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남성들, 가부장제 버려야"…국민대 '밧줄 묶인 알몸' 작품 논란

국민대 예술대학에서 기획한 야외조각전 전시 작품 중 하나. (인스타그램 갈무리) ⓒ 뉴스1
국민대 예술대학에서 기획한 야외조각전 전시 작품 중 하나. (인스타그램 갈무리) ⓒ 뉴스1


'자승자박' 작품에 대한 설명. (인스타그램 갈무리) ⓒ 뉴스1
'자승자박' 작품에 대한 설명. (인스타그램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국민대 예술대학에서 야외조각전을 기획한 가운데 한 작품이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국민대학교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는 '우리 학교 계단에 이게 뭐냐?'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복지관에서 경영관 올라가는 계단에 이렇게 돼 있던데, 이거 허가받고 붙인 거냐"며 "그림 그린 것도 아니고 스티커 붙인 거던데 더럽다"고 비난했다.

사진에는 알몸 상태의 남성의 뒷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 남성은 양손, 양발이 밧줄에 결박된 채 무릎 꿇고 있었다. 남성의 주변으로는 '나에게는 평온도 없고 안일도 없고 휴식도 없고 다만 불안만이 있구나' 등 성경 문구가 짜깁기돼 세로로 적혀 있었다.

이는 지난 6월 20일부터 시작된 '2022 예술대학 입체미술전공 야외조각전'에 전시된 작품 중 하나다. 제목은 '자승자박'이며, 가로 344㎝, 세로 250㎝의 스티커를 계단에 붙였다.

작품에 대한 짧은 설명은 '스스로 가부장제에 갇힌 남자들'이다. 이 작품을 기획한 학생은 기획 의도에 대해 "최근 증가하고 있는 중년 자살률은 사회적, 경제적, 심리적 압박이 상대적으로 큰 중년 남성들이 전통적인 가부장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소원하게 지내던 가족들로부터 도움받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향 때문이라고 말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렇게 스스로 가부장제에 묶이는 남자들을 '맨박스'에 갇혔다고 이야기한다"며 "남자다워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에 갇혀서 스스로 행동에 제약을 거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부장제를 버린다면 여성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기도 하지만 남성에게도 부담이 덜어지고, 행동에 자유로워지지만 현실적으로 '맨박스'에서 벗어나기란 힘들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젠더(성평등)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현재, 나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성차별을 깨부수는 데에 일조해야만 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을 두고 선정성 논란이 일면서 학생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 학생은 "에곤 실레, 데이비드 호크니 등 많은 작가가 나체 작품을 남겼다"며 "우리는 그 작품을 예술로 볼 것인가, 성적 대상화할 것인가 질문이 생긴다"고 했다. 그는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회가 열렸을 때 감상자들은 지금 국민대 학생들과 달랐다. 아무도 작품을 떼라고 반발하지 않았다. 많은 분이 오로지 성적 대상화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처음 문제를 제기한 글쓴이는 "잘 삭힌 흑산도 홍어회는 먹을 줄 아는 사람에겐 최고의 음식일지 몰라도 못 먹는 사람에겐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다"며 "교내에서 홍어 시식행사를 한다면 먹을 줄 아는 소수는 좋아할지 몰라도 모르는 사람은 냄새에 놀랄 것"이라고 홍어를 비유로 들며 반박했다.
또 "저 작품도 마찬가지다. 예술대학 사람 아닌 관심 없는 사람 눈에는 외설적이고 불쾌한 그림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해당 작품은 전시 기간이 끝나 현재는 철거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