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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핵전쟁땐 50억명 굶어 죽는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16 08:45

수정 2022.08.16 08:45

미 연구진, 핵전쟁으로 인한 작물 생산량 분석
미-러 핵전쟁 후 3년간 세계 생산량 90% 급감
소규모 핵전쟁에도 세계 작물 생산량 7% 감소
핵전쟁. 게티이미지 제공
핵전쟁.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와 미국간 긴장관계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핵전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미-러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 두 나라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 50억명이 굶주림으로 죽어갈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16일(한국시간) '네이처 푸드'에 발표됐다. 이는 핵무기의 폭발로 인한 직접적인 사망자가 아니다. 핵무기가 폭발하면서 지구의 기후에 영향을 끼쳐 농산물 생산이 급격하게 감소한다는 것.

미국 럿거스대학 환경과학부 기후과학 앨런 로복 석좌교수는 "핵전쟁은 규모와 상관없이 세계 식량 시스템을 붕괴하고, 수십억명을 죽일 것"이라며 "이번 연구결과는 핵전쟁이 절대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과거 연구를 바탕으로 핵무기의 폭발로 인한 버섯구름이 대기중으로 확산돼 햇빛을 얼마나 차단하는지 계산하는데 집중했다. 연구진은 인도-파키스탄 등 5개의 소규모 핵전쟁과 미-러 핵전쟁 등 총 6개의 전쟁 시나리오에서 각 국가의 핵무기 규모에 따른 그을음의 확산을 계산했다.


이후 이 데이터를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CAR)에서 지원하는 기후 예측 도구인 복합지구시스템모델(CESM)에 입력했다. 이를 통해 NCAR의 복합토지모델을 통해 국가별 주요 작물의 생산성을 추적했다. 또한 가축 목초지와 전세계 해양 어업에 대한 예상 변화도 조사했다.

분석결과, 연구진은 아무리 작은 핵전쟁이라도 세계 식품 시장에 치명적인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가장 작은 규모의 핵전쟁 시나리오인 인도-파키스탄 핵전쟁에서도 분쟁후 5년 이내에 세계 평균 칼로리 생산량이 7% 감소했다. 세계 작물 수확량이 7% 감소하는 경우는 식량농업기구(FAO)의 관측 기록이 시작된 1961년 이래 가장 큰 폭의 감소치다.

또 미-러의 전면적인 핵전쟁이 발발한 뒤 3~4년 동안 전세계 칼로리 생산량은 약 90% 급감했다.

곡물 생산량 감소는 미국과 러시아 같은 주요 수출국을 포함한 중위도 국가에서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출 제한을 촉발하고 아프리카와 중동의 수입 의존 국가는 심각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진은 "가장 큰 전쟁 시나리오인 미-러 핵전쟁에서는 2년 이내에 세계 인구의 75% 이상이 굶주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함께 연구진은 전쟁 직후의 여파를 최소화 하기위해 가축에게 먹이는 작물을 인간의 음식으로 사용하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등을 고려해봤다.
하지만 이마저도 식량부족 사태를 해결하기에는 미미했다.

로복 교수는 "5년된 UN 핵무기 금지 조약은 66개국이 비준했지만, 정작 9개 핵 보유국은 비준하지 않았다"며 "핵무기 금지만이 장기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우리의 연구결과는 9개 핵 보유국이 과학계와 세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UN 핵무기 금지 조약에 서명해야 할 때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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