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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기업들 국내 일자리 회귀 사상최대..."세계화 후퇴"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21 04:52

수정 2022.08.21 04:52

[파이낸셜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폰태나의 한 창고에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컨테이너들이 들어서있다. 팬데믹 이후 공급망 자국화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올해 미 기업들의 자국내 일자리 회귀 규모가 사상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로이터연합
미국 캘리포니아주 폰태나의 한 창고에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컨테이너들이 들어서있다. 팬데믹 이후 공급망 자국화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올해 미 기업들의 자국내 일자리 회귀 규모가 사상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로이터연합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자국내로 일자리를 회귀하는 움직임이 역사상 가장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 공급망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해외에서 국내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 시장을 지배했던 세계화가 후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다.

올해 미 35만개 일자리 회귀
리쇼어링(회귀)이니셔티브가 19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 기업들의 리쇼어링, 국내 회귀 일자리 규모는 35만개에 육박해 사상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리쇼어링이니셔티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대 규모가 된다.

이 단체는 기업들이 해외 일자리를 미국으로 되돌리도록 하기 위한 로비를 하고 있다.

지난 한 달간 미국에 대규모 제조설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기업들도 수십 곳에 이른다.

아이다호주의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테크놀러지는 본사 확대와 메모리생산시설에 4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어센드엘리먼츠는 10억달러를 들여 켄터키주에 리튬이온 배터리 소재 설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미 기업들만 미국내 일자리 창출을 통한 공급망 확대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미 시장을 잃을 수 없는 외국 기업들도 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SK그룹은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배터리 패키지, 전기차 충전시스템, 수소생산 시설을 짓기로 하고 22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대만 TSMC 등 반도체 업체들도 미 생산설비 확대에 나서고 있다.

장기 추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미 주식전략가 질 캐리 홀은 이 같은 기업들의 리쇼어링은 단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추세'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홀은 팬데믹 이전에도 소폭의 리쇼어링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가 그 흐름을 확실하게 갈라놨다면서 올해에도 거대한 리쇼어링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우크라이나 전쟁
세계화는 지난 30년간 특히 미 기업들에 날개를 달아줬다.

교역장벽이 낮아지면서 기업들의 순익과 생산성은 크게 높아졌고, 각국은 경제학 이론에 맞게 각자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재화와 서비스 생산에 집중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는 이를 뒤집어버렸다. 세계화는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각국이 봉쇄에 들어가 국제 공급망이 무너졌고, 경영진은 공급망이 가까이 붙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상황을 악화시켰다. 자원 부국인 양국의 전쟁으로 상품 가격이 폭등해 세계화 흐름에 또 한 번 제동이 걸렸다.

최근에는 중국과 대만간 긴장 고조가 기업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대만이 세계의 반도체 공장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팬데믹·지정학적 불안 요인이 없더라도 공급망을 전세계로 확대해 길게 연장하는 것은 각국의 기후위기 대응 속에서 장기적으로도 불리하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해 곳곳에서 탄소배출 저감책을 강조하고 있어 물류 등으로 상당한 탄소배출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긴 공급망은 기업들에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바클레이스는 분석보고서에서 기후위기 대응 속에서 국경을 가로지르는 공급망의 매력은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이는 산업 현장에서 현재 진행되는 움직임이다.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편입 대기업들의 경우 현재 자국내 인력 충원을 확대하는 한편 해외 인수합병(M&A)은 줄이고 있다.

바클레이스는 "세계화가 후퇴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자동화
한편 기업들이 해외의 값 싼 노동력을 포기하고 국내로 회귀하면서 고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그 흐름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비싼 노동자 대신 로봇이 그 자리를 채울 것이기 때문이다.

진보자동화협회(AAA)에 따르면 올 1·4분기 북미 지역 기업들이 주문한 공장자동화를 위한 로봇 규모는 1만1595대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금액으로는 6억4600만달러에 이른다.


올해 기업들의 로봇 주문 규모는 지난해 기록한 사상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울 것이 확실시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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