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한국 현대미술 제1세대 거장이자 단색화의 대표작가인 故 정창섭(1927-2011) 화백의 작품전 '물(物)심(心)'이 PKM 갤러리에서 25일부터 10월15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1980년대의 '닥'(Tak) 연작에서부터 원숙함으로 독창적 화업의 정점을 이룬 2000년대 초의 '묵고'(Meditation) 연작에 이르기까지 정 화백의 후기 예술세계를 집약하는 엄선된 작품들이 공개된다.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에 대한 국제미술계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져 가는 오늘의 상황 속에서 진정한 한국적 현대미술을 치열하게 모색했던 그의 깊이 있는 예술세계와 미적 성취를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 화백은 1980년대 초부터는 그 이전까지 추구해 오던 앵포르멜 계열의 유화 작업에서 벗어나 한지의 재료인 '닥'을 작품의 동반자로 삼고 '닥' 연작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는 닥나무 껍질 섬유에 물을 섞고 면 캔버스 위에 펼쳐 완성한 작업의 진행 과정과 시간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투명하게 드러낸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작가의 역할은 작가 자신이 주체가 되어 재료를 수단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물질 자체가 품은 상상력과 표정이 드러나도록 돕는 것이었다. 정 화백의 이런 태도는 거의 손대지 않은 사물들에 대한 현상학적 탐구를 통해 미학적인 면을 발견한 일본 모노하(物派) 작가들의 입장과 구분된다.
'묵고' 연작은 정 화백이 말년에 이르기까지 집중해 발전시킨 것으로, 더욱 심도 있게 진화된 예술적 태도를 보여준다. 누름 기법을 통해 닥의 질감이 우리 고유의 깊이 있고 절제된 색감들과 융합, 화강암처럼 단단하면서도 품위 있는 조각적 표면으로 구현된다.
평면성을 넘어선 촉각적인 오브제 회화로서 대상(物)과 자아(心)의 일체화를 이룬 정창섭 예술의 미학적 성취의 절정이다. 한국인의 미의식을 계승하면서도 그것이 국제적인 보편성을 획득하는 성취를 이루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화백의 작품들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리움미술관, 도쿄도미술관, 홍콩 M+, 구겐하임 아부다비 등 세계 유명 미술 기관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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