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뉴스1) 최대호 기자 = 병환과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세상을 등진 수원 세 모녀가 2년여간 힘겹게 살아왔던 수원시 한 다세대주택 1층.
지난 22일에 이어 이틀만에 다시 찾은 그 곳 현관문에는 경찰이 쳐 놓았던 폴리스라인은 보이지 않았다. 문 앞 복도에 어지럽게 놓여있던 파손된 장금장치도 깨끗이 치워진 상태였다. 전날 특수청소업체에서 세 모녀의 세간을 정리하고, 내부도 청소했다.
하지만 세 모녀의 고된 죽음을 알리는 듯한 악취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작은 방안에는 누군가 촛불을 켜놓았다.
우편함에는 전기공급을 끊겠다는 고지서가 새롭게 배달돼 있었다. 지난 6~7월분 3만6260원이 납부되지 않아 전기공급을 제한하겠다는 예고서였다.
세 모녀의 세간은 단출했다. 전기밥솥에 냉장고도 있었지만, 음식물은 들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식기도 수저 3세트와 접시 몇개가 전부였다.
세 모녀는 2020년 2월 이 집으로 이사했지만, 이들의 속사정을 아는 이웃은 없었다. 사람이 거주했는지조차 몰랐다고 하는 이웃들도 있었다.
주소지와 실거주지가 달라, 행정 역시 이들의 고된 삶을 알지 못했다.
암에 걸린 어머니와 난치병에 걸린 두 딸은 극심한 생활고에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야 했지만,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작년 2월부터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하면서 주소지 관할 지자체인 화성시에서 지난 3일 방문조사에 나서기도 했지만 실제 거주하고 있지 않아 '연락두절'로 처리됐고, 복지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세 모녀는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으로도 해소되지 않은 복지사각지대 해소라는 숙제를 남겼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서상목 회장은 "1차적으로 공공기관에서의 어려운 이들을 보듬기 위한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며 "실제 현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자신의 재량권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소극적 행정을 하는 공무원들이 다수다. 경직된 조직문화 탓인데 실무담당자에게 어느 정도 재량권을 부여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다시한번 살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일본에는 민생위원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우리나라도 공무원 인력·업무 과부하 등의 문제로 발생할 수 있는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각 동네에 사정을 잘 아는 민간 인력 등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협의회에서도 '좋은 이웃'이라는 사업을 추진 중인데 정부 지원에는 비켜나 있는 탓에 효율적인 운영에 애를 먹고 있다. 공공부문의 역할로만 한계가 있는 만큼 전 사회적인 인프라 활용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들 세 모녀의 시신은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세 모녀에게는 친인척 등 연고자가 있지만 시신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세 모녀의 장례는 '공영장례'로 치러진다.
25일 오후 2시 원불교 경인교구 주관 추모의식이 예정됐으며, 26일 발인 후 수원시 연화장에서 화장한다. 유골은 연화장 내 봉안담에 봉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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