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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진단·치료 물질 '루테튬-177' 국내서 만든다

원자력연구원, 생산·공급 공정 자립 성공
표지효율 99% 이상으로 고순도로 확인돼
원자력연구원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시설에서 '루테튬-177'을 제조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제공
원자력연구원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시설에서 '루테튬-177'을 제조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암 진단과 치료에 사용하는 고순도 루테튬-177을 순수 국내 기술만으로 생산·공급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전량 수입해왔던 루테튬-177은 희귀질환인 신경내분비암과 전립선암 치료 등에 사용된다. 어떤 항체 등과 결합하느냐에 따라 활용 분야가 다양하다.

원자력연구원 측은 10일 "고순도 루테튬-177 생산에 필요한 모든 공정을 자립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중성자 조사부터 분리·정제, 공급지 운송을 통틀어 10일 이내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해외 운송에만 2주가량 소요되던 이전과 비교해,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획기적이다.

연구진은 2023년에 대용량 분리·정제 장비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통해 국내 연구용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한번에 1~2Ci(퀴리, 1Ci=1000mCi) 규모의 루테튬-177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는 중성자를 쪼여 방사성동위원소를 만드는 '조사 과정'과 필요한 동위원소만 선별, 추출하는 '분리·정제 과정'으로 나뉜다.

지난 2020년 연구원은 고순도 루테튬-177을 국내 최초로 생산해 시험 공급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해외에서 중성자 조사를 거쳐 후속 절차만을 국내에서 수행했다.

원자력연구원이 확보한 '루테튬-177' 일부를 지난 7월 서울대학병원에 공급했다. 원자력연구원 제공
원자력연구원이 확보한 '루테튬-177' 일부를 지난 7월 서울대학병원에 공급했다. 원자력연구원 제공
이번 성과는 국내 유일의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를 이용해, '중성자 조사' 과정 또한 국산화했다는 점에서 한층 진일보했다.

방사성동위원소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양이 줄어든다. 국내 연구로를 이용하면 운송시간이 짧아, 반감기에 따른 품질 저하를 줄일 수 있다.

연구로에서 생성된 루테튬-177은 동위원소생산시설에서 순도를 높이기 위한 분리·정제 과정을 거친다. 연구원은 2020년 분리 장비와 자동화 프로그램을 독자 개발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성능을 개선했다. 특히 루테튬-177을 분리하는 용매를 변경하고 이를 담는 분리컬럼 길이를 최적화해 기존 대비 분리 시간을 약 40% 단축했다.

연구원은 지난 7월 하나로 가동 기간에 70mg의 표적을 토대로, 920mCi(밀리퀴리, 약 3000만원)의 루테튬-177을 생산하고, 그중 일부를 분리· 정제해 서울대학교병원 및 경북대학교병원에 시험 공급했다.

두 병원은 루테튬-177이 항체처럼 특정 질병을 표적하는 물질과 결합하는 표지효율이 99% 이상임을 확인했다. 연구원에서 생산한 방사성동위원소의 순도가 뛰어남을 의미한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