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반도체 초격차, 인재 확보가 관건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09 18:48

수정 2022.08.09 18:48

[특별기고] 반도체 초격차, 인재 확보가 관건
'초격차'라는 말은 감히 넘볼 수 없을 정도의 압도적인 격차를 의미한다. '기술격차'에 초(超·뛰어넘다)라는 접두어를 붙인 이 단어는 삼성전자를 세계 1위로 도약시킨 일등공신인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이 그의 저서 '초격차'에서 쓰면서 회자되었다. 독보적 기술력으로 경쟁사와의 격차를 크게 벌리고 슈퍼사이클을 만든다는 의미로 통용되는데, 이 단어가 가장 많이 쓰이는 분야 중 하나가 반도체 산업이다.

현재 세계 경쟁국들은 반도체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발표한 제14차 5개년계획에서 반도체를 7대 핵심 육성기술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미국도 반도체 산업에 총 520억달러(약 68조원)를 지원하는 '반도체 및 과학법' 통과를 앞두고 있다.
유럽연합(EU)도 'EU 반도체법'을 통해 반도체 산업 육성 의지를 적극 밝히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전문인재' 양성 부분이다. 미국 인텔과 대만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우수인재 확보를 위해 세계 각지에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고 있으며, 각국 정부도 인재양성에 막대한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며 패권경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도체 분야는 전문인재와 집단지성을 통해 다양한 파생기술을 개발·검증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고, 나아가 기술난제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초격차 시대에 접어든 반도체 산업의 기술력 향상은 전문인재 확보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그간 국내 반도체 산업은 민간 스스로 잘하는 분야로 간주돼 왔다. 그러나 인재양성은 민간에만 맡겨두기에는 한계가 있다. 당장의 성과를 이끌어내야만 하는 민간의 역할만으로는 인력양성에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가 어렵고, 이는 자칫 시장수요에 대응할 전문인재 부족을 야기할 수 있다. 반도체 기술개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인재 양성이 절대적인 만큼 정부의 뒷받침이 시급하다.

반도체 인력은 글로벌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산업은 칩, 설계, 장비, 소재, 공정 등 복잡한 생산구조로 인해 자급자족이 불가능한 산업이므로 전 세계 국가 간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을 강화하고 인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방식과 한계를 뛰어넘는 노력이 필요하다.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민관 협력을 더 적극적으로, 더 과감하게 시도해야 한다.

이에 정부는 2023년부터 10년간 2000억원 규모의 '민관 공동투자 반도체 고급인력 양성사업'을 추진한다. 민간이 총사업비의 50%를 투자하는 공동 프로젝트다. 기업 수요 기반의 원천기술 개발을 통해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는 동시에 산업현장 수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전문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또한 지난해 미국 반도체 산학연구 컨소시엄인 SRC와 반도체 기술의 상호협력 및 인재의 글로벌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8월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해 실질적 협력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반도체 산업의 초격차는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다.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정부와 민간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획기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분명 결실이 맺어질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반도체 초격차'를 확보하길 기대한다.

정양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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