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주식·코인 빚투 탕감' 서울에선 해주는데… 지역차별 논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29 18:11

수정 2022.08.29 18:11

지난달 서울회생법원 준칙 시행
변제금에 투자손실금 반영 안해
타지역보다 갚아야 할 돈 줄어
"주소지 옮겨야 되나" 원성 가득
빚을 갚을 수 있는 만큼 갚고 나머지는 탕감받을 수 있는 개인회생제도를 놓고 서울과 지역간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주식과 가상자산 투자 실패로 진 손실금을 갚아야 할 돈 총액에서 제외하는 빚 탕감이 서울회생법원에서만 가능해서다. 부산·인천 등 지방 법원에선 같은 조건의 손실금을 탕감받을 수 없다. 청년세대 '빚투(빚내서 투자)' 구제를 놓고 "지방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채무자들만 불리한 것 아니냐"며 지방 차별 논란이 불거진 이유다. 빚 탕감과 같은 민감한 문제에서 지역간 차별 등 논란의 소지가 없도록 통일된 준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회생법원에 접수된 지난달 개인회생 신청 건수(총 1544건) 중에 20대 비중이 21%(322건)에 달했다.

29일 지방법원 및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개인회생법원은 지난달부터 주식이나 가상화폐를 '투자 원금'이 아닌 '현재 가치'로 반영하고 있다. 부동산과 같은 다른 자산처럼 없어진 가치를 재산에 포함하는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취지다. 즉 청산가치에서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로 입은 손해액을 빼면서 갚아야할 변제금도 줄어들었다.

예를 들어 1억원을 가상자산에 투자했다가 시세가 급락해 3000만원까지 떨어졌다면 청산가치는 3000만원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개인회생을 신청할 경우 변제금은 3000만원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준칙을 제정하며 "최근 급증하고 있는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파탄에 빠진 청년들의 개인회생 문턱을 낮춰 빠른 복귀를 돕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법원의 개인회생절차는 일정 소득이 있는 채무자가 3~5년간 일정 금액의 변제금을 갚으면 나머지 채무를 감면하거나 탕감해주는 제도다. 변제금은 월 소득 및 청산가치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문제는 서울회생법원 외에 부산, 인천 등 여러 지방법원들은 아직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 외 지방법원 13곳은 개인회생 시 주식·가상자산 투자 손실 변제에 관한 실무준칙을 마련할 계획이 없거나 아직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법 관계자는 "서울회생법원의 준칙이기 때문에 타 지역하고는 무관한 상황"이라며 "이번 구제책 관련 아무런 논의를 한 적 없고 그동안 하던 것처럼 개인회생을 신청한 채무자의 특성을 개별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거주자 혹은 서울에 직장을 가진 채무자는 주식·가상자산에 대한 '빚투' 손해 구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반면 타 지역에서 가상자산 등의 투자에 실패한 사람들은 회생절차 과정에서 손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개인의 채무조정과 관련한 준칙이 서울과 지방이 다르지 않도록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회생법원에서 소송·회생·파산 등 개인회생 관련 업무를 맡았던 강지훈 변호사는 "주식 및 가상화폐 투자 손실금은 현재 채무자가 보유하고 있는 경제적 이익이 아니기 때문에 서울회생법원의 준칙 408조는 시기적절하게 잘 세워진 준칙"이라며 "어느 법원에 신청하느냐에 따라 재판 결과가 달라지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조계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의 경직된 대응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있다.
서울회생법원 파산관재인으로 활동 중인 홍현필 변호사는 "법원행정처가 지침을 마련해왔지만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 이후 법원이 기준을 세우는 것이 직권남용으로 여겨지는 인식이 많아졌다"며 "일단 서울회생법원의 준칙을 타지역의 법원들이 따라가거나 각 법원 내부에서 교통정리를 해야 지방 채무자들의 피해가 경감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