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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이재용, 게이츠, 심재덕의 화장실

손성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28 19:19

수정 2022.08.28 19:19

지난 16일 한국에서 만난 이재용 부회장과 빌 게이츠 빌&멜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 [삼성전자 제공]
지난 16일 한국에서 만난 이재용 부회장과 빌 게이츠 빌&멜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 [삼성전자 제공]
고흐의 그림이 걸려 있고, 베토벤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곳. 예술공간이 아니라 우리나라 화장실 풍경이다. 외국인들은 청결하면서도 예쁘게 꾸며놓은 한국의 화장실을 보고는 깜짝 놀란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화장실은 대부분 재래식이어서 불결하기 이를 데 없었다. 짧은 기간에 어떻게 이런 변화를 이뤄낼 수 있었을까.

화장실 개선에 앞장선 심재덕이라는 이름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경기도 수원시장과 17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그는 쾌적한 화장실 가꾸기 운동을 주창한 인물이다. 수원에서 점화된 운동은 전국으로 확산됐고, 공공 화장실은 쾌적하게 탈바꿈했다.
심재덕은 1999년 한국화장실협회에 이어 2007년에는 세계화장실협회(WTA)를 창설, 세계로 활동을 넓히던 중 2009년 타계했다. 수원 장안로 심재덕의 집터에는 그가 지어 기증한 양변기 모양의 '해우재'라는 건축물이 있다. '화장실 심재덕'에게 AP통신 허먼 기자는 '미스터 토일렛'이라는 애칭을 붙여주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인 빌 게이츠도 열악한 화장실 등 빈민국의 위생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은 2007년 WTA 창립총회에 게이츠를 초청하기도 했다.

게이츠의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은 2011년부터 신개념 위생화장실 보급운동을 추진해왔다. 그런데 기술적 난관에 부딪히자 2018년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이듬해부터 삼성은 전혀 새로운 형태의 화장실 연구에 매달린 끝에 3년 만에 결실을 얻었다. 게이츠의 바람대로 물이나 하수처리시설이 필요없는 획기적인 화장실 기술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사용시험까지 마쳤다고 하니 곧 저개발국가에 보급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 16일 한국을 방문한 게이츠를 만나 성공 소식을 알렸다.
심재덕이 화장실 혁명을 일으킨 선구자였다면 신개념 화장실을 발명한 이재용과 게이츠는 제2의 화장실 혁명가로 부를 수 있겠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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