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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中 군함 입항 연기 요청…이웃나라 인도 '눈치'

뉴스1

입력 2022.08.09 09:01

수정 2022.08.09 09:01

중국 인민해방군(PLA) 전략지원부대(SSF)가 운용하는 '위안왕 5'호는 위성과 대륙간탄도미사일 활동을 감시하는 선박이다. ⓒ organiser.org
중국 인민해방군(PLA) 전략지원부대(SSF)가 운용하는 '위안왕 5'호는 위성과 대륙간탄도미사일 활동을 감시하는 선박이다. ⓒ organiser.org


함반토타 항구는 스리랑카 남단에 위치,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주요 항로를 끼고 있다. 스리랑카가 인프라 개발 명목으로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막대한 차관을 갚지 못해 2017년 운영권이 중국에 넘어갔다. ⓒ Google map
함반토타 항구는 스리랑카 남단에 위치,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주요 항로를 끼고 있다. 스리랑카가 인프라 개발 명목으로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막대한 차관을 갚지 못해 2017년 운영권이 중국에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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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중국과 인도는 신흥국 모임 '브릭스'에 참여하고 있지만, 인도는 이와 동시에 미국의 대중국 안보협의체 '쿼드' 참여국이기도 하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중국과 인도는 신흥국 모임 '브릭스'에 참여하고 있지만, 인도는 이와 동시에 미국의 대중국 안보협의체 '쿼드' 참여국이기도 하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라닐 위크레마싱헤 스리랑카 신임 대통령. 2022. 5. 24.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라닐 위크레마싱헤 스리랑카 신임 대통령. 2022. 5. 24.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스리랑카가 8일(현지시간) 중국에 예정한 군함 입항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인도가 안보 우려를 제기해서인데, 중국은 총체적 간섭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과 인도는 히말라야 국경분쟁이 2020년 유혈사태로 치닫자 관계가 경색돼왔다. 스리랑카는 최근 경제위기 타개에 두 나라 도움 모두 필요한 상황인데, 두 강대국의 갈등에 난감한 모습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스리랑카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주스리랑카 중국 대사관에 함반토타항 입항을 연기해달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스리랑카는 지난달 12일 중국 군함 '위안왕 5'호의 함반토타항 입항을 승인한 바 있다. 위안왕 5호는 현재 인도양에서 항해 중으로, 오는 11일 입항한 뒤 5일간 정박해 보급 문제를 해결할 예정이었다.

스리랑카 남부에 위치한 함반토타항은 중국 국영은행에서 10억여 달러의 차관을 들여와 자금을 조달하고 중국 국영 엔지니어링 기업이 건설한 항구다. 스리랑카는 중국의 주력 인프라 개발사업 '일대일로'의 주요 참여국이다. 결국 스리랑카는 차관을 상환하지 못했고, 이에 함반토타 항구 운영권을 2017년 중국에 넘겨야 했다. 현재 중국은 99년 임대 조건으로 항구를 통제하고 있다.

위안왕 5호의 함반토타 입항 관련 인도가 제기한 문제는 두 가지다.

우선 위안왕 5호는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 중국의 차세대 우주 추적선으로 평가받는 군함이다. 위성과 로켓,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을 감시하는 데 사용된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위안왕 5호는 중국군 전략지원부대(SSF)에서 운용하고 있다.

또한 인도는 자국 뒷마당에 있는 함반토타를 중국이 군사기지로 사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함반토타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주요 항로를 낀 전략 요충지이기도 하다.

인도 외교부는 지난달 말 아린담 바그치 대변인 발언을 통해 "위안왕 5호가 인도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에 영향을 미칠수 있어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스리랑카에도 구두 항의를 제기하자, 결국 스리랑카가 중국에 입항 연기를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은 반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스리랑카의 결정은 다른 나라들의 '총체적 간섭'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위안왕 5호는 조사 업무를 수행하는 선박으로, 스리랑카에 정기적으로 정박해왔으며, 중국과 스리랑카 간 협력관계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게 중국의 설명이다.

왕 대변인은 인도를 겨냥, "제3국이 소위 안보 우려를 이유로 스리랑카에 압력을 행사하는 건 온당치 못하다"고 비판했다.

인도와 중국의 관계는 최근 몇 년간 국경 갈등으로 경색돼왔다. 2020년 6월 히말라야에서 벌어진 직접 충돌로 인도군 20명과 중국군 4명이 사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재 양국은 3200여 km 국경을 따라 수만 명의 군대를 배치한 채 긴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수차례 고위급 군사회담도 열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또 중국과 인도는 신흥국 모임 '브릭스(BRICS)'에 브라질,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참여하고 있지만, 인도는 이와 동시에 미국의 대중국 안보협의체 '쿼드(Quad)'에 일본, 호주와 함께 참여 중이기도 하다.

결국 머리 위에 두 강대국을 얹고 있는 스리랑카의 처지만 곤란해진 모습이다. 스리랑카는 심각한 외환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 5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지원도 받고 있다.

중국은 스리랑카 외채의 약 10%를 쥔 최대 대출국으로, 중국과의 부채 재조정 협상은 스리랑카에 절실한 상황이다.


동시에 스리랑카는 인도의 도움도 필요하다. 인도는 올해 스리랑카에 연료와 식량 지원 등 약 40억 달러에 달하는 지원을 실행했다.


라닐 위크레마싱헤 스리랑카 신임 대통령은 지난달 WSJ 인터뷰에서 인도의 위안왕 5호 관련 문제 제기에 "스리랑카 정부가 직접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며 "인도의 안보를 해치는 일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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