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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與 지도부, 내홍 해결을 법원에 맡겨 화 키웠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26 15:31

수정 2022.08.26 15:31

법원이 26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을 일부 받아들여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집행 정지를 결정했다. /사진=뉴시스
법원이 26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을 일부 받아들여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집행 정지를 결정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법원이 26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과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을 상대로 낸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을 일부 인용했다. 국민의힘에 대한 가처분 신청은 각하됐지만 주 비대위원장 직무 집행은 본안 판단 때까지 정지하는 인용 판결을 내놓은 것이다. 당 윤리위가 성비위 의혹 증거인멸 등의 사유로 이 전 대표에 대해 당원권 6개월 정치 처분을 내린 뒤 여당 내 갈등은 악화일로였다. 이번 법원 판결로 여당 내홍은 한층 헤어나기 힘든 수렁 속으로 빠져든 형국이다.

여당 지도부는 주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 제동이 걸리자 당황하는 분위기다.

이날 각종 민생개혁 방안 등을 토론하는 연찬회 도중 법원 판단을 접한 뒤 대책 수립은 일단 27일 긴급 의원총회로 미뤘다. 주 위원장 등은 이번 가처분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법원 판결의 파장을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재판부가 비대위 구성까지 이른 절차상 문제는 없지만, 비대위 구성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함에 따라 본안 판결 때까지는 사실상 ‘식물 비대위 체제’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재판부는 비상대책위 설치와 관련해 당헌에 규정된 “비상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 기능 상실’에 해당하는 중대 사유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의사결정도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으로서 당 대표 직무를 수행하고 있어 문제가 없었다”는 판시도 곁들였다. 이른바 ‘윤핵관’ 중심 당 지도부로선 딜레마 상황에 처한 셈이다. 우여곡절 끝에 권성동 원내대표 대행체제를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명분조차 희석되면서다.

애초 이 전 대표에 대한 윤리위 징계를 놓고도 당 안팎의 의견은 분분했다. 징계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측과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지 않고 결론을 내려 내홍만 촉발시켰다는 견해가 엇갈리면서다. 다만 비대위 체제 전환이 이 전 대표를 찍어내기 위한 목적이었는지를 단언할 수 없을지 모르나, 절차적으로 성급했다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법원이 이번에 정당민주주의에 반하다는 취지로 판결을 내리면서다.

결국 이 같은 난감한 사태는 여당 지도부가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당 내홍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법원의 판단에 맡기면서다. 무릇 정치는 해결 불가능한 갈등을 해소하는 예술이다.
그 연장선에서 정당은 각계각층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용광로여야 한다. 그런데도 권성동 원내대표와 이 전 대표를 포함한 여당 구성원 중 누가 이 같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의문이다.
차제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정치의 사법화’를 부른 책임을 함께 통렬히 자성하면서 제로베이스에서 대화로 해법을 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