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냉장고 털어 도시락 싸가고, 기사작성은 도서관에서… "6일간 1만5640원 썼습니다"

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14 18:17

수정 2022.08.14 18:17

‘무지출 챌린지’ 도전해보니
점심은 도시락, 저녁은 식권으로
온라인 쿠폰·포인트로 5200원 모아
쿠폰도 바닥난 날 결국 ‘선배 찬스’
8일 오후 7시께 기자가 6940원으로 볶음밥 도시락을 만들었다. 세 끼에 해당하는 볶음밥을 한꺼번에 만들어 두고 냉동실에 얼린 뒤 매일 아침에 출근하면서 하나씩 해동해서 가지고 갔다. 사진=노유정 기자
8일 오후 7시께 기자가 6940원으로 볶음밥 도시락을 만들었다. 세 끼에 해당하는 볶음밥을 한꺼번에 만들어 두고 냉동실에 얼린 뒤 매일 아침에 출근하면서 하나씩 해동해서 가지고 갔다. 사진=노유정 기자
냉장고를 파먹고 빵과 도시락으로 4일을 버텼다. 점심 약속이 있을 땐 어쩔 수 없이 돈을 썼다.
이제 집에서 먹을 식료품까지 바닥났다. 공짜 식사로 점심값을 아끼기 위한 최후의 선택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관계를 파괴하지 않고 남의 돈으로 점심 먹기가 쉬운 일일까. 고물가 시대를 맞아 2030 청년들 사이에서 '무지출 챌린지' 열풍이 불고 있다. 기자도 지난 7~12일 6일간 극한 절약에 도전해봤다.

냉장고 털어 도시락 싸가고, 기사작성은 도서관에서… "6일간 1만5640원 썼습니다"

■냉장고 파먹고, 온라인 폐지줍기

첫날은 '냉장고 파먹기'로 버텼다. 일요일이어서 집에서 한 발짝도 안나가고 냉장고를 뒤져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문제는 둘째날인 8일부터였다. 폭우에 취재 현장으로 출근하면서 도전이 버거워졌다. 이날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취재를 마친 뒤 눅눅한 시장 바닥에 앉아 노트북으로 기사를 썼다. '카페도 가지 못하고 이렇게까지 아껴야 하나, 서럽다'고 생각할 때쯤 한 상인이 기자를 불렀다. 시장 2층으로 올라가면 무료 도서관이 있다고 했다.

2층에 있는 카페 겸 도서관은 30명은 거뜬히 앉을 수 있을 정도로 테이블과 의자가 넉넉했다. 학생 1명과 50대 이상 어르신 두어명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집에서 싸온 빵을 먹으며 기사를 마무리했다. 돈 없이는 앉아 있을 곳이 없다. 카페에서 파는 커피는 음료값이 아니라 자리 임대료인 셈이다. 쓰기만 해서는 도저히 버틸 수 없겠다 싶어 쿠폰과 포인트 사냥에 나섰다. 일명 '온라인 폐지줍기.' 온라인에서 각종 기업의 프로모션 사이트에 접속해 기자의 이름과 휴대폰 번호 등을 입력했다. 편의점 이용권 3000원권과 온라인 결제 적립금 2200원을 쌓았다.

■쿠폰 모아 밥먹고 '선배 찬스'까지

4일차까지는 도시락을 이용해 그럭저럭 버틸 만했다. 양파 6개, 버섯 한 봉지, 애호박 1개를 6940원에 샀다. 사온 채소들을 다듬어 볶음밥 도시락 세 끼를 만들었고 이틀 동안 길가 벤치 등에서 눈치를 보며 허겁지겁 해치웠다. 저녁에는 집에서 라면만 먹거나 회사 인근 햄버거 프랜차이즈점에서 200원에 햄버거를 사먹었다. 해당 프랜차이즈 앱을 통해 할인쿠폰을 받아 4200원에 햄버거 단품을 주문했고 회사에서 인근 음식점과 제휴해 제공하는 4000원짜리 식권을 낸 뒤 남은 200원만 결제했다.

5일차엔 점심 약속이 있어 더치페이로 8500원짜리 돈가스를 사먹었다. 무지출 때문에 남에게 부담을 주고 싶진 않았다. '언제 세트도 아닌 돈가스 단품이 8500원까지 올랐나' 싶었지만 한입 먹으니 튀긴 빵가루 하나하나 황홀하게 느껴졌다. 그 대신 저녁은 집에서 남은 도시락을 먹었다.

마지막 날은 더 아낄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식료품도, 쿠폰도 바닥났다. '부장 면담' 찬스를 쓰기로 했다. 무지출 챌린지 체험 기사를 제안한 장본인이기에 '챌린지 때문에 너무 힘들다'는 애로사항을 전했다. 김모 부장(49)은 "'업무에 애로사항이 있나' '팀 내 불화가 생겼나'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며 점심을 사줬다. 6일간 기자가 쓴 돈은 1만5640원이었다.
절약은 개인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과도한 절약이 타인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모두가 소비를 줄인다면 경제 생태계는 잘 돌아갈 수 있을지도 생각해보게 됐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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