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 '불릿 트레인'은 3년 만에 나온 브래드 피트의 주연작이다. 제작자로서 '노예12년' '빅쇼트' '문라이트' '옥자' '미나리' 등 작품성 높은 영화들을 선보여온 브래드 피트는, 배우로서는 다소 다른 노선을 택했다. 때리고 부수고 피가 난무하는 오락성 짙은 영화 안에서 그는 '번 아웃'이 온 킬러의 모습으로 관객들에 웃음을 준다.
16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불릿 트레인'(감독 데이빗 레이치)은 쿠엔틴 타란티노식의 무자비한 B급 액션 영화다.
영어로 '불릿 트레인'(bullet train)이라 불리는 일본의 초고속 탄환 열차 '신칸센'. 영화는 신칸센 안에서 벌어지는 킬러들의 난투극을 다뤘다. 무당벌레라는 의미의 새로운 활동명으로 불리게 된 킬러 레이디버그(브래드 피트 분)는 반복되는 미션 실패로 의기소침해진 상태다. 오랜만에 부여받은 임무는 다른 킬러의 대타를 뛰는 일이었다. 가방 하나를 탈취해 하차하면 되는 간단한 미션에 그는 총도 들지 않은 채 기차에 탑승한다. 하지만 이는 실수였다.
어쩐 일인지 각자 다른 목적을 가진 '고스펙' 킬러들이 레이디버그가 탄 기차에 탑승한다. 일본의 전설적인 야쿠자 '백의 사신'의 부탁을 받고 그의 아들을 구출한 후 몸값까지 회수해 온 유명 쌍둥이 킬러 탠저린(애런 테일러 존슨 분)과 레몬(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분), 남미의 일등 킬러 울프(배드 버니 분), 아들을 옥상에서 밀어버린 익명의 범인을 찾기 위해 기차에 탄 야쿠자의 아들 유이치와 수상한 여자아이 프린스(조이 킹 분) 등, 제각기 이해관계가 다른 이들이 눈을 번뜩이며 기회를 노린다.
가방을 훔쳐 다음 역에서 바로 하차하려던 레이디버그는 문 앞에서 무작정 자신을 공격해 오는 울프를 만나 당황한다. 그 와중에 백의 사신에게 전달하려던 가방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 탠저린과 레몬은 잘못 보이면 무시무시한 보복을 가하는 백의 사신 무리의 의심 속에 가방을 훔쳐간 범인을 찾기 위해 나선다.
갈수록 일은 커진다. 탠저린과 레몬이 가방을 찾는 중에 홀로 있던 백의 사신의 아들이 죽임을 당한 것. 두 사람은 백의 사신 아들을 죽이고 가방을 가져간 이를 레이디버그라 생각하고 그를 찾아 기차 안을 돌아다닌다. 교토행 신칸센은 매 역에서 단 1분만 정차한 후 출발한다. 레이디버그는 탈출할 수 있는 1분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또 한 번 맞닥뜨린 불운을 이겨낼 수 있을까.
일본 배경임을 확실하게 보여주려고 한 듯 '불릿 트레인'은 '니폰필' 가득, 알록달록 키치한 미술로 눈길을 끈다. 수다스러운 캐릭터들이 펼쳐놓는 엉뚱한 이야기들은 웃음을 자아낸다. 인생무상의 경지에 다다른 의욕 없는 킬러 레이디버그는 끊임없이 타인에게 자신의 존재론적 고민을 털어놓고, 인간에 대한 통찰을 자신의 '최애' 만화 '토마스와 기차들'에서 얻었다는 레몬은 시도때도 없이 자신만의 '인간론'을 주창해 탠저린을 질리게 만든다. 레몬과 텐저린, 그리고 주인공 레이디버그의 코믹 앙상블이 좋다. 더불어 해맑아서 더 오싹한 소녀 악당 프린스를 연기한 조이 킹의 존재감도 특별하다.
액션은 화려하다. 빠르게 달리는 기차 안팎에서 누군가의 총과 칼이 끊임없이 여러 사람을 쑤시고 자른다. 총과 칼만 무기인 것은 아니다. 영화의 후반부에는 맹독을 지닌 나무독뱀까지 등장해 아사리판이 난다. 퀘스트를 깰 때마다 더 강력한 악당 캐릭터들이 등장해 영화의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시킨다. 그 와중에 보는 이들의 어안을 벙벙하게 하는 화려한 카메오 군단이 나와 쏠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러닝 타임 126분. 오는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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