 잘 돌아갈 때 이뤄질 것이다.
숲길을 통해 산림르네상스가 실현되도록 오늘도 밤을 지새운다.

남성현 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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