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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마다 생각나는 아들... 가족사진이 마지막 소원" [잃어버린 가족찾기]

가게서 집 가다 사라진 최재명씨
36년째 찾는 최복규·박정순 부부
아들이 유전자 검사하기만 기다려
"명절마다 생각나는 아들... 가족사진이 마지막 소원" [잃어버린 가족찾기]
1986년 인천 계양구 작전동에는 공장이 많았다고 한다. 공장들 사이에 작은 매점도 있었다. 당시 최복규·박정순 부부도 작전동에서 매점을 했다.

부부의 평범한 삶이 바뀐 것은 그해 설 명절을 며칠 앞둔 1986년 1월 29일이었다. 남편 최복규씨는 명절을 앞두고 제사를 지내기 위해 지방에 가 있었다. 부인 박정순씨는 외상값을 문제로 시댁에 가지 못하고 아이들(최재명·최재하 형제)을 데리고 매점을 지켰다.

아이들은 이날 오는 11시께부터 매점에 와 있었다. 그렇게 30분 정도가 흘렀을까 형인 (최)재명(사진)이가 집에 있는 할머니에게 가겠다고 했다. 박씨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재명이를 집으로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집(서운동에 위치)은 매점에서 개울을 따라 약 10분을 걸어가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였다. 더구나 아이들은 평소에도 집과 매점을 오갔다.

오후 1시, 애들 할머니가 매점으로 와서는 재명이가 집에 오지 않았다고 했다. 분명히 개울을 따라 집으로 가는 재명이의 뒷모습을 봤는데 집에 오지 않았다니 믿기지 않았다. 그 길로 박정순씨는 재명이를 찾아 나섰다. 저녁에는 재명이가 없어졌다는 연락을 받고 돌아온 남편 최복규씨도 함께 나섰다. 하지만 재명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어느덧 36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최재명씨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당시 6살이던 최재명씨도 42살이 됐다. 부부의 '아들 찾기'는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박정순씨는 "(실종 이후) 한달 동안 전국을 다 다녔다. 비슷한 아이가 있다고 해서 괴산(충청북도)도 갔었고 해인사(경상남도 합천), 부산 등 안 가본 곳이 없다"며 "다시 매점을 시작했지만 이후에도 비슷한 사람이 있다고 하면 어디라도 찾아갔다"고 덧붙였다.

또 명절을 앞두고 실종사건을 겪어 이른바 '명절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한다. 박씨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즐거운 명절이지만 (우리 부부는) 울며불며 애를 찾았다"며 "생사도 모르는 자식을 찾아다니다 보니 명절만 되면 울컥울컥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제 부부는 아이가 직접 부모를 찾아오기를 바라고 있다. 이미 유전자 등록까지 마쳐 놨으니 재명씨가 자신의 뿌리를 알고 싶어 검사를 한다면 바로 찾을 수 있다.

아들을 찾게 된다면 박씨는 꼭 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한다. 바로 가족사진 찍기다. 그는 "생활이 어렵고 바쁘다 보니 어디 놀러 다니지도 못했다. 그래서 사진이 얼마 없다"며 "가족사진을 보면 너무 부럽고 (가족사진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박씨는 "(재명이가) 우리 집보다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기를 바라는 동시에 연락이 닿기를 바란다.
죽기 전에 만나봤으면 좋겠다"며 "어렸지만 부모와 형제의 이름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못 지켜줘서 미안하고 죄스럽다. 부모 노릇을 못 해서 너무 가슴이 멘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