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온다예 심언기 박주평 이밝음 기자 =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60·사법연수원 19기)가 '운송수입금 800원 횡령 버스기사 해임 인정' 판결과 관련해 불거진 논란을 두고 "국민들의 우려에 대해 십분 공감한다"고 밝혔다.
오 후보자는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00원 횡령사건을 어떤 근거에서 판단했느냐"고 질의하자 이같이 답변했다.
오 후보자는 "제가 이 자리에 오기 전부터 많은 논란이 됐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그 분(버스기사)이 저의 판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을수도 있다는 생각에 저도 마음이 무겁다"고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 "그 부분에 대한 의원님들이나 국민들 우려에 대해 저도 십분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 800원 vs 85만원, 사회적 약자에 유독 가혹 지적에 "마음 무겁다"
앞서 오 후보자는 2011년 운송수입금 8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17년간 일한 버스기사를 해임한 고속버스 회사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반면 2013년에는 변호인에게서 85만원 상당의 접대를 받은 검사의 징계(면직) 수위가 가혹하다며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같은 과거 판결이 알려지면서 이 후보자가 사회적 약자에게 유독 가혹한 판결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 의원은 "소액횡령을 이유로 버스기사를 해고한 판결 사례는 찾기 힘들고 오히려 구제사례가 많다"며 "2017년에 2400원을 횡령해 해임이 인정된 사례가 있지만, 이 사건에선 해고당한 근로자는 1인 시위를 하며 회사와 관계가 파탄나는 등 800원 횡령사건과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에 오 후보자는 "사건 이후 과정에 대해 의원님 말씀하신 부분하고 약간 다른 사정도 없진 않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해당 버스기사가 해임 이후 10년간 일자리를 찾지 못했으며 자녀 3명을 부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부연했다.
가족을 부양할 수 밖에 없던 당시 버스기사의 상황을 재판 과정에서 심리하지 않았느냐는 이 의원 질의에 오 후보자는 "그 부분 기억은 안납니다만 이 사건도 조사 과정에서 의원님이 알고 계시는 것하고 다른 사정도 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 의원이 800원 횡령 버스기사의 해임인정 판결과 85만원 향응수수 검사 면직처분 취소 판결을 가리켜 "(재판에) 균형이 없다"고 지적하자 "오랫동안 재판하면서 나름대로 가능한 범위에서 사정을 참작하려 했으나 미처 살피지 못한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85만원 향응수수 검사 면직처분 취소' 판결을 두고 집중 질의에 나섰다.
양이 의원이 "(수수금액을) 100만원 이하로 낮추려고 한 의도가 보이는데 해당 부분을 따지지 않았느냐"고 묻자 오 후보자는 "그 시절은 청탁금지법 시행 전인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양이 의원이 "향응접대를 받은 것은 따지지 않으면서 '800원 착복' 해고는 당연하다고 보는 것이 당연한가. 본인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용기와 자질이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묻자 "구체적으로 사건 경위를 설명드릴 것도 있지만 지적하시는 취지는 제가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 딸 대여금 누락 "깜빡하고 놓쳐… 자신신고로 바로 잡아"
이날 오 후보자는 공직자 재산신고 때 부인이 딸에게 빌려준 돈을 누락했다 뒤늦게 신고한 데 대해선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지난해 재산사항 증감 변동만 하다보니 깜빡하고 놓쳤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의에 오 후보자는 "보통 재산신고할 때 전년도 재산의 증감 변동을 주로 하게 된다. 새로이 재산취득한 경우가 보통 없기 때문에(실수로 누락한 것)"라며 이같이 말했다.
오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오 후보자는 2019년 4월25일 부인이 장녀 부부에게 1억6200만원을 대여한 내역을 2020년 신고에서 누락했다가 2021년 재산신고 때 바로잡았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공직자가 재산신고를 누락하면 소속 기관에 해임 또는 징계 의결을 요구할 수 있다.
그는 "그 부분을 잊고 있다가 1년 뒤 2020년도 말, 2021년 초 (재산신고) 시기에 '이거 반드시 넣어야겠다, 잊지 말고 넣어야겠다'고 해서 신고하면서 비고란에 '지난해 신고했어야 하는데 착오로 신고 못했습니다. 올해 정확히 신고한다'고 기재했다"며 "시정요구를 받아서 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9년 4월25일께에 돈을 빌려줬는데 그 과정을 저희 처가 주로 맡아서 했다"며 "그 다음달부터 매달 말에 이자조로 적당 금액, 정해진 금액을 받아온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배우자 명의 오피스텔 가액을 허위로 재산신고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제가 (재산)공개 대상자로 최초 신고한 건 2013년인데 그때는 부동산 공시지가로 신고하도록 돼 있었다"며 "2018년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실거래가와 공시가 중에서 높은 금액을 써내라고 했는데, 저희처럼 이미 신고된 사람들은 과거처럼 공시지가로 신고하도록 그런 내용이었다"고 해명했다.
◇ 대법관·헌법재판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검증 대상 아냐
오 후보자는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경우 법무부의 인사정보관리단 검증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안호영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원장, 헌법재판관의 경우에도 대통령이 의뢰하면 1차 검증을 법무부가 할 수 있다고 보이는데,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고 묻자 "그렇게 해선 안 되겠죠"라고 답했다.
안 의원이 '한동훈 장관도 예외적으로 (대통령이) 의뢰하면 가능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지 않느냐'고 재차 질의하자, 오 후보자는 "만약 그 요청이 있으면 하겠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대통령이 임명권을 가진 행정부 내지 공공기관에 관한 것이라면 100% 그것은 제가 뭐라고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대상이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에 해당한다면 그런 일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 후보자는 윤 대통령과의 사적친분 논란과 관련해 "대학 다닐 때도 식사하게 되면 술을 같이 나누곤 했다"며 "보통 저녁에 만나게 되는 경우엔 술을 곁들이는 경우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적 인연이 크게 없다는데 윤 대통령 결혼식에도 참석했다고 답변하셨다. 후보자 결혼때도 윤 대통령이 참석했느냐'는 질의에는 "제가 1988년 결혼했는데, 하도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은 안 난다"며 "(윤 대통령이 참석)했어도 이상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오 후보자는 인천·부천노회민주노동자회(인노회)를 '이적단체'로 규정한 김순호 경찰국장 발언에 대해선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이 '행정부 고위관료가 대법 판결을 정면 부정하는 발언을 버젓이 하는 상황이 적절하느냐'고 지적하자 "대법 판단 내용과 반대되는 그런 언행을 하는 것은 고위공직자로서 적절치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인노회가 이적단체인가'라는 물음에도 오 후보자는 "대법에서 이적단체가 아니라고 했기 때문에 존중한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20년 재심에서 인노회가 이적단체가 아니라는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확정했다.
그러나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은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인노회는 이적 단체다. 26살때부터 1년 넘게 좀 활동했다"며 "이런 걸 해소하는 길이 무엇인가를 생각한 끝에 경찰이 되기로 했고, 특채시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응시해 채용됐다"고 말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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