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호스피스 치료 받던 골육종 아이, 메드팩토 '백토서팁' 투여 후 학교 생활까지"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22 09:00

수정 2022.08.22 09:11

관련종목▶

[파이낸셜뉴스] 미국인 A군(14)은 5세였던 지난 2014년 경골 원위부(정강이뼈) 국소 골육종 진단을 받았다. 골육종은 일반적으로 만 15세에 진단이 이뤄진다. A군은 상당히 이른 시점에서 진단을 받은 것이다.

A군은 항암 치료를 진행했지만 종양 괴사가 심해 오른쪽 다리를 절단할 수밖에 없었다. 수술 후 종양 조직을 살펴본 의료진은 화학요법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암 재발 위험이 상당히 크다는 의미다.
모든 치료를 마친 3년 뒤인 2018년 의료진의 우려대로 A군은 흉부 CT에서 폐 결절이 확인했다. 골육종이 폐로 전이된 것이다.

골육종은 뼈 또는 뼈 주변의 연골 등 유골 조직에서 발생하는 악성종양을 말하며, 육종암 중 5.6%을 차지하는 희귀암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에서 발병률이 높은 대표적인 소아암 중 하나다. 특히 환자 중 25~50%가 항암치료 중에도 폐 전이가 진행된다. 골육종이 폐로 전이된 환자는 사망 위험이 매우 높다.

폐 전이가 확인된 후 거의 2년간 골육종과 사투를 벌인 A군. 하지만 2020년 A군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폐에 이어 뇌에서도 전이가 확인된 것이다. 짧은 그의 인생 반 이상을 암과 싸워왔지만 정강이뼈에서 시작된 골육종은 재발은 물론 폐, 뇌까지 전이됐다.

집에서 호스피스 치료를 받아온 A군은 약 8년간 이어온 항암 치료에 점점 지쳐갔고 그를 치료해왔던 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 레인보우 소아병원의 의료진 또한 마찬가지였다. 의료진은 더 이상의 치료 옵션은 없다고 판단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새로운 치료옵션을 찾던 의료진은 메드팩토에서 개발한 백토서팁의 전임상 데이터에 주목, 이를 근거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동정적 사용(Compassionate Use) 승인을 받아 지난 2월 A군에게 백토서팁을 단독 투여키로 결정했다.

동정적 사용은 허가 이전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신약을 중증질환자 또는 응급상황 환자들에게 우선 처방할 수 있도록 허용해 환자들의 임상시험용 의약품에 대한 접근권을 넓히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불치병에 걸렸거나 암 말기인 환자가 적절한 치료제가 없어 치료를 포기할 상황에 이를 경우 의료당국이 시판 승인 허가 전의 신약을 무상으로 공급해 치료 기회를 주는 제도다.

백토서팁이 골육종에 대한 전임상 연구에서 골육종 암세포의 성장을 현저하게 억제시키고 폐 전이를 100% 차단하는 것이 확인됐기에 A씨에게 단독 투여키로 한 것이다.

2022년 2월부터 백토서팁 단독 투여 후 A군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뇌 MRI에서는 재발성, 잔류성 질환은 확인되지 않았다. 의료진에 따르면 그는 현재 백토서팁 투여 후 어떠한 부작용이나 합병증 없이 학교에 다닐 정도로 건강한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또한 원래 암이 있었던 둔부에 일부 암은 잔존하고 있지만 거의 6개월 동안 폐와 뇌를 포함해 새로운 병변이 확인되지 않았다.

존 레터리오 미국 사이드먼암센터 부소장(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 교수)은 "이 케이스는 희귀병에 대한 약물 개발의 중요성에 대한 놀라운 증거"라며 "백토서팁의 치료 효과에 대한 경험이 골육종을 가진 다른 환자들에게도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골육종의 치료에는 수술, 항암 약물 치료, 방사선 치료 등이 활용되고 있다. 수술과 항암화학요법 병행이 약 45.5%를 차지하며, 약물로만 치료가 이뤄지는 비율은 15.9%에 불과한 실정이다. 항암화학요법의 경우 고전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고 면역항암제 역시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골육종은 환자 중 25~50%는 항암치료 중에도 폐 전이가 진행돼 사망까지 이어진다. 또한 폐나 뇌로 전이될 경우 방사선 치료를 해도 수개월내에 재발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폐와 뇌 전이를 막는 것만으로도 환자의 생존기간을 늘릴 수 있는 것이다. A군의 경우도 재발과 전이가 수차례 반복됐지만 백토서팁 투여 이후 전이가 약 6개월가량 확인이 안된 상황이다.


A군의 주치의 알렉스 황 미국 레인보우소아병원 소아면역 치료센터 소장(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 교수)은 "백토서팁은 현재 치료 옵션이 거의 없는 진행성 골육종 환자에게 유망한 무독성 경구용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