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부터 3차례 오디션…900명 지원 주인공 4명 뽑혀
불합리한 어른들에 맞서는 용감한 소녀 역할 신바람
9세~11세 소녀들 셀렘 속 연습 한창…10월5일 개막
고사리 같은 손이 하나둘 책상 위에 차곡차곡 포개졌다. 한 달여 남은 뮤지컬 '마틸다'의 첫 공연을 앞두고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마친 직후였다.
네 소녀는 다짐을 되새기듯 우렁찬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더니, 꺄르르 웃으며 곧바로 장난기 어린 얼굴로 돌아왔다. 인터뷰 내내 "떨린다"고 입을 모았지만, 반짝이는 눈으로 답변하는 네 소녀는 씩씩하고 당당한 '마틸다'였다.
2018년 초연 이후 4년 만에 돌아오는 뮤지컬 '마틸다'가 오는 10월5일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130㎝ 정도 키에 10살 내외의 작은 소녀인 마틸다를 찾기 위한 여정은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됐다. 평균 연령 11세의 약 900명이 지원했고, 지난 3월까지 3차에 걸친 오디션을 통해 20명의 아역 배우가 뽑혔다. 그 과정에서 마틸다에 가장 어울리는 주역 4명과 학교 친구들이 결정됐다.
4월 오디션에 최종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곤 "너무 행복했다"고 네 소녀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결과가 믿어지지 않아 그 자리에 멍하니 있거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손으로 날갯짓하며) 정말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최은영) "뿌듯하고 저 자신이 자랑스러웠죠. 설렜어요."(임하윤) "그 순간 말이 안 나왔죠. 몇초 후엔 기뻐서 눈물이 났어요."(하신비) "발표가 미뤄지면서 계속 긴장했는데, 합격을 듣고 기분이 너무 좋아서 기절할 뻔했죠."(진연우)
드라마와 방송 등으로 연기 경험이 있는 임하윤은 "뮤지컬 무대가 어떨지 궁금하다"고 했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나고 꿈이라고 생각될 때도 있어요. 뮤지컬은 방송과 다르게 저를 보러와 준 분들이 눈앞에 있어서 더 떨리지만 이겨내면 뿌듯할 것 같아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 출연했던 최은영과 '괘방령' 등에 참여한 진연우도 대극장 무대 주연으로 나서는 데 설레했다.
"제가 모두를 이끌어나간다는 생각이 커요. 사실 어둠을 무서워하는데, 마틸다는 혼자 있을 때 암전되거나 어두운 장면이 많아요. 무서워하면 안 되기에, 극복하려고 노력 중이에요."(최은영) "뮤지컬을 정말 좋아해요. 어리다 보니 조금밖에 출연을 못 했는데, '마틸다'는 다르잖아요. 어린 소녀가 큰 무대의 주인공이죠. '작지만 위대한 영웅'이라는 말이 제 마음에 쏙 들었어요. 주인공으로 책임감을 갖고 더 열심히 연습해야죠."(진연우)
"연기가 제일 재밌지만, 가장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5월부터 4개월간 또렷한 발성을 위한 발음 교정 수업부터 연기, 노래, 안무 등 연습을 이어왔다. A4 1페이지가 넘는 긴 독백은 물론 천재 소녀인 만큼 어른들이 쓰는 어려운 말들도 척척 소화해야 한다. '빌리 엘리어트'가 발레, 아크로바틱 등 다양한 춤을 선보인다면 '마틸다'는 대사와 노래에 더 집중돼있다.
"마틸다 대사가 엄청 많아요. 머릿속이 대사로 꽉 차있죠. 무대에서 대사를 잊어버릴까봐 걱정도 조금 되긴 해요. 그래서 연습을 많이 하고 있죠. 힘들지만 재밌어요. 조금씩 발전하는 걸 느껴요."
임하윤도 "'연습한 대로만 하자'고 생각한다. 즐기고 오자고 스스로 속삭이면 파이팅할 힘이 생긴다"고 했고, 하신비도 "'나는 할 수 있어. 자신 있어' 조용히 다짐하면 힘이 난다. 발레 콩쿠르 때도 그렇게 해왔다"고 전했다.
극 중 만 5살 소녀인 마틸다는 책을 좋아하고 폭력적이고 불합리한 어른들에게 맞서는 용감한 소녀다. 사물을 움직이는 초능력으로 악당 트런치불 교장을 혼내준다. '이건 옳지 않아!'라는 대사가 가장 마음에 든다는 진연우는 "마틸다가 어떤 캐릭터인지 이 한 문장이 말해준다. 겉으로는 무표정에 차갑고 무뚝뚝해 보이지만 속은 따뜻한 친구"라며 "잘못된 걸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저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은영은 '그 누구도 나 대신 해주지 않지. 내 손으로 바꿔야지 나의 이야기. 때론 너무 필요해 약간의 똘끼' 대사를 꼽았다. "마틸다가 6~7살쯤 나이잖아요. 그런데 용감하게 스스로 미래를 바꿔나간다는 게 감동적이죠. 저도 그렇게 하고 싶어요.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만들어서 들려주는 걸 좋아하는 면이 비슷해요."
책 읽기를 좋아하는 임하윤과 하신비도 마틸다에 공감했다. 임하윤은 "자고 일어난 후 사자머리가 되는 것도 같다"며 "그 누구도 나 대신 해주지 않는다는 말이 가장 좋다. 그 누구도 저 대신 마틸다를 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신비도 "저는 쑥스러움이 많은데 마틸다처럼 당당하고 용감해지고 싶다"고 했다.
공연은 내년 2월 말까지 5개월간 이어진다. 앞으로 배우를 꿈꾸는 네 소녀는 공연을 마친 후엔 "마틸다처럼 어른스러워져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작품은 제 마음 안에 있는 어떤 작은 공간을 꽉 채워주는 기분이죠. 바로 행복으로 채워지는 공간이에요. 공연하며 어려운 말들도 배워서 아는 게 많아질 것 같아요."(최은영)
"저는 장난꾸러기인데, 조금은 어른스럽게 변해있을 것 같아요. 불타오르게 연습할 테니까 많이 보러와 주세요!"(임하윤)
"남은 한 달 동안 진짜 열심히 연습할게요. 공연이 끝나는 날엔 지금보다 더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제가 돼 있을 거예요."(하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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