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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 한푼 못받는다..연금고갈 공포 위에 짓는 '3층 피라미드' [연금의 모든것]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18 05:00

수정 2022.08.18 04:59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3중 구조'가 노후대비의 시작
90년생 한푼 못받는다..연금고갈 공포 위에 짓는 '3층 피라미드' [연금의 모든것]
[파이낸셜뉴스] 노후는 늘 불확실하다. 문제는 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용 상황은 악화되고, 내 월급을 뺀 모든 상품 가격이 오르며 ‘내집마련’은 점차 목표가 아닌 꿈이 돼가고 있다. 그래서 일찍이 ‘연금’이 금융시장 화두로 자리 잡았다. 소득활동은 물론 주식, 채권,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으로 안정적 삶을 설계하기 어렵다는 데 동의하는 이들이 늘고 있어서다.


연금 관련 소식들이 쏟아지고 있다.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개인형퇴직연금(IRP) 등 수차례 들어봤을 용어부터 국민연금 기금 고갈, 세제개편 등 최근 이슈까지 살펴봐야 할 정보가 한두 개가 아니다. 머릿속에서 정리되지 않는 연금 구조도를 정리해본다.

국민연금 고갈시점 55년...수령 가능할까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연금은 크게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3가지 층위로 나뉜다. 각각 국가, 기업, 개인이 책임지고 관리한다. 국민연금 중요도가 가장 높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만 18세 이상 60세 미만 근로자 또는 사용자는 의무로 가입해야 하는 상품이여서다.

국민연금을 퇴직 후 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최근 주요 관심사로 부상했다. 900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기금 곳간이 30여년 안에 텅 빌 수 있단 전망이 나오면서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8월 제4차 재정 추계에서 기금 고갈 시점을 오는 2057년으로 추계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보다 빠른 2055년으로 점찍었다.

각각 올해 만 30세(1992년생), 32세(1990년생)부턴 연금을 수령 받는 65세가 될 때 기금이 바닥을 드러낸단 뜻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불과 27년 뒤인 2049년이면 기금이 소진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안정적 연금급여를 책임지겠단 입장이다. 설령 기금이 소진돼도 국민에게 피해가는 일은 없도록 하겠단 것이다. 조규홍 복지부 1차관(국민연금심의위원장) 지난 10일 열린 국민연금심의위원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의 기초가 되는 재정추계를 8월중 착수하고, 내실 있는 재정계산위원회 운영을 통해 실현 가능한 연금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을 향한 불신은 여전하다. 투자수익 변동성이 커지면서다. 실제 기금운용수익률은 2020년 9.70%, 2021년 10.77%로 개선됐으나 올해 초반 -2.7%로 나빠졌다. 지난해 수익률의 경우 노르웨이(14.51%), 캐나다(13.66%), 미국(13.28%), 일본(12.62%), 네덜란드(11.19%) 등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이 마당에 국민연금 수장 자리는 공석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2명이 잇따라 낙마했고, 국민연금 이사장 자리도 비어있다. 안효준 기금운용본부장(CIO) 역시 올해 10월 초 4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달 말에서야 이사회를 열어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새 이사장 공모를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후임 CIO 선임도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은 DB, IRP에만
퇴직·개인연금 세제혜택 구조도 /그래픽=정기현 기자
퇴직·개인연금 세제혜택 구조도 /그래픽=정기현 기자

사정이 이러하니 퇴직연금으로 눈길이 더 갈 수밖에 없다. 관련 논의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는 ‘디폴트옵션’이다. 근로자가 본인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별도 결정하지 않으면 미리 정해둔 '기본값(default)'으로 자동 운용되는 제도다.

이때 같이 언급되는 용어가 확정급여(DB)형, 확정기여형(DC)형, IRP(개인형퇴직연금) 등 3가지다. DB형은 추후 지급할 퇴직금을 미리 설정해두고 회사가 대리 운용하는 방식이다. 손실 발생 시 회사가 이를 메워야 해 안정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DB형은 디폴트옵션과 무관하다.

디폴트옵션이 적용되는 DC형과 IRP가 관건이다. IRP는 회사와 관계없이 개인이 추가로 퇴직연금을 넣어두는 전용계좌로 세액공제 혜택을 노리는 이들이 주로 택한다. 퇴직 혹은 이직으로 퇴직금을 일시 수령한 사람은 IRP를 활용해 근로 공백기에도 퇴직연금 가입기간을 유지할 수 있다.

DC형의 경우 회사는 매년 퇴직급여(연봉의 12분의 1)를 근로자 연금계좌에 넣어주는 역할만 수행한다. 해당 자금은 수령자가 굴린다. DB형보다 수익을 더 취하고 싶은 이들이 주로 고르는데 이 또한 예·적금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대부분 운용된다. 자연히 수익률(1~2% 수준)이 물가 상승분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사실상 ‘방치’된 돈이었다.

디폴트옵션이 적용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퇴직연금을 넣어뒀던 기존 금융상품 만기가 도래했을 때 근로자가 6주간 운용지시를 하지 않으면 미리 정해둔 상품에 투자하게 된다는 뜻이다. 신규 가입자의 경우 그 기간이 가입 후 2주 이내다.

디폴트옵션 시행을 위한 첫 절차는 고용노동부 장관 승인이다. 퇴직연금사업자(금융사)가 사용·가입자에게 제시한 사전시정운용방법을 마련해 노동부 소속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친 후 가능하다.

승인 가능 상품은 △원리금보장상품(예금, 이율보등보험계약 등) △법령(법 제21조의2제1항제2호각목)상 허용되는 유형의 펀드(TDF, TIF 등) △포트폴리오 유형 상품 등이다. 10월 중 첫 승인 상품이 공시될 예정이다. 지난해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이 295조6000억원인 만큼 증권사, 은행, 보험사 각축전이 점쳐진다. 각 금융사는 7~10개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

승인을 받았다면 퇴직연금사업자는 관련 주요 정보를 사용자에게 제시해야 한다. 사용자는 이 가운데 사업장에 설정할 사전지정운용방법을 선택한 후 퇴직연금규약에 반영하게 된다. 이때 근로자 대표 동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여기까지 끝냈다면, 근로자는 신규 가입 혹은 기존 상품 만기 도래 때 운용지시를 하지 않아도 앞서 설정한 운용방법에 따라 스스로의 적립금이 운용(OPT-IN)된다. 사전지정운용방법으로 적립금을 운용하고 있지 않아도 언제든 해당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운용 중에도 근로자 의사에 따라 언제든 다른 방법으로 운용지시가 가능(OPT-OUT)하다.

개인연금 “900만원을 기억하라” 세제혜택 챙기는건 기본

스스로 챙기는 연금도 있다. ‘개인연금’이다. 연금저축계좌와 IRP 계좌로 이를 준비할 수 있다. 둘 모두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에서 가입할 수 있다. 연금저축은 자산운용사 직접 판매 채널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또 근로자가 아니어도 가입할 수 있다. 제한이 없다. IRP는 다르다. 근로소득자,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 소득이 있어야 한다.

중도인출 가능 여부에서도 나뉜다. 연금저축은 계좌해지 없이 언제든 예수금을 찾거나 펀드 환매 후 인출이 가능하다. 다만 이미 세액공제 받은 납입원금 및 수익에 대해 기타소득세(16.%) 세율이 부과될 수 있다. 반대로 IRP는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는 한 계좌를 해지해야 돈을 뺄 수 있다. 일시금으로 수령하면 4% 세율이 적용된다.

연금저축은 주로 펀드 위주로 투자한다. 투자대상도 주식형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에 제한 없이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IRP 계좌에서는 위험자산 비율이 70%로 정해져 있다.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가진 투자자일수록 전자가 적합한 셈이다. 현재 연금저축 시장에서는 보험사가, IRP는 은행이 시장점유율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액공제는 얼마나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연금저축과 IRP를 합쳐 900만원이다. 7월 21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22년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연금저축 연간 세액공제 한도는 내년부터 기존 4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상향된다. 여기에 IRP(300만원)을 합친 수치다. 세액공제와 무관하게 연 1100만원을 추가로 납입할 수는 있다. 운용 중 발생한 수익은 인출 전까지 과세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보면 현재는 50세 미만 개인 총급여액이 5500만원(종합소득금액 4000만원) 이하라면 연간 최대 700만원의 연금계좌 납입액에 대해 세액공제율 15%가 적용된다. 연금계좌에 700만원 한도를 채워 넣으면 연말정산 때 세금 105만원(700만원×15%)을 환급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총급여가 5500만원을 넘어설 경우엔 12% 세액공제율을 적용받는다.

나이가 50세 이상일 땐 총급여액이 1억2000만원(종합소득금액 1억원) 이하면 세액공제 납입 한도가 900만원으로 는다. 다만 총급여가 1억2000만원 초과라면 나이와 상관없이 700만원으로 다시 줄어든다. 세액공제율은 50세 미만일 때와 같다. 이 방식은 올해 12월 말까지 적용된다.

내년부터는 총급여액, 나이와 관계없이 세액공제 납입 한도가 900만원으로 일원화된다. 세액공제율은 5500만원을 기준으로 이하면 15%, 초과 땐 12%가 적용된다. 이와 함께 기존에는 연금소득 1200만원이 넘으면 종합과세 됐으나 2023년부터는 15% 분리과세가 가능해진다.

사적연금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은 넓은 사각지대, 낮은 급여 수준, 재정 불안정 등에 직면해있어, 이를 보완하려는 기초연금 확대 역시 정부 재정을 통한 재원 조달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사적연금 가입자에 대한 세제혜택 차등화, 퇴직연금 수급연령 60세로 상향, 수탁자감시기능 제고 등 수급권 보호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강 연구위원에 따르면 국민연금 보험료율(내는 돈)은 9%, 법정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40%다.
저부담·고급여 체계에 따른 재정 불안정 우려가 지속되는 이유다. 또 2020년 기준 개인연금 가입률은 8000만원 이상 소득자는 50.1%인 반면, 2000만원 이하의 경우 0.1%에 그친다.
근로자가 가입하는 퇴직연금 가입률은 300인 이상 사업장에선 69.1%가 가입 중이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11.9%에 불과하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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