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한 의대생이 여자화장실에 침입해 불법촬영한 혐의로 체포된 가운데 피해자의 부친이 직접 나서 엄벌을 호소했다.
피해 여학생의 부친 A씨는 지난 1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우리 가족 이야기다. 함께 분노해달라"고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A씨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2020년 7월 7일 대전의 어느 상가 건물 2층 여자화장실에서 발생했다. 당시 중학생 3학년이던 A씨의 딸은 상가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하다가 화장실에 갔다.
여자화장실은 총 3칸이었고, 가운데 칸이 사용 중이어서 딸은 맨 왼쪽 칸에 들어가 볼일을 봤다. 딸은 화장지가 없자 가운데 칸 사용자에게 이를 요청했고 칸막이 아래로 휴지를 받았다.
이때 갑자기 칸막이 아래에서 동영상 촬영 모드가 켜진 휴대전화가 스윽 들어왔다. 깜짝 놀란 딸은 얼굴이 찍힌 것을 보고 얼른 나와 경찰에 신고했다.
화장실에 30분가량 숨죽여 있던 가해자 B씨는 도망가기 시작했고, 결국 현장에서 잡지 못했다. CCTV를 통해 2주 만에 잡힌 B씨는 당시 의과대학 4학년이었으며, 그 사이 휴대전화를 팔았다고 주장했다.
B씨는 국과수에서 CCTV 속 인물과 동일인이라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약 1년간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신문조서에서 B씨는 "저는 저 자신과 여자친구에게 부끄러울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해당 장소는 제가 6년간 살아야 하는 동네이고 화장실은 여자친구도 사용해야 합니다. 주변인들도 제 성격을 잘 알 것입니다. 저는 누구에게도 부끄러운 행동하지 않았습니다"라고 적었다.
또 B씨는 "내가 아닌데 자꾸 나로 몰아가려는 것 같다"며 누군가 자신을 음해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B씨는 1심 판결을 앞두고 범행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휴대전화는 경찰 조사가 들어오니까 무서워서 버렸다. 여자화장실은 잘못 들어갔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B씨에 대해 징역 10월과 집행유예 2년을 주문했다. 아울러 80시간의 사회봉사 및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수강,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과 장애인 복지시설에 각 3년간 취업제한을 명했다. 이에 따라 현재 의과대학 6학년인 B씨는 실습을 나가지 못하는 등 발목이 잡힌 상태다.
하지만 피해자 A씨 측은 형이 가볍다고 생각해 탄원서를 제출하고 항소했다. A씨는 "1심 판결문이 나왔을 때 아이 표정은 어이없고 정신 나간 것처럼 보였다"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B씨 측도 형이 너무 무겁다 해서 항소를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1심 판결 후 1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 B씨 측은 용서를 구하고 싶다며 A씨 측에 만남을 요청했다. B씨는 "지금은 변명의 여지 없이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고 이후에 바로 말씀드리지 않은 점도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더 이상의 이야기는 다 핑계가 되기 때문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용서를 구하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었다. 보통 무릎이라도 꿇고 얘기해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 "남의 일인가? 죄송하게 생각만 하나? 이야기를 들을수록 화만 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전했다.
이후 B씨 측은 합의금이 아닌 정신적 피해보상금으로 1000만원 정도 주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한다.
아직 2심 판결일은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A씨는 "요즘은 B씨 모친에게서 '용서를 구하려고 하니 한 번만 만나달라'는 전화가 온다"며 "모친도 정신적 피해보상금으로 보상하고 싶다면서 똑같은 말 하더라"라고 황당해했다.
이어 "딸은 암으로 투병 중이던 엄마를 하늘나라로 보낸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첫 기일 며칠 전에 사건이 발생했다"며 "힘든 아이에게 더 엄청난 일이 생겨 며칠을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울기만 했다"고 속상해했다.
아울러 딸은 우울증, 불안증, 대인기피증 등 여러 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불안한 마음에 외부 화장실은 이용하지 않는 등 생활의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한다.
끝으로 A씨는 "피해자가 숨어야 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아이는 너무 힘들어서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한다. 딸 4명 홀로 키우는 아빠로서 나도 2년간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사람의 신체를 다루는 성스러운 직업군을 이런 사람이 다룬다면 과연 자신의 아내나 딸을 환자로 맡길 수 있을까요? 가해자 변호사도 이 질문에 답을 못하더라. 판사님께도 물어볼 기회가 있다면 똑같은 질문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B씨가 재학 중인 대학교 측은 1심 판결문을 받았으나 2심이 진행 중이므로 2심 판결문까지 나와야 징계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뿐만 아니라 실형이 나와야 B씨를 제적할 수 있다고 A씨에게 전했다.
A씨는 "7월 말에 디지털범죄 뉴스가 연이어 나오자 장학회가 갑자기 열렸고, 참관 신청을 했지만 거부당했다"며 "현재까지 (B씨 처분에 관한) 결과는 안 알려주고 전화하면 담당자와 연락이 안 된다. 다른 부서에 메모도 남겨봤지만 소용없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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