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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칩4 가입, 중국 눈치보다가 실기하지 않게

가입 기정 사실화 단계지만
보복 없도록 중국 설득해야
[박진(가운데) 외교부 장관이 9일(현지시간)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재중국 교민·기업인 화상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박진(가운데) 외교부 장관이 9일(현지시간)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재중국 교민·기업인 화상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정부가 다음달 열리는 '칩4' 예비회의에 참여하기로 결정하면서 가입을 둘러싼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법 찾기가 절실해졌다. 미국은 우리 정부에 이달 말까지 가입 여부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예비회의 참여는 이에 대한 우리측 응답 차원으로 볼 수 있다. 비판적인 중국을 설득하고 동맹국의 긴밀한 협력을 끌어낼 외교력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칩4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 3월 한국·일본·대만 3개국에 제안한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4개국의 위상은 막강하다. 미국의 퀄컴, 엔비디아 등은 반도체 설계, 원천기술을 가진 독보적인 기업이다. 대만의 TSMC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 세계 1위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부품 강국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생산 최강자다. 삼성전자, 하이닉스의 반도체 메모리 분야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에서도 TSMC 자리를 넘보고 있다. 칩4가 완성되면 이 동맹이 글로벌 기술패권의 중심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반도체를 고리로 국가안보의 틀이 새로 정립되는 것이다.

급변하는 산업 흐름, 지정학적 정세 등을 따져볼 때 우리나라의 칩4 가입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미국의 원천기술을 배제했을 때 우리 기업이 독자적으로 지금의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보는 이는 아무도 없다. 외교적으로도 최우방국 미국의 요청을 뿌리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최근 "칩4 가입 요구를 거절했을 때 우리가 감당해야 할 국익 손실의 크기를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페이스북에 올린 글도 이런 맥락이다. 안 의원 말대로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기적적인 해법이 없는 현재로선 미국 요구를 들어주되 최대한 실리를 취하는 데 역량을 모으는 것이 최선일 수밖에 없다. 중국 보복을 의식해 주저하는 것은 오히려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는 일이다.

칩4 가입을 두고 "상업적 자살행위"라며 독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중국을 설득해내는 것이 과제다. 중국은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이자 우리 반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홍콩 포함)나 된다. 시안에는 삼성전자 낸드 공장, 우시에는 SK하이닉스 D램 공장이 있다. 중국이 사드 보복과 비슷한 조치를 취할 경우 업계 피해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예상된다. 두려워서 위축될 필요는 없지만 고립을 걱정하는 중국에 대한 자극은 최소화하는 것이 낫다. 정부는 "칩4가 특정국가를 배제한 폐쇄적인 모임으로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2박3일 일정으로 중국으로 간 박진 외교부 장관은 10일까지 왕이 외교부장과 담판을 벌인다. 안보주권엔 단호히 대응하되 칩4에 대해선 분명한 설명을 해주기 바란다.

미국의 협력 약속도 사전에 받아내야 한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향후 미국의 중국 내 반도체 투자 등에 대한 제재를 걱정하고 있다. 중국에 대규모 시설이 있는 기업의 경우 칩4 가입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정부의 현명한 결정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