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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친원전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17 18:20

수정 2022.08.17 18:20

[테헤란로] 친원전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원자력발전 생태계 복원을 위한 친원전 정책을 관련 부처마다 추진하고 있다.

계획 중인 신한울 3, 4호기 건설에 속도를 내고 2030년까지 원전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에너지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지난 6월 1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한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와 '원전해체 핵심기술개발' 사업이 본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이 지난 7월 원전을 탄소중립에 관한 녹색분류체계인 택소노미(taxonomy)에 포함시키면서 윤석열 정부의 원전정책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장밋빛 원전정책을 실천하기 전에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난관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핵폐기물 처리장이다.
EU는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전제조건으로 '2050년까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기준으로 국내 임시저장고에 저장된 사용후핵연료는 총 51만2461다발이다. 고리 1, 3호기에는 더 이상 저장할 공간이 없으며 2, 4호기는 곧 포화상태에 이른다. 전체 저장시설의 25%밖에 남지 않았다.

사용후핵연료를 영구히 저장하는 고준위 방폐물처리장 부지는 40년 넘게 정하지도 못한 상태다. 일부에서는 당장 처리장을 건설하더라도 20년 이상 소요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군다나 고준위 방폐물을 임시 저장시설에서 빼내 처리장으로 운반하고 저장하는 기술도 완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정부와 학계는 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내년부터 시작해 2060년까지 연구개발(R&D)을 진행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럼 결국 2050년에는 우리나라의 원전은 택소노미에서 빠지게 된다. 이는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되지 못하는 것으로 '친환경' 인증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폭염, 가뭄 등 이상기후가 일상이 되고 있는 기후위기 시대에 투자자들은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되지 않은 업종에 투자를 줄일 예정이다. 결국 녹색분류체계로 분류되지 않은 사업은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 우리나라가 원전을 확대하고 유지한다면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과 수출길이 막혀 타격을 입는다는 점이다.

유럽과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RE100에 동참하지 않는 기업의 제품은 향후 구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 캠페인이다.

원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은 수출시장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한다.


이제는 윤석열 정부가 원전 생태계를 살리고, 기업들이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갖게 하기 위한 원전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산업IT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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