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노우리 기자 = 글로벌 경기침체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세계 반도체 산업의 투자가 냉각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1위와 2위인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긴축 기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금리·환율 등 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이라 내년 반도체 설비투자 둔화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최근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신규 설비투자(CAPAX) 전망치를 1855억달러(약 248조5000억원)로 수정했다. 기존 전망치였던 1904억달러(약 255조원)보다 2.5%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상반기까지 '슈퍼사이클'(대호황)에 가까운 업황 호조가 이어진 만큼 연간으로 보면 사상 최고 수준의 설비투자 규모는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수요산업 부진에 ‘위협적인 불확실성 구름’이 닥쳤다고 IC인사이츠는 분석했다. 하반기 들어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올해초 수립했던 공격적인 증설 계획을 연달아 재검토하며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PC·TV·게임기·전자기기 등 개인용 제품의 출하량 감소와 제품 가격 하락을 동시에 겪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긴축 움직임이 빨라졌다.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품목이자 주요 수출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 실적 발표에서 "(반도체를) 유연하게 공급하고 단기 설비투자 계획도 여기에 맞춰 탄력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고,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이사회에서 청주 신규 반도체 공장 증설 안건을 보류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도 지난달 "향후 여러 개 분기에 걸쳐 공급 증가를 조절하기 위해 조정 중"이라며 "신규 공장·설비투자를 줄여 공급 과잉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메모리 반도체 사업 구조상 현재 생산 중인 부분을 갑자기 감산할 수는 없다"며 "기업 입장에선 새로 증산하려고 했던 부분을 조절하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영향이 투자 지연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반도체 설비투자 둔화 폭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주요 수요처들의 재고 증가와 제품 가격 하락,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업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성장률은 0.6%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는 '반도체 겨울'에 가까운 어려운 업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금리·환율 등 다양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증폭되는 것도 불안 요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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