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붐비는 스톡홀름 지하철 ‘노마스크’ 인파... "팬데믹 극복, 마스크보다 정부를 믿는다" [북유럽 리포트]

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29 18:24

수정 2022.08.31 16:21

스웨덴 ‘일상 복귀’ 6개월... ‘코로나 제한 해제’ 국민 반응은
2월부터 콘서트·축제 인원 제한 사라져
최대 규모 축제 ‘미드솜마’ 3년만에 부활
"팬데믹 아직 안끝났다" 경계하면서도
"마스크, 예방효과 없다" 일반적 반응
거리두기 정도의 느슨한 방역정책 지속
국민들 "보건당국 정책 옳은 결정" 신뢰
지난 26일 스웨덴 스톡홀름시 중심가의 한 패션거리에서 스웨덴 사람들이 길을 걷고 있다. 사진=박소현 기자
지난 26일 스웨덴 스톡홀름시 중심가의 한 패션거리에서 스웨덴 사람들이 길을 걷고 있다. 사진=박소현 기자
스웨덴 사람들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티센트럴역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박소현 기자
스웨덴 사람들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티센트럴역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박소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스톡홀름(스웨덴)=박소현 기자】 지난 2월 9일 스웨덴 정부는 "코로나19는 더 이상 우리를 위협하지 않는다"며 일상으로의 복귀를 선언했고 스웨덴 제2의 도시 예테보리에서는 불꽃놀이를 하며 이를 환호했다. 당시 유럽이 오미크론 변이 코로나19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가 뚜렷했지만 스웨덴과 이에 앞서 덴마크의 일상복귀 결정은 파격적이었다.
스웨덴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규제법률 등 국내 규제뿐만 아니라 해외 입국자에 대한 백신 3차 접종 여부를 묻는, 즉 '백신패스' 규제도 풀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약 6달이 지났다. 스웨덴의 코로나19 일일 신규확진자는 지난 1월 27일 3만7863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4월부터는 다섯 달째 1000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중환자 수도 지난 1월 넷째주 97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6월 초 10명 아래로 내려왔다가 최근 20명 내외로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상으로 돌아간 스웨덴 사람들은 코로나19를 어떻게 평가할까.

지난 2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시의 티센트럴역. 스톡홀름시의 지하철 노선이 대다수 경유하는 이 역은 두 달여의 여름휴가가 끝난 뒤 출근하거나 학교를 가는 스웨덴 사람들과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하지만 실외는 물론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쓴 사람은 찾기 어려웠다. 스톡홀름 중심가에 있는 공원 '왕의 정원'에도 점심시간을 맞은 직장인이 뜨거운 햇살 아래서 삼삼오오 모여 인근의 푸드트럭에서 판매하는 도시락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휴식을 취하는 등 늦여름을 만끽하고 있었다.

지난 2월부터 콘서트·축제에서 인원 제한도 사라지면서 스웨덴을 대표하는 최대 규모의 축제인 '미드솜마(Midsommar)'도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부활하는 등 올여름 스웨덴은 코로나19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간 모습이었다.

■"팬데믹 아직 끝나지 않았다"…신중한 스웨덴

하지만 이날 기자가 만난 스웨덴 사람들은 "이제는 '코로나19'가 감기 혹은 바이러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났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방인인 기자가 보기에는 스웨덴은 코로나19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지만 이들은 연령과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조심하면서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티나씨(59)는 "아직 팬데믹은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스웨덴 사람들은, 특히 나이든 사람들은 많이 조심하면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웨덴은 코로나19를 겨울철에 유행하는 여러 바이러스 중 하나로 선택하고 일상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대 직장인 존과 스베앙 또한 "우리가 여름을 즐기는 등 일상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를 꽤 오랫동안 뵙지 못했다"면서 "우리는 젊기 때문에 이제 코로나19를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감기' 정도로 생각하지만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스웨덴 사람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약 2년을 필수직종 외 재택근무를 했고 지난 2월 일상으로의 복귀를 선택한 이후에도 유연근무제를 통해 출퇴근시간 혼잡도를 자체적으로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여전히 아픈 경우 집에서 쉬거나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기업문화가 조성돼 있다.

지역병원에서 근무 중인 한스씨(65)는 "우리가 일상을 살 수 있는 이유는 이미 코로나19에 대한 정보가 아주 많기 때문"이라면서 "처음에 코로나19와 전투하듯 싸웠고 병원은 전쟁터 같았는데 2년 동안 수많은 연구결과가 나온 지금 더 이상 무섭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점이 코로나19 이전과 아주 다르다"고 강조했다.

■마스크 무용론 '확신'

하지만 스웨덴 사람들은 마스크 의무착용은 코로나19 예방효과가 없다는 것이 일관적인 반응이었다. 스웨덴 보건당국의 지침인 "사회적 거리두기가 마스크 착용 의무화보다 훨씬 효과적이다"라는 교과서적인 답변이 돌아왔고, 현재 스웨덴의 유일한 마스크 착용 의무화 공간인 병원 밖을 나서면 마스크를 벗는 것은 당연했다.

대형병원에서 일하는 비아트리스씨(30)는 "나는 간호사지만 병원 안에서만 마스크를 쓸 뿐 병원 밖에서는 붐비지 않는 공간이라면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리기베씨(59)는 "많은 사람들이 백신 부스터샷까지 맞았고 또 코로나19에 감염됐기 때문에 더 이상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일상을 살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스웨덴 정부는 지난 2020년 초부터 일관되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했을 뿐 마스크는 대중교통 등 일부 실내공간에서 권고 수준에 그쳤다. 기자가 취재하는 총 5시간 반 정도의 시간 동안 마스크를 쓴 사람은 20명을 겨우 웃돌았다. 그들에게 마스크를 쓴 이유를 물어보니, 스웨덴에 휴가나 출장을 온 외국인이거나 감기 등 현재 컨디션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마스크 착용 의무 규제가 한국만큼 강했던 독일인도 마스크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스톡홀름 중앙역에서 만난 한 독일인은 "우리도 정말 강력하게 마스크 규제를 하는 나라인데도 코로나19에 많이 확진됐고 아픈 사람도 많았다"면서 "마스크가 더 이상 코로나19로부터 나를 보호해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웨덴 정부 '신뢰'

스웨덴은 코로나19 팬데믹 초반, 북유럽 4개국(스웨덴·덴마크·핀란드·노르웨이) 중 적극적인 방역 정책을 유일하게 펼치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인원 통제만 고수했다. 이 과정에서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사망자가 급증했지만 여전히 방역 정책의 기본 방향을 바꾸지 않아 코로나19를 느슨하게 퍼뜨리는 이른바 '집단면역'이 정책목표가 아니냐는 비난이 집중됐다.

하지만 정작 스웨덴 사람들은 스웨덴 보건당국에 꾸준한 신뢰를 보냈다. 존씨는 "정부가 때로는 무엇을 하는 지 모르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면서도 "그럼에도 정부가 거짓말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지금의 방향을 보면 옳은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한스씨도 "스웨덴 정부는 항상 신중하게 정책을 결정하기 때문에 신뢰한다"고 전했다.

스웨덴 보건당국은 1인당 병상수가 유럽에서 최하위권인 현실에 기초해 애초부터 의료시설은 중환자 중심으로 운영하고 증상이 경미한 확진자는 증상이 사라질 때까지 집에서 쉬도록 했다.

스웨덴 보건당국이 발표한 올해 코로나19 중환자수와 사망자수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월 모든 규제를 푼 이후에도 중환자수와 사망자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5 유행에 따라 최근 소폭 증가했다.

이와 관련, 스웨덴 보건당국은 이번 변이 코로나19 재유행의 정점을 내달 말로 예상하고 있다. 일일 확진자수는 최대 약 7000명 정도로,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추가 조치는 4차 백신 추가 접종 외에는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코로나19 증상이 있더라도 PCR을 받지 않아도 된다. 아직 4차 백신을 맞지 않은 고위험군과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접종을 독려하고 이른 시일 내에 12세 이상 전 국민의 4차 백신 접종에 나설 계획이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이번 재유행 고점을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지난 1~2월과 같지 않을 것"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위험군과 65세 이상 고령자가 가을에 추가 접종을 받아 사망 위험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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