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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테슬라보다 비싸진 아이오닉5…잘 나가던 현대차 '고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22 05:00

수정 2022.08.22 09:19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fnDB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fnDB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전격 시행되면서 보조금 혜택을 못받는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의 미국 내 판매 가격이 최대 1000만원 가량 올라 기본트림 기준 테슬라 모델3 보다 오히려 더 비싸졌다.

IRA 시행으로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는데, 세제 혜택이 끊기면서 판매가 급감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제외로 최대 1000만원 인상
올해 1~6월 미국 전기차 판매 현황 /그래픽=정기현 기자
올해 1~6월 미국 전기차 판매 현황 /그래픽=정기현 기자
22일 미국 에너지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등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21개 차종에서 제외됐다. 지난 16일(현지시간)부터 IRA에 따라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만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지급키로 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아이오닉5, EV6 등을 포함해 아직 미국에서 전기차를 전혀 생산하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는 100% 한국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구조다.

현대차는 올해 1~7월 미국 시장에서 1만8328대, 기아는 2만1156대를 팔았다. 합산 판매량은 3만9484대로 전년 동기 대비 73.1% 급증하며 테슬라에 이어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다. 이 중 아이오닉5가 1만5670대, EV6는 1만4284대를 각각 차지한다. 하지만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면서 한치 앞의 상황을 예상하기 어렵게 됐다.

아이오닉5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 기본트림의 가격이 3만9950달러(약 5300만원)이었지만 앞으로 미국 소비자는 4만7450달러(약 6300만원)를 지불해야 한다. 테슬라 모델3 후륜구동(4만6990달러) 보다 오히려 더 비싸지게 되는 셈이다. 내년 미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인 현대차 아이오닉6와 기아 EV9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표면적으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지만 미국 내에 전기차 생산 거점이 없는 현대차·기아를 비롯 도요타,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들은 모두 타격을 피하기가 어렵게 됐다. 우리 정부와 국회가 본격 대응에 나선 가운데 현대차·기아도 대응 방안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전기차 가격을 일시적으로 인하하는 카드도 꺼낼 수 있지만 수익성이 낮아지는 만큼 지속가능성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2025년부터 美서 전기차 생산…노조 동의 관건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뉴스1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뉴스1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선 현대차·기아가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을 서두를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앨라배마 몽고메리공장에 전동화 생산라인을 구축해 올해 연말부터 제네시스 GV70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다만 조지아주에 건설할 예정인 연산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공장은 오는 2025년이 돼야 가동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전용공장 가동 시기를 앞당기는 한편, 기존 내연기관차 공장에 전동화 생산라인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다"며 "당초 보다 생산 모델도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위해선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점은 변수다.
현대차 단체협약에는 '해외공장으로의 차종이관 및 국내 생산 중인 동일 차종의 해외공장 생산계획 확정 시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노사공동위원회를 통해 심의·의결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