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초·중 코딩교육 공감하지만"…교사들, 전문성 확보 우려

뉴시스

입력 2022.08.27 16:00

수정 2022.08.27 16:00

기사내용 요약
교육부 "자율·창체시간 활용하면 확보 가능"
교사들 "현장 모르는 소리…수업만 복잡해져"
"SW교육도 불안정"…초등 전문성 확보 문제
중등교사 수업시간 2배로…"정규교원 필요해"
키보드 어색한 아이들…"코딩보다 조작법 먼저"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오석환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이 지난 2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2.08.27.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오석환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이 지난 2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2.08.27. ppkjm@newsis.com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교육부가 초·중등학교 정보교육 확대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이를 두고 현장 교사들 사이에서 수업시간과 교사의 전문성 확보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뉴시스가 접촉한 초·중등 교사들은 "디지털 교육 필요성엔 동의한다"면서도 한 학기 최소 정보 수업시간이 초등은 17시간에서 34시간, 중학교는 34시간에서 68시간으로 2배 급증할 경우 부작용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우선 초등학교와 중학교 모두 2배 이상 늘어날 수업시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문제다. 앞서 교육부는 교육과정 재구조화에 따른 자율시간, 창의적체험활동(창체) 시간 등을 활용하면 된다고 설명했지만, "현장을 모르는 소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북의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창체에서 하는 범교과 영역만 17개고, 여기에 교사가 개별적으로 구성하는 수업이 따로 들어간다"며 "냉정히 지금도 창체시간이 부족한데, 이를 활용하라는 것은 최악의 답변"이라고 밝혔다.



김기현 수원 화홍고 정보교사는 "안 그래도 지금 17주 교육과정을 16주로 줄이고 남는 한 주(자율시간)를 다른 교육과정 모델로 채우라고 해서 머리 아프게 고민 중"이라며 "이 시간들이 모두 자율적으로 편성·운영될 텐데, 교육과정이 복잡해지고 학생들도 혼란스럽고 교사들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정보 수업시간은 2배로 늘고 코딩교육 의무화 등 수업내용도 강화되는 반면 충분한 교원 수와 전문성 확보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중학교 3172개교 중 정보교과 정규교원이 배치된 학교는 1510개교(47.6%)로 절반을 밑도는 실정이다.

김기현 화홍고 교사는 "도깨비 방망이로 두드리면 정보교사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교원 자격증 없는 사람을 학교 현장에 배치하는 것은 큰 갈등의 소지가 있다"며 "정보교육이 필요하다면 정규교사를 신속하게 많이 양성하고 연차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연한 대응을 위해서는 교원들의 (정보) 복수전공을 많이 유도하고, 부전공 활성화 및 디지털 역량에 대한 재교육도 필요하다"며 "예비교원의 부전공 가점을 부여하는 등 정책적으로 유도해서 여러 교과를 가르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중등교원의 경우 전체적으로 충원이 가능한 상황으로 보이지만 학생 수 감소에 따라 전체 교원도 감소 추세인 점에 비춰 적정한 교원 확보 문제를 시도교육청과 전체적으로 풀어갈 것"이라며 "몇년도에 몇명 이렇게 말은 못하지만 방안은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유은혜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4월13일 전북 남원시 덕화초등학교를 방문해 미래형 학습환경이 조성된 교실의 수업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제공) 2022.08.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유은혜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4월13일 전북 남원시 덕화초등학교를 방문해 미래형 학습환경이 조성된 교실의 수업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제공) 2022.08.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담임교사가 모든 과목을 가르치는 초등학교의 경우 전문성 확보도 주요 숙제로 꼽힌다. 지난 2018년부터 초5~6학년에 의무화된 소프트웨어(SW) 교육도 아직 불안정한데, 갑작스럽게 코딩교육 등이 추가되면 그 부담이 더 커진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북의 초등학교 교사 A씨는 "교사간 디지털 역량 양극화가 초등은 좀 심하다. 관심 있는 분들만 실력이 높은 편"이라며 "교사들의 전문성이 확보되기까진 시일이 걸리는데, 단기간 연수로 교과 적응력을 늘렸다고 보기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교사들의 역량 격차는 곧 학생들의 학습 격차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코딩교육을 어렵게 가르치려는 건 아니고, 기초적인 내용을 통해서 새로운 디지털 교육을 많이 접할 수 있도록 녹인 것이 2022 개정 교육과정"이라며 "한국과학창의재단을 통해 틈새 연수를 진행하고 AI융합대학원에서 초등은 모든 교과별로, 중등은 각 교과별로 AI융합교육에 대한 학사학위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교육 소외지역의 디지털 학습격차를 보완하겠다며 제시한 '디지털 튜터'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 초등교사 A씨는 "초등은 생활지도 등 여러가지가 수업과 동시에 이뤄지는데, 기술적 기능만 있는 보조교사가 들어온다면 교대생들 실습보조보다 못할 것"이라며 "보조교사가 아니라 현직 교사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초등학생들의 컴퓨터 기기 숙련도 자체가 떨어져 코딩보다 조작법을 먼저 가르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AI교사협회장인 류미영 인천 축현초 교사는 "아이들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은 기가 막히게 잘 다루지만 실제 컴퓨터 작업은 회원가입·로그인도 어려워할 정도로 굉장히 미숙하다"며 "특히 코딩은 핸드폰이 아닌 컴퓨터로 해야 해서 키보드 치는 것부터 컴퓨터 다루는 법을 먼저 가르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기현 화홍고 교사는 "올라온 아이들이 쉬프트(shift)·컨트롤(ctrl)키 사용 방법도 모르는 경우가 정말 많다"고 덧붙였다.

일부 교사는 시대변화에 따라 초중고 모두 정보교육을 계획보다 더 늘려야 한다며 교육과정 체계화를 당국에 요청하기도 했다.


경기 수원 한 고등학교의 정보교사 B씨는 "고등학교 진학한 중학생들 보면 누구는 배웠다고 하고 누구는 안 배웠다고 하고 편차가 크다"며 "중학교 시수가 34시간이면 일주일에 2시간인 건데, 진도·평가·실습시간을 따지면 솔직히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고1은 1주에 1시간 정보수업을 듣는데 이들이 3학년에 진로 선택과목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우면 1학년 수준과 그 간극이 크다.
관심 있거나 개인적으로 공부하지 않았으면 힘들어한다"며 "고등학교도 필수 시수 확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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