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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아파트 주차장도 물난리… 상가는 물 빼느라 장사포기 [현장르포]

115년만의 물폭탄 마비된 수도권
도심 곳곳 침수피해
"남의 동네 얘긴 줄 알았는데"
반포자이 지하주차장 아수라장
서울대도서관 바닥에 물 흥건
청소노동자 "감전될까 겁나"
정전 여파 실험실 일정 올스톱
서울에 내린 115년 만의 기록적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9일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내 도로가 심하게 파손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에 내린 115년 만의 기록적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9일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내 도로가 심하게 파손돼 있다. 연합뉴스
"강남역 일대가 침수됐다는 뉴스를 접하고 다른 나라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우리 아파트가 이럴 줄은 몰랐어요."

끝을 모르고 내리는 폭우를 두고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에 거주하는 50대 여성은 이같이 이야기했다. 반포자이 지하3층 주차장은 폭우로 물난리가 났다. 주민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량을 최상층 주차장으로 옮겼다. 실제 이날 지하1층 주차장은 평일 오전시간임에도 병렬주차 등으로 만석을 이루고 있었다. A씨는 "내일까지 서울지역에 집중호우가 예상된다는 일기예보를 접했는데 지하1층도 안전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9일 파이낸셜뉴스가 찾은 서울시 일대는 폭우피해가 심각했다. 전날 서울은 115년 만에 기록한 최대강수량으로 상가와 주차장 등 저지대 시설이 모두 침수피해를 입었다.

■아파트 주차장 침수

이날 반포자이 인근 상가의 피해는 더욱 심각했다. 전일 폭우로 지하1층 상점가에 사람 발목 수준으로 물이 차오르면서 점포들은 장사 불능의 상태였다. 이곳 상가에서 여행사무실을 운영하는 40대 남성은 "새벽에 상가 천장에서 물이 새면서 물난리가 났다"며 "아침 일찍부터 사무실 안쪽까지 스며든 물기를 제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상가 복도는 점포 안 집기들로 가득했다.

이곳 상인들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상인 B씨는 "옷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는 등 더 큰 피해가 없도록 준비 중"이라고 언급했다.

■도서관 문 닫기도

폭우로 인해 대중교통은 마비 단계에 이르렀다. 밤새 내린 폭우로 지하철 2호선 신대방역 인근에는 수마가 휩쓸고 간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폭우로 지하철역 출구 앞 보도블록이 파손된 탓에 시민들은 넘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일대를 통행했다. 신대방동에 거주하는 박모씨(45)는 "거리가 엉망진창이 돼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했다"며 "10년 넘게 살면서 비 때문에 인도가 망가진 건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일부 상인도 피해를 호소했다. 여의도 포스트타워에서 식당을 하는 C씨는 "건물 복도에 물이 다 새고 절반 정도 조명이 꺼졌다"며 "손님들이 머뭇거리다가 발길을 돌리기 일쑤"라고 토로했다. 그는 "새로 생긴 건물에 계속 물이 새고 있는데 보상도 안해주고 있어 피해가 막심하다"고 덧붙였다.

대학가에서도 침수피해로 인해 건물을 폐쇄하기도 했다.

이날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는 중앙도서관을 휴관했다. 중앙도서관에서 3시간 동안 고여 있는 물을 빼냈다는 노동자들은 기진맥진해 있었다. 13년간 서울대에서 청소를 해왔다는 청소노동자 D씨(56)는 "이런 건 처음이다. 물이 한강 같았다"며 "캄캄한 건물에서 군데군데 침수된 곳을 휴대폰 불빛에 의지해 물을 닦아냈다.
물을 밀대로 밀어내면서 바닥에 온통 물이 있어서 미끄러져 넘어질까, 또 전기에 감전될까 봐 무서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연구를 진행하던 대학원생도 오늘 업무가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18번 건물에서 근무하는 약학대학원 학생 박모씨(30)는 "와이파이가 안돼 오늘 오전 내내 문서작업만 했다"며 "다른 건물에 있는 기기까지 써야 하는데 정전된 건물도 있고 해서 실험을 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박지연 김동규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