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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사회복무 '강제노동 협약 위반'…정부 "선택권 줬다, 문제 아냐"

모병제도입 청년운동본부,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 4일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근에서 열린 '징병제와 사회복무를 폐지하라'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4.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모병제도입 청년운동본부,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 4일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근에서 열린 '징병제와 사회복무를 폐지하라'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4.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2021년 4월 당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ILO 핵심협약 비준서 기탁식에서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과 비준서를 들고 기념포즈를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2021.4.20/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2021년 4월 당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ILO 핵심협약 비준서 기탁식에서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과 비준서를 들고 기념포즈를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2021.4.20/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지난 2월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제1병역판정검사장에서 열린 2022년도 병역판정검사에서 대상자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2022.2.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지난 2월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제1병역판정검사장에서 열린 2022년도 병역판정검사에서 대상자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2022.2.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편집자주]'군대보다 편하지 않으냐’
사회복무요원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질병이나 심신장애로 정상적인 군복무가 힘든 이들이 사회복무요원으로 국방의 의무를 대신한다. 이들은 21개월 동안 '사복 입은 이등병'으로 살아가면서 공공 서비스의 말단을 지탱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노동기구는 한국의 사회복무요원 제도에 대해 '강제노동'이라며 폐지를 권고한다. 자신들을 ‘현대판 공노비’라고 정의하며 노동조합 설립을 통해 부당한 현실 알리기에 나섰다. <뉴스1>은 사회복무요원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파헤쳐보고 존치의 필요성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서울=뉴스1) 박동해 송상현 기자 = 현행 사회복무요원제도가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국제노동기구(ILO)의 제29호(강제노동) 협약을 위반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을 비롯한 일부 노동계는 한국 정부가 지난해 비준한 ILO 29호 협약상 징집된 이들에게 군사적 목적 외에 업무를 시키는 것은 '강제노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사회복무제도 형태의 대체 복무를 유지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비슷한 제도를 유지하던 국가들도 ILO의 권고 등을 이유로 제도를 폐지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사회복무요원에게 현역으로도 복무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줬기 때문에 강제노동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ILO '전적으로 군사적 성격' 노동만 예외 입장

27일 ILO 29호 협약 내용에 따르면 ILO는 원칙적으로 모든 강제노동을 금지하면서도 △병역법에 의해 강요되는 전적으로 군사적 성격의 노동 △완전한 자치국가 국민의 통상적인 시민적 의무의 일부를 구성하는 노동 △법원 판결에 의해 강요되는 노동 등을 강제노동의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사회복무요원노조 등은 사회복무요원에게 부여된 업무가 '전적으로 군사적 성격의 노동'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강제노동에 해당된다고 보고 있다.

앞서 이집트와 터키가 군대에서 필요한 인원을 초과한 징집병에 대해 공·사기업에 배치한 사례를 두고 ILO 전문가위원회가 강제노동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이처럼 ILO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비군사적 대체복무 기회를 부여한 것을 제외하고 군사목적 외의 대체복무를 강제노동이라고 봤다.

한국의 대체복무제도의 ILO의 입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2007년 한국 정부는 ILO 사무국에 '한국의 군대체복무 제도가 강제노동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자문을 이메일로 요청했고 ILO 측은 '강제노동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보냈다.

이후에도 한국 정부는 공익근무(현 사회복무) 등 대체복무 입장을 물었으나 ILO 측은 군사적 목적 외의 활동은 강제노동이라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대체복무 등을 강제노동에 해당한다고 보는 ILO의 해석상 협약 비준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정부는 '선택권' 줬다지만…사회복무요원들 '말장난' 평가

그러나 ILO 핵심협약 비준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높아지자 정부는 협약 비준 추진으로 기조를 바꾸고 강제노동 문제를 회피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었다. 해당 판단은 "신체검사 4급 판정을 받으면 당연히 보충역으로 편성되는 제도를 변경하면 협약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판단 하에 정부는 지난해 4월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은 사회복무 대상자에게도 현역 입영의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병역법을 개정했다. 사회복무요원 근무대상자인 보충역에게도 현역으로 근무할 선택권을 줬기 때문에 더 이상 강요에 의한 복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에도 비슷한 논란이 빚어지자 정부는 "ILO는 비군사적 복무라 하더라도 개인에게 ‘선택권’이 주어지는 등 '개인적 특혜(Privilege granted to Individuals)'에 해당할 경우 제29호 협약 위반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다.

실제 병역법 제5조는 '병역판정검사 결과 현역 복무를 할 수 있다고 판정된 사람 중에서 병력수급(兵力需給) 사정에 의하여 현역병 입영 대상자로 결정되지 아니한 사람'이라고 규정해 신체등급 4급으로 보충역에 배정된 사람일지라도 '현역' 복무가 가능하다고 설정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복무요원들은 회복되기 어려운 질병으로 인해 현역 복무가 어려운 이들이 많은 상황에서 현역 복무를 대체 선택지로 줬다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전순표 사회복무요원노조 위원장은 "신체적인 이유 등으로 정상적인 현역 근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받아 보충역으로 분류가 된 것인데 현역으로 근무할 선택지를 준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의 조치가 단지 현재의 문제를 피해 가기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강제노동 판단 가능성" 분석도…고용부 "분단상황 감안"

진석용 대전대 교수는 정부의 선택권 논리에 대해 "선택지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선택지가 있어야 한다. 너 손바닥 한대 맞을 대 두대 맞을래 하면 대부분 한대를 맞을 거다. 맞지 않을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라며 정부의 주장을 '엉터리'라고 꼬집었다.

이어 진 교수는 해당 사안을 ILO에 제소하면 강제노동으로 판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진 교수는 "사실 국제법이라는 게 지키지 않아도 강제할 수단이 없다"라며 "우리나라는 강제노동이라고 판단이 나도 남북한 대치 국면, 긴장 상황, 정전 상태 등을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들며 시간을 끌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ILO가 질의회신을 통해 한국의 대체복무제도를 강제노동으로 평가한 것을 '공식 입장'이라고 보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ILO에서 그 문제(사회복무요원제도)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바 없다"라며 "내년 9월 ILO에 협약 이행보고서를 제출하게 되는데 ILO의 공식적인 입장은 그 후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국제협약은 지향점을 정해두고 그것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지 모든 나라가 협약을 완벽하게 맞출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한국의 분단 상황 등을 감안한다면 (사회복무요원제도가) 큰 문제가 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사회복무요원노조는 내년 9월에 제출되는 협약 이행보고서에 자신들의 의견이 담길 수 있도록 관련한 활동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