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에틸렌-나프타 가격차 100달러도 깨졌다…석화업계 실적 '초비상'

뉴스1

입력 2022.08.18 06:30

수정 2022.08.18 06:30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최수아 디자이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석유화학 업체들의 실적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달 들어 에틸렌의 수익성 지표인 스프레드(에틸렌-나프타 가격 차이)가 톤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손익분기점 300달러를 한참 밑도는 수치다.

문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시황 개선을 이끌만한 계기가 없다는 점이다. 당분간 실적 악화가 이어질 전망이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달 12일 기준 에틸렌과 나프타의 톤당 가격은 각각 790달러, 710달러로 집계됐다. 두 제품의 가격 차이는 80달러에 불과했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은 나프타 열분해(NCC) 과정을 통해 얻는다. 플라스틱·비닐·건축자재·접착제·페인트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대표 기초 유분이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NCC 기업의 수익성을 가르는 핵심 지표다. NCC에서 생산되는 제품 중 에틸렌이 30~40%로 가장 많기 때문이다.

에틸렌의 수익성 스프레드 기준점은 톤당 300∼350달러다. 지난 2월 100달러선에서 4월초 400달러 이상으로 회복했지만, 지난달 다시 100달러대로 내려왔다. 이달 들어 80달러까지 미끄러졌다.

에틸렌의 가격 하락이 상대적으로 가팔랐기 때문이다. 최근 한달간 에틸렌의 가격은 16.8% 하락해 52주 최저가를 갈아치웠다. 나프타도 국제유가 하락으로 하향세에 접어들었지만, 14.5%에 그쳤다.

최대 석유화학 소비처로 불리는 중국의 경기 불황이 에틸렌의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분기 중국의 GDP(국내 총생산) 증가는 전년 동기 대비 0.4%에 그쳤다. 지난해 4분기 4.0%, 올해 1분기 4.8%와 비교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중국의 경기 침체에 따른 전방 산업 부진이 에틸렌 가격이 약세를 보였다.

에틸렌 가격 하락에 NCC를 보유한 기업의 실적 악화는 현실화됐다.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1.2% 감소한 5132억원이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합작사 여천NCC도 2분기에 영업손실 339억원을 냈다.

석화기업들은 대응 차원으로 NCC 가동률을 약 80%로 낮췄다. 문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장기화로 수요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LG화학은 지난달 27일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에 고유가 지속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중국의 봉쇄 상황까지 이어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하반기에도 석유화학의 시황 반등은 수요 부진 심화와 계절적 비수기까지 더해져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도 당분간 석유화학 사업 반등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신한금융투자는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 3분기 영업이익을 2360억원으로 예상했다. 전년 동기(1조870억원)보다 78% 하락한 수치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각사의 에틸렌의 수익성 스프레드 기준은 생산량과 나프타 매입 원가에 따라 달라 획일적으로 적용하긴 어렵다"면서도 "현시점에서 에틸렌은 팔아도 이득을 남기긴 어려운 구조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