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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걸린 테슬라 4680배터리…빈자리 노리는 K배터리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16 06:00

수정 2022.08.16 17:58

실적발표 자리서 양산 차질 시인
배터리 건식 전극 공정 지연 밝혀
국내 원통형배터리 물량 늘어날 듯
LG엔솔, 오창공장 라인 신·증설
삼성SDI 말레이2공장 증축 나서
브레이크 걸린 테슬라 4680배터리…빈자리 노리는 K배터리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는 4680 배터리 양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한 발 앞서 4680 배터리 대량 생산을 추진중인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2·4분기 실적발표를 하면서 4680 배터리 양산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지름 46㎜, 길이 80㎜를 뜻하는 4680 배터리는 기존 원통형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는 5배, 출력은 6배 각각 높이고 주행거리를 16% 늘린 것이 특징이다. 셀 디자인부터 공정, 패키징 방식을 바꾸면 비용을 최대 56% 줄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테슬라는 건식 전극 공정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건식 전극 공정은 배터리 전극에 도전재를 코팅할 때 액체가 아닌 고체 상태로 덧씌우는 것으로, 이론상 기존 습식 공정 대비 건조시간 등이 단축돼 생산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다만 현재 기술 수준에서 배터리 에너지 밀도, 출력, 수율 등이 기대만큼 안 나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테슬라는 올해 3·4분기부터 텍사스 기가팩토리에서 4680 배터리 생산을 시작해 올해 말부터 본격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으나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테슬라의 4680 계획이 지지부진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테슬라가 4680 배터리 자체 생산에 속도가 안 날 경우 국내 업체들에 4680 배터리 공급을 요청하는 물량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 중에서는 원통형 배터리의 강자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4680 배터리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7300억원을 투자해 충북 청주 오창공장의 원통형 배터리 생산라인을 신·증설하기로 했다. 이 공장에서는 내년 하반기부터 테슬라에 공급할 4680 배터리를 양산할 예정이다.

삼성SDI도 원형 배터리 수요 증가에 대응해 말레이시아 스름반에 1조7000억원을 들여 배터리 2공장을 짓기로 했다.
또 충남 천안공장에 46파이(지름 46㎜) 배터리 라인을 구축하고 있으며 복수의 완성차 업체들과 46파이 배터리 공급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의 4680 배터리 양산 일정이 늦어진다면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테슬라가 원래 배터리를 만들던 회사가 아닌데 단시간에 배터리 출력, 밀도, 수율 등을 자신들의 목표대로 달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박준서 연구원은 "4680 파일럿 라인의 양산 효율성이 검증된다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원통형 신규 생산 부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4680 원통형 배터리 양산 파일럿 장비 납품 업체는 지속적인 락인(묶어두기) 효과를 누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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