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업계에 따르면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26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정책심포지엄에서 “단 한 번의 월간 (물가지표) 개선만으로는 물가상승률이 내려갔다고 확신하기에는 한참 모자라다”고 강조했다.
파월 매파 본색에 '검은 월요일' 공포 엄습
실제 전문가들도 파월 연설 이후 글로벌 달러 초강세(이른바 ‘킹 달러’)가 더 가속화하고 더 오래될 거라는 전망이 퍼지고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당분간 상승(원화 가치 약세)을 지속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는 물론 내년까지 수출과 물가, 경상수지 등 한국 경제 전반에도 부담이 커질 우려가 나온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도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추가로 높이면서 시장도 기준금리 인상의 정도를 더 높여 잡게 됐다”면서 “당사 채권팀에서도 당초 연말 2.75%(현재 2.5%)에서 3.0%로 전망치를 수정했고, 당분간 금리와 달러가 주식시장에 그리 좋은 영향을 주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동학개미들은 8월 들어 국내 증시가 소폭 상승하는 분위기에서 다시금 증시에 자금을 넣고 상승을 기대하고 있었으나 이러한 파월의 발언이 야속하기만 하다.
지난 4월에도 제롬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을 더 빨리 하겠다는 매파적 발언을 내놓자 코스피가 1% 넘게 급락했다. 코스닥은 41일 만에 900선을 밑돌았다. 원 달러 환율은 1250원선에 육박하면서 18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해 3월 파월 의장은 월스트리트 저널 주최 ‘잡 서밋’ 행사에서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압력이 있지만 일시적이다. 우리는 인내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오히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용인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파월의 발언 이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5%대 중반으로 급등했다. 국내 증시도 주가가 급락하면서 휘청거렸다.
당시 한 애널리스트는 "파월 의장의 인플레이션과 관련된 발언과 금리에 대한 언급 이후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지수는 급락했다"고 평가했다.
"제롬 파월, 무리수 던진 것 아니냐" 비판
채권펀드 핌코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지금은 알리안츠 고문과 영국 케임브리지대 퀸스칼리지 학장으로 있는 모하메드 엘에리안은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에서 “지난 1년 반에 걸친 정책 오류를 바로잡는 것,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전망을 재조정하는 것, 통화정책 안내 프레임을 다시 짜는 것이 파월 의장의 당면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당장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만 신경을 쓰는 바람에 연준의 중장기적인 정책 방향을, 연준이 장기적으로 어떤 통화정책을 운용할지를 빼먹었다는 지적이다.
그는 파월이 지금 상황에만 집착하는 바람에 정책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그가 지난해 상황을 오판하는 바람에 시장의 신뢰가 이전만 못하기 때문에 파월이 뭔가 해명을 내놔야 했다고 강조했다.
엘리안은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인 것이라고 규정했던 점에 대한 해명, 자신의 경제 전망, 그리고 이에 따른 정책대응에 대해 설명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면서 “연준의 판단 착오로 미국, 나아가 세계 경제가 최고의 첫번째 정책 대응에 나설 수 있는 기회와 이를 통한 연착륙 가능성을 잃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해명이 나왔어야 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실제 지난해 미국 인플레이션율은 6월부터 이미 전년 동월 대비 5%를 넘어섰는데, 당시 8월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은 “이번 인플레이션은 (곧 지나갈) 일시적 현상”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전반적인 상품가격 인상 사태를 오판하고 올해 봄에서야 때늦은 통화긴축 행동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아온 파월이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올해는 ‘인플레이션과의 극렬한 싸움’을 시장에 계속 천명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엘리안은 파월의 연준은 시장 움직임으로 보면 1970년대 이후 가장 미덥지 못한 연준이라면서 연준이 분기별로 내놓은 경제전망은 '판타지'라고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러한 피해는 투자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국내 입장에서는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확인했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역시 1350원을 다시 한번 넘어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내수 경기 위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유동성 축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리인상의 실물경제 충격이 나타나며 주식시장에서는 역실적 장세가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기와 무관한 구조적 성장주나 정책 수혜주, 경기 방어주 중심의 방어적 포트폴리오 유지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