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법원이 26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과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을 상대로 낸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을 일부 인용했다. 국민의힘에 대한 가처분 신청은 각하됐지만 주 비대위원장 직무 집행은 본안 판단 때까지 정지하는 인용 판결을 내놓은 것이다. 당 윤리위가 성비위 의혹 증거인멸 등의 사유로 이 전 대표에 대해 당원권 6개월 정치 처분을 내린 뒤 여당 내 갈등은 악화일로였다. 이번 법원 판결로 여당 내홍은 한층 헤어나기 힘든 수렁 속으로 빠져든 형국이다.
여당 지도부는 주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 제동이 걸리자 당황하는 분위기다.
더욱이 재판부는 비상대책위 설치와 관련해 당헌에 규정된 “비상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 기능 상실’에 해당하는 중대 사유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의사결정도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으로서 당 대표 직무를 수행하고 있어 문제가 없었다”는 판시도 곁들였다. 이른바 ‘윤핵관’ 중심 당 지도부로선 딜레마 상황에 처한 셈이다. 우여곡절 끝에 권성동 원내대표 대행체제를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명분조차 희석되면서다.
애초 이 전 대표에 대한 윤리위 징계를 놓고도 당 안팎의 의견은 분분했다. 징계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측과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지 않고 결론을 내려 내홍만 촉발시켰다는 견해가 엇갈리면서다. 다만 비대위 체제 전환이 이 전 대표를 찍어내기 위한 목적이었는지를 단언할 수 없을지 모르나, 절차적으로 성급했다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법원이 이번에 정당민주주의에 반하다는 취지로 판결을 내리면서다.
결국 이 같은 난감한 사태는 여당 지도부가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당 내홍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법원의 판단에 맡기면서다. 무릇 정치는 해결 불가능한 갈등을 해소하는 예술이다. 그 연장선에서 정당은 각계각층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용광로여야 한다. 그런데도 권성동 원내대표와 이 전 대표를 포함한 여당 구성원 중 누가 이 같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의문이다. 차제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정치의 사법화’를 부른 책임을 함께 통렬히 자성하면서 제로베이스에서 대화로 해법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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