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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세상 모든 '우영우'를 위해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21 19:05

수정 2022.08.21 19:05

[차관칼럼] 세상 모든 '우영우'를 위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화제가 되고 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 변호사 설정의 주인공, 주변 인물들과 맺는 다양한 관계성, 우영우 변호사가 맡는 사건들이 던지는 질문들까지 이야깃거리가 많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끈 것은 우영우의 가족이었다. 한부모가족 지원정책의 책임자로서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쳤다.

2021년 기준 만 18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한부모가족은 약 37만가구다. 이 중 아버지와 자녀로 구성된 부자가족은 약 12만가구, 그중 우영우 변호사의 가족같이 아버지가 미혼부인 가구는 약 6000가구다.
지금도 소수인 우영우의 가족이 그간 사회적 편견 속에 겪어 왔을 어려움은 얼마나 많았을까 싶다.

먼저 2003년 이전 '부자가족'은 현실에는 있지만 법과 행정체계에서는 없는 존재였다. '한부모가족 지원법'의 전신인 모자복지법은 정책 대상에 부자가족을 포함하지 않았다. 1989년 제정 당시 모자가족 지원 필요성에는 누구나 공감했지만 부자가족은 그 숫자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던 만큼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비켜나 있었다. 2003년 모자보건법이 모·부자보건법으로 개정되면서 비로소 부자가정의 존재가 법과 행정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그뿐일까. 우영우의 아버지는 딸의 출생신고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제도가 많이 바뀌긴 했지만 미혼부는 아이의 출생등록부터 여러 벽에 부딪히게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빠와 아이의 유전자검사 결과가 일치해도 엄마의 이름, 등록기준지, 주민등록번호 등 신상정보를 알지 못하는 경우에만 법원의 판단을 받아 출생신고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아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투명인간'으로 안전망의 바깥에 내몰렸다.

이제는 누구나 아는 '한부모가족'이라는 이름도 마찬가지다. 한부모가족이라는 용어가 생기기 전 모·부자가족은 '편모, 편부가정'으로 불렸다. 당사자에게는 낙인과도 같았던 호칭은 모·부자복지법이 '한부모가족 지원법'으로 개정된 2008년을 기점으로 점차 쓰이지 않게 됐고, 이제는 한부모가족이라는 이름이 더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다. 매년 5월 10일을 법정 기념일인 '한부모가족의 날'로 기념하고 있는 오늘날을 생각하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한부모가족 정책의 역사는 이렇듯 어려움을 겪는 한부모가족의 현실과 정책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시간이었다. 속도는 느릴지언정 한부모가족 지원제도는 꾸준히 변화했다. 한부모가족의 든든한 동반자인 여성가족부는 양육과 생계를 혼자 책임지는 저소득 한부모가족을 위해 아동양육비를 지급하고, 양육비를 주지 않는 채무자에게 출국금지와 운전면허 정지, 명단공개라는 사회적 페널티를 부여해 안정적 환경에서 자녀를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부모가족을 제대로 지원하기 위한 방법도 계속 고민하고 있다.
아동양육비 지원의 문턱을 낮춰 더 많은 한부모가족을 지원하고, 양육비 지급을 더 확실하게 유도할 수 있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한부모가족 복지시설과 임대주택 지원을 통한 한부모가족 주거지원 역시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담당 직원들이 관계부처와 전문가들을 만나 토론 중이다.
우영우 가족이 자신들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거쳐야 했던 장벽이 이제는 조금 낮아졌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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