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올겨울 에너지 대란 온다…노후 원전 다시 돌리는 美·유럽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29 18:13

수정 2022.08.29 18:13

신축보다 싸고 빠르게 에너지 수급
美·英·獨·벨기에, 수명 연장 검토
IEA도 "친환경적인 선택" 옹호
佛 신규원전 14기 장기 건설 추진
안전과 환경 문제로 원자력 발전소를 닫으려 했던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올해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가 부족해지자 오래된 원전의 수명을 늘리고 있다. 이들은 당장 에너지가 급한 상황에서 원전 신축보다 싸고 빠르게 에너지를 얻기 위해 원전 보수에 집중하고 있다.

월스트리저널(WSJ)은 28일(이하 현지시간) 서방 국가들이 원전의 사용 기한을 늘리기 위해 돈과 정치적 지원을 모으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전은 천연가스를 비롯한 러시아의 화석연료에 버금가는 에너지를 만들면서 앞서 서방 국가들이 약속한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대응해 유럽행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아 올겨울 에너지 대란이 예상된다.

현재 프랑스는 이러한 에너지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앞으로 수십년 동안 14기의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과 체코, 폴란드 등도 신규 원전 건설을 계획하고 있지만 원전 착공부터 소비자가 실제 전력을 얻기까지는 최소 10년 이상 걸린다. 이에 서방 국가들은 지금 운영하는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원전의 설계 수명은 일반적으로 약 40년이며 수명이 다한 원자로는 폐로 처리된다.

WSJ에 따르면 벨기에는 2025년 중단 예정인 원전 2기의 가동을 2036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독일도 당초 올해 말까지 자국 내 모든 원전을 폐쇄할 계획이었지만 마지막으로 가동중인 원전 3기의 수명을 내년까지 연장하는 문제를 놓고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은 임박한 에너지 대란을 지적하며 원전을 더 오래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 캘리포니아주 전력의 약 8%를 생산하는 디아블로 캐니언 원전 역시 가동 연장이 검토되고 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2024년 폐쇄가 예정된 해당 원전을 최소 2029년까지 가동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지난해 버지니아주 서리 원전 1·2호기의 수명을 20년 연장해 80년으로 늘렸다. 지난해 기준 운전 승인 기간이 80년에 이른 미 원전은 6기였다.

영국의 경우 지난 1일부로 힝클리포인트B 원자로를 폐쇄했으며 2028년까지 영국 내 모든 원전을 폐쇄할 예정이다. 그러나 원전 운영사인 프랑스 계열의 EDF에너지는 영국 원자로의 수명을 20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때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 이후 원전에 유보적이었던 일본도 지난 24일 발표에서 최장 60년인 원전의 운전 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알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여름 발표한 보고서에서 "원전의 수명 연장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경제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IEA는 풍력이나 태양열 발전의 경우 최근 기후 변화로 발전 자체가 불안하다며 원전 수명 연장을 옹호했다.

물론 원전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선 각종 장비를 교체하고 시설을 보강해야 한다. 프랑스 정부는 자국에 있는 56개 원전들을 원래 수명인 40년 후에도 계속 가동하기 위한 안전비용으로만 500억유로(약 67조원)를 책정했다. 해당 비용 원전 신축이나 비슷한 발전량의 친환경 에너지 설비 구축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문제는 앞으로 원전을 더 사용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NRC는 지난 2월 미 플로리다주 터키포인트 원전의 수명 연장 승인을 취소했다. 위원회는 2019년에 해당 원전의 수명을 20년 더 연장해 총 80년으로 승인했지만 최근 연구 결과 해수면 상승으로 원전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원전은 운영 중에 계속 막대한 물로 냉각로를 식혀야 하는 만큼 바닷가나 강가에 위치하며 사용한 냉각수를 다시 인근에 방출해 주변 환경에 큰 영향을 끼친다.

실제로 이달 프랑스 원전들은 인근 강물이 냉각수로 쓰기에 너무 뜨겁고 사용한 이후에 다시 배출하기에도 온도가 너무 높아 발전량을 줄이기도 했다.
아울러 영국에서는 EDF에너지가 자체 검사한 결과 일부 원자로에서 수리 불가능한 손상이 발견되기도 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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