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손성진 칼럼] 대통령은 검찰총장과 다르다

손성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15 18:50

수정 2022.08.15 18:50

[손성진 칼럼] 대통령은 검찰총장과 다르다
정치 문외한이라 할 윤석열 대통령의 100일은 혼돈의 연속이었다. 미숙한 만큼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못 해먹겠다"라고 말한 게 취임 석 달이 채 되기 전이었다. 요즘 윤 대통령도 비슷한 심정일 듯싶다. 그때와 지금은 또 달라졌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넘쳐흐르고 있다.
감시의 눈, 미디어 매체는 무수히 많다. 작은 잘못도 침소봉대될 수 있고, 잘한 것은 파묻힐 수 있다. 사소한 것이라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벗어났다면 벗어난 것이다. 이런 현실인식부터 윤 대통령은 부족했다.

윤 대통령의 경험, 경력이라곤 검사와 검찰 간부로서의 27년이 전부다. 상명하복 체제인 검찰과 복잡다단한 국가는 천지차이다. 분열에 빠진 사회는 검사들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검찰총장은 검찰의 왕일지 몰라도 대통령은 국가의 왕이 아니다. 윤 대통령도 '제왕적 대통령'이 되지 않겠다고 했었다. 최고권력자 1인의 결정인 원전폐기의 부당함을 알고 있다. 여론수렴, 공론화는 그래서 필요하다. 학제개편은 대통령이나 부총리의 말 한마디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학제개편의 일득일실과 뒤얽힌 이해관계를 몰랐다면 전문성 부족이고, 알았다면 권한 착각이었다.

검찰총장은 법률 전문가로 족하지만 행정의 총합체인 국가의 수반은 다르다. 모든 분야에 능통하면 좋겠지만, 팔방미인이 될 수 없고 될 필요도 없다. 비범한 리더십과 국정철학만 있다면 전문가 조직을 잘 운용하면 된다. 당파와 이념, 지역을 불문한 최고의 인재풀을 만들되 사적인 인연과 정치인은 배제해야 한다. 교육이 이 지경이 된 것은 이해찬, 황우여, 김진표, 김상곤 같은 정치인 출신 비전문가들의 책임이 크다.

검찰총장이 후배 검사가 써온 조서를 집어던지며 버럭 화를 내어도 조직은 돌아간다. 국가를 책임진 대통령은 냉정해야 하고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노무현도 그런 점에서 실패했다. 정상은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서 고독하다. 고독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주변을 물리쳐야 한다. 이른바 '윤핵관'이 그렇고, 가족도 그렇다. 정치적 연륜이 전무한 윤 대통령은 부채가 많지 않다. 역대 대통령들은 자식을 구속시키면서 정국을 돌파했다. 공사 구분이 흐릿하다간 언젠가 친인척들에게 발목을 잡힐 수 있다. 이웃은 멀리하고 적은 가까이 당겨야 한다. 지지자보다는 야당, 반대파들을 설득하고 보듬어야 한다. 탕평과 동반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법률가들은 직선적이고 융통성이 없다. 그래서 원래 정치와 어울리지 않는다. 다만 순수하다. 순수함은 진정성과 통한다. 정치를 오래 하면 할수록 진정성은 결여돼 간다. 의원들이 수해현장에 떼로 몰려갔을 때 무슨 사달이 날 것이라고 짐작은 했었다. 어김없이 그들은 서민들이 빗물에 빠져 익사한 반지하 근처에서 시시덕거렸다. 국민들은 이런 기성 정치에 신물이 난 상태다. 윤 대통령은 여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박정희는 농부의 아들을 자처하며 논일을 거들고는 막걸리를 마시곤 했다.
장화를 신고 뻘밭에 빠져 봉사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줘야 했다. 전임 대통령 참모들이 정무적 과잉이었다면 지금은 무능에 가깝다.
전임자들의 잘못, 100일의 시행착오에 대한 오답노트라도 만들어 타산지석으로 삼는다면 앞날이 어둡지만은 않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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