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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시' 저자 건강 나아져, 피습 용의자 살인미수로 기소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14 14:17

수정 2022.08.14 14:17

'악마의 시' 저자 살만 루슈디, 피습 하루만에 대화 가능
용의자의 범행 동기는 알려지지 않아, 이슬람 세력과 관계 의심
바이든 비롯한 서방 정상들 잇따라 '표현의 자유' 강조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셔터쿼 카운티 메이빌에서 전날 살만 루슈디를 공격한 24세 용의자 하디 마타르가 수갑을 찬 채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AP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셔터쿼 카운티 메이빌에서 전날 살만 루슈디를 공격한 24세 용의자 하디 마타르가 수갑을 찬 채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이슬람 세계에서 신성모독으로 불리는 소설 ‘악마의 시’ 저자 살만 루슈디가 미국에서 피습당한 지 하루 만에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나아졌다. 미 검찰은 루슈디를 습격한 용의자를 살인 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루슈디의 동료 작가이자 언론인으로 활동하는 아티쉬 타시르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루슈디가 인공호흡기를 떼고 이야기(농담)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루슈디의 대리인 앤드루 와일리도 타시르의 말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올해 75세인 인도계 영국인 작가 루슈디는 12일 미 뉴욕주 셔터쿼의 셔터쿼 연구소에서 강연을 하던 도중 흉기를 든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 그는 목과 복부를 찔렸으며 와일리는 피습 당일 루슈디가 인공호흡기로 호흡하고 있다고 밝혔다. 와일리는 12일 기준으로 루슈디가 간 손상, 팔 신경 절단 등 부상을 입었으며 한 쪽 눈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와일리는 13일 루슈디가 인공호흡기를 뗐다는 것은 확인했으나 그 이상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루슈디를 공격한 범인은 미 뉴저지주 페어뷰에 거주하는 24세 남성 하디 마타르로 확인됐다. 그는 현장에서 체포되었으며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났다. 다만 마타르의 부모는 레바논 남부 야룬 출신으로 미국에 정착한 이민자였다. 레바논 남부는 이란의 후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장악한 지역이다.

미 뉴욕주 셔터쿼 카운티의 제이슨 슈미트 지방검사장은 13일 성명을 내고 "어제 공격에 책임이 있는 용의자를 2급 살인미수와 2급 폭행으로 공식 기소했다"고 말했다. 슈미트는 같은날 뉴욕주 메이빌의 셔터쿼 카운티 법원에서 열린 기소 인정 여부 절차에서 "이번 사건은 루슈디를 겨냥해 사전에 계획된 이유 없는 공격"이라며 루슈디가 흉기에 10차례 찔렸다고 밝혔다.

마타르는 체포 이후 침묵으로 일관했으며 구체적인 범행 동기도 밝히지 않았다. 외신들은 루슈디가 이미 오래 전부터 이슬람 국가, 특히 이란의 살해 목표로 지정되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루슈디는 지난 1988년에 자신의 4번째 소설인 ‘악마의 시’를 출간했다. 소설은 2명의 인도인이 비행기 사고에서 살아남은 이후 겪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이슬람교를 비롯한 종교적인 묘사도 포함되어 있다. 중동을 비롯한 이슬람 국가에서는 소설 속에 이슬람교의 예언자 무함마드를 모욕하는 묘사를 비롯해 이슬람을 비하하는 표현들이 들어갔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1989년 이란의 최고지도자였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는 이슬람 교도들을 상대로 루슈디를 죽이라는 종교적 포고령(파트와)를 내렸다. 이후 루슈디는 수십년 동안 가명으로 숨어다녔고 1991년 일본에서는 악마의 시를 번역한 번역가가 피살당하기도 했다.

마타르가 실제로 헤즈볼라나 이란의 지령을 받고 범행을 저질렀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성명을 내고 표현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루슈디 및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모든 이들과 연대해 미국적 가치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트위터를 통해 "그 누구도 그들이 쓴 글을 근거로 위협을 당하거나 해를 입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 역시 트위터에 글을 올려 "기본권과 자유를 침해하는 그러한 범죄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거부는 더욱 평화로운 세상을 향한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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