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밀 62%↑' 원가상승 본격 반영… 식품업계 "나 떨고 있니"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22 18:03

수정 2022.08.22 18:03

상반기 급등한 물가·환율 악재
시차 두고 하반기 실적 직격탄
업계, 가격인상 카드 만지작
"더 이상 비용을 줄일 곳이 없다. 원자재, 유통비, 인건비 모두 올라서 진퇴양난이다"

식품업계가 엔데믹 효과로 상반기는 일제히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웃을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통상 재료를 반년 단위로 비축하는데, 올 상반기 급등했던 원자재 가격이 하반기부터 본격 반영되면서다. 이미 일부 업체는 원가부담이 현실화되며 적자전환을 하기도 했다. 하반기도 원자재 가격 상승이 예고되며, 업체들이 일제히 비용 낮추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22일 식품업계는 24년만에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농심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분기 농심은 원자재 시세 상승과 높아진 환율로 원재료 구매단가가 높아진데다, 유가 관련 물류비 등 경영비용이 상승하면서 매출액이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하반기부터는 비단 농심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도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원재료 수입가격 상승의 가공식품 물가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식품 원재료의 2분기 수입가격(달러 기준)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밀 61.6%, 옥수수 17.0%, 콩 15.4%, 원당 19.7% 등으로 집계됐다. 이는 수입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이전인 2020년과 비교할 경우 밀은 96.9%, 옥수수 89.8%, 콩 86.2%, 원당은 41.3% 상승한 수치다.

통상적으로 가격 상승폭이 컸던 상반기에 구매했던 원자재 가격에 대한 부담이 하반기부터 본격화되면 영업이익은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원가부담을 낮추기 위해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원자재 가격에 따라 비축량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찾는 중이다.

다만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른 상황이기 때문에 보다 저렴한 곳을 찾아 원자재를 구매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원자재 가격뿐만 아니라 유통비, 인건비 모두 올라서 어느 곳에서도 비용절감을 할 수 있는데가 뾰족하게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특히 하반기에도 원자재 가격 상승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원재료 수입가격 상승의 가공식품 물가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4분기에 고점을 나타냈던 국제 곡물가격이 3·4분기 수입가격에 반영되면서, 3·4분기 곡물 수입가격은 2분기보다 16% 정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최후의 보루는 '가격인상' 카드다.
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물가안정에 주력하고 있어서 가격인상을 쉽사리 결정하기도 눈치가 보이는게 사실"이라면서 "최대한 버틸 때까지 버티겠지만 원자재 가격 불안정이 지속되는 한 가격인상 카드는 지속적으로 고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