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기후 위기시대에 걸맞은 수방 대책 절실하다

물폭탄에 서울 강남이 잠겨
도심의 배수기능 강화 시급
(서울=연합뉴스)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앞 서초대로 일대에서 전날 내린 폭우에 침수됐던 차량들이 뒤엉켜 있다.
(서울=연합뉴스)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앞 서초대로 일대에서 전날 내린 폭우에 침수됐던 차량들이 뒤엉켜 있다.
중부지역에 8일 오후부터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9일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엔 이날 오전 11시10분까지 연평균 강수량(1387.3㎜)의 30%를 웃도는 비(426.5㎜)가 쏟아졌다. 밤사이 서울 관악구 다주택 반지하에 사는 일가족 3명이 참변을 당하는 등 인적·물적 피해도 속출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물폭탄에 대비하지 못한 결과였다. 정부와 지자체가 당장의 피해 복구와 더불어 이미 들이닥친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은, 긴 눈의 수해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이번 호우로 인해 수도권, 특히 서울 강남지역의 피해가 컸다. 처리용량을 넘어선 강우량이 주요인이었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국지성 집중호우를 예상하지 못한 대가를 톡톡히 치른 꼴이다. 오죽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사저 주변까지 침수되자 전화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부터 수도권 피해상황을 보고받고 대책을 지시했겠나.

물론 서울 강남구나 서초구에는 시간당 100㎜ 넘는 비가 쏟아졌으니, 해당 지자체로서도 속수무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강남역 일대처럼 지형이 주변보다 10m 이상 낮은 항아리 형태라 배수에 취약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2010년, 2011년 두 차례 침수를 겪은 뒤에도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는 말도 된다. 서울시가 지난 2015년 '강남역 일대 등 종합배수 개선대책'을 발표했지만 별무효과였다는 점에서다. 전문가들이 앞으로 기후변화가 더 종잡을 수 없는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하니 문제는 더 심각하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기상청의 한국형 수치예보 모델을 조기에 구축하고 4대강 사업에서 빠진 전국의 지류·지천 정비도 서둘러야 한다. 특히 이번에 교통대란을 빚은 주원인인 서울·인천 등 도심의 배수기능 강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서울시는 그간 1조4000억원을 들여 수방시설을 확충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더욱이 수도권 곳곳에서 80~100년 만의 강수량을 기록한 마당에 서울시가 설정한 '30년 빈도 강우 대응' 목표는 실효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

다만 강우 대응 목표 상향 등 종합적 기후변화 대응은 지자체의 힘만으론 불가능한 게 사실이다.
엄청난 재원이 소요되는 까닭이다. 지금부터 기상이변의 일상화를 대전제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합심해 체계적인 홍수 및 가뭄 대책을 수립해 집행해야 한다. 그러려면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그리고 행정안전부와 지자체로 나눠진 물관리 행정의 컨트롤타워 기능부터 차제에 확실하게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