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회생법원, 지난달부터 개인회생 시 주식·가상자산 손실금 반영하지 않기로
서울 거주자·서울에 직장 둔 채무자 아니면 적용받을 수 없어
지방에서 주식이나 가상자산 투자했다가 손실 본 지역민들과의 형평성 문제
전문가들 “누가 어느 법원에서 신청하느냐에 따라 결과 달라져서는 안 돼” 지적
서울 거주자·서울에 직장 둔 채무자 아니면 적용받을 수 없어
지방에서 주식이나 가상자산 투자했다가 손실 본 지역민들과의 형평성 문제
전문가들 “누가 어느 법원에서 신청하느냐에 따라 결과 달라져서는 안 돼” 지적
[파이낸셜뉴스]개인회생 시 주식이나 가상화폐에 대한 채무를 감면해주는 제도를 두고 서울과 지방간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의 경우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로 입은 손해액을 제외키로 한 반면 지방의 경우 이 같은 제도가 없어 서울에서만 이른바 '빚투' 탕감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각 지방법원 등 법조계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서울개인회생법원은 지난 7월 1일부터 주식이나 가상화폐를 ‘투자 원금’이 아닌 ‘현재 가치’로 반영하기로 했다. 부동산과 같은 다른 자산처럼 없어진 가치를 재산에 포함하는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취지다. 즉 청산가치에서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로 입은 손해액을 빼면서 갚아야할 변제금도 줄어들었다.
예를 들어 1억 원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시세가 급락해 3000만원까지 떨어졌다면 청산가치는 3000만원을 기준으로 계산돼 개인회생을 신청할 경우 변제금은 3000만원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준칙을 제정하며 “최근 급증하고 있는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파탄에 빠진 청년들의 개인회생 문턱을 낮춰 빠른 복귀를 돕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서울회생법원 외에 부산, 인천 등 여러 지방법원들은 아직 이와 관련한 별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 외 지방법원 13곳은 개인회생 시 주식·가상화폐 투자 손실 변제에 관한 실무준칙을 마련할 계획이 없거나 아직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법 관계자는 "서울회생법원의 준칙이기 때문에 타 지역하고는 무관한 상황“이라며 ”이번 구제책 관련 아무런 논의를 한 적 없고 그동안 하던 것처럼 개인회생을 신청한 채무자의 특성을 개별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거주자 혹은 서울에 직장을 가진 채무자는 ‘빚투’ 구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나 타 지역에서 가상화폐 등의 투자에 실패한 사람들은 회생절차 과정에서 손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개인회생절차는 일정 소득이 있는 채무자가 3~5년간 일정 금액의 변제금을 갚으면 나머지 채무를 감면하거나 탕감해주는 제도다. 변제금은 월 소득 및 청산가치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전문가들은 서울, 지방 할 것 없이 정책이 통일성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회생법원 소송구조회생파산으로도 근무한 바 있는 도산 전문 강지훈 변호사는 “주식 및 가상화폐 투자 손실금은 현재 채무자가 보유하고 있는 경제적 이익이 아니기 때문에 서울회생법원의 준칙 408조는 시기적절하게 잘 세워진 준칙"이라며 "어느 법원에 신청하느냐에 따라 재판 결과가 달라지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조계가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일선 법관의 재판에 영향을 주는 것을 지나치게 경계하는 법조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회생법원 파산관재인을 역임중인 홍현필 변호사는 “법원행정처가 지침을 마련해왔지만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 이후 법원이 기준을 세우는 것이 직권남용으로 여겨지는 인식이 많아졌다”며 “일단 서울회생법원의 준칙을 타 지역의 법원들이 따라가거나 각 법원 내부에서 교통정리를 해야 지방채무자들의 피해가 경감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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