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요 기업 168곳 중 44%가 '脫러시아' 결정
지난달 이후 러시아 사업 중단·철수 日기업 없어
일본담배산업, 사업 매각 검토…요코하마 고무는 생산 재개
휘발유, 밀 가격 등 급등…일본인 생활에 미치는 영향 커져
신용조사업체 제국데이터뱅크가 이달 21일 기준으로 러시아에 진출해 있는 일본 주요 기업 168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러시아 현지 사업 중단과 철수를 지금까지 결정한 기업은 44%에 해당하는 74개사로 확인됐다.
이른바 '탈(脫)러시아' 움직임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기업이 주도하는 형태로 일본 기업 사이에서도 지금까지 서서히 퍼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이후로는 러시아 사업 중단이나 철수를 새로 결정한 기업이 '제로(0)'화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기업들의 탈러시아 움직임이 감소하고 있는데다, 기업 신용이나 이미지가 손상되는 '평판 리스크'가 당초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견해가 일본 기업 사이에서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편으로는 우크라이나 사태 수습을 전망할 수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실적 악화를 억제하기 위해 러시아 사업의 철수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할 국면이 다가오고 있다고 NHK가 전했다.
일본에서는 러시아 침공의 영향이 무역 측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올들어 일본의 대(對)러시아 자동차 수출은 지난 6월 말까지 약 1만6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0% 수준으로 감소했다.
또 러시아산 원유 수입도 일본 정부의 방침에 따라 올해 5월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천연가스의 경우에는 장기 계약으로 수입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큰 영향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 러시아 극동의 개발 프로젝트 '사할린-2' 사업을 둘러싸고 러시아 정부가 이번 달 사업을 이어갈 새로운 회사를 설립한 뒤 출자하고 있던 미쓰이 물산과 미쓰비시 상사에 대해 다음 달 4일까지 새로운 참여 여부를 통보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미쓰이 기업은 탈러시아와 일본의 에너지 확보 사이에 어려운 결정을 강요당하고 있다.
이 가운데 자동차 업체에서는 도요타자동차와 닛산자동차가 러시아 현지 생산과 완성차의 러시아 수출을 여전히 중단하고 있다.
전기 업체에서는 파나소닉이 러시아와의 거래를 원칙적으로 중단하고, 히타치제작소는 러시아에 대한 제품 수출과 전력설비를 제외한 현지 제조기지 가동을 순차적으로 중단하고 있다.
소니그룹은 또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과 게임소프트웨어의 러시아 출시를 중단했고, 러시아용 온라인 스토어도 운영을 중단했다.
일용품에서는 화장품, 세제 등을 생산하는 일본 화학기업 카오가 여성과 영유아를 위한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 러시아로의 수출과 출하를 중단하고 현지 광고홍보를 중단하고 있다.
또한 퍼스트 리테일링은 유니클로의 러시아 국내 매장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 사업으로부터의 철수를 향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일본 기업도 있다.
일본 최대 광고회사인 덴츠 그룹은 러시아의 현지 기업과의 합작 사업에 대해 향후 합작 회사의 주식을 양도할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다.
일본담배산업(JT)은 담배 제조 등을 실시하는 러시아에서의 사업에 대해서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공급망이 제약을 받는 것이나, 안정적인 사업 활동에 지장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등을 이유로 사업 매각을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
대형 타이어 업체인 요코하마 고무는 원자재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현지에 있는 공장의 생산을 중단했지만 터키를 경유해 원자재를 확보할 수 있었다며 일부 생산을 재개했다.
한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 침공을 계기로 에너지와 식량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본인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원유는 러시아가 군사 침공을 단행한 직후인 올해 3월 국제 선물 가격이 한때 배럴당 130달러를 넘었다. 산유국 러시아로부터 원유 공급이 막혀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국내 휘발유 소매가격도 같은 달 전국 평균 가격이 ℓ당 175.2엔으로 2008년 이후 가장 높게 치솟았다. 정부는 석유회사들에 보조금을 지급해 기름값을 잡으려 하고 있지만 이달 15일 기준 가격은 ℓ당 169.8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엔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기요금도 화력발전에 사용하는 액화천연가스(LNG)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9월분 요금은 대기업 전력회사 10개사 모두 지난 5년 동안 가장 비싼 수준이 됐다.
인상액이 가장 큰 곳은 주부전력으로 가정의 9월분 평균 전기요금은 9111엔으로 올해 1월에 비해 1805엔 올랐고, 도쿄전력은 1495엔, 홋카이도전력은 849엔, 도호쿠전력은 713엔 각각 올랐다.
식료품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주산지인 밀과 옥수수를 원료로 하는 식용유 등의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이 전국 마트에서 실시하고 있는 조사에 따르면 이달 밀가루 가격은 ㎏당 319엔으로 전달보다 2.6% 올랐다. 또 유채와 콩, 옥수수 등을 원료로 하는 식용유는 ㎏당 471엔으로 전달보다 6.8% 올라 모두 상승세를 이어갔다.
기시다 총리는 이런 추세대로라면 10월 이후 수입 밀의 매도 가격이 20% 정도 상승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밀 가격을 동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라고 농림수산성에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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