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 기정 사실화 단계지만
보복 없도록 중국 설득해야
보복 없도록 중국 설득해야

정부가 다음달 열리는 '칩4' 예비회의에 참여하기로 결정하면서 가입을 둘러싼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법 찾기가 절실해졌다. 미국은 우리 정부에 이달 말까지 가입 여부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예비회의 참여는 이에 대한 우리측 응답 차원으로 볼 수 있다. 비판적인 중국을 설득하고 동맹국의 긴밀한 협력을 끌어낼 외교력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칩4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 3월 한국·일본·대만 3개국에 제안한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다.
급변하는 산업 흐름, 지정학적 정세 등을 따져볼 때 우리나라의 칩4 가입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미국의 원천기술을 배제했을 때 우리 기업이 독자적으로 지금의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보는 이는 아무도 없다. 외교적으로도 최우방국 미국의 요청을 뿌리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최근 "칩4 가입 요구를 거절했을 때 우리가 감당해야 할 국익 손실의 크기를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페이스북에 올린 글도 이런 맥락이다. 안 의원 말대로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기적적인 해법이 없는 현재로선 미국 요구를 들어주되 최대한 실리를 취하는 데 역량을 모으는 것이 최선일 수밖에 없다. 중국 보복을 의식해 주저하는 것은 오히려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는 일이다.
칩4 가입을 두고 "상업적 자살행위"라며 독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중국을 설득해내는 것이 과제다. 중국은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이자 우리 반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홍콩 포함)나 된다. 시안에는 삼성전자 낸드 공장, 우시에는 SK하이닉스 D램 공장이 있다. 중국이 사드 보복과 비슷한 조치를 취할 경우 업계 피해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예상된다. 두려워서 위축될 필요는 없지만 고립을 걱정하는 중국에 대한 자극은 최소화하는 것이 낫다. 정부는 "칩4가 특정국가를 배제한 폐쇄적인 모임으로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2박3일 일정으로 중국으로 간 박진 외교부 장관은 10일까지 왕이 외교부장과 담판을 벌인다. 안보주권엔 단호히 대응하되 칩4에 대해선 분명한 설명을 해주기 바란다.
미국의 협력 약속도 사전에 받아내야 한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향후 미국의 중국 내 반도체 투자 등에 대한 제재를 걱정하고 있다. 중국에 대규모 시설이 있는 기업의 경우 칩4 가입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정부의 현명한 결정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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