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러시아, 독일-프랑스行 천연가스관 잠궈...에너지 대란 현실로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31 14:46

수정 2022.08.31 14:46

러시아 가스프롬, 정비한다며 독일로 가는 가스관 잠궈
업계에서는 다른 핑계로 계속 가스공급 중단할 수 있다고 우려
프랑스에도 천연가스 공급 막아, 에너지 배급제 현실로
주요 기업 및 정부 나서 천연가스 절감 대책 마련
지난 3월 8일 독일 루브민에서 촬영된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시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3월 8일 독일 루브민에서 촬영된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시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천연가스로 유럽을 압박하고 있는 러시아가 독일과 프랑스에 천연가스 수출을 중단했다. 현지에서는 러시아가 수출을 언제 재개할지 알 수 없다며 올 겨울 난방철에 에너지 배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비관론이 퍼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인 가스프롬은 8월 31일(현지시간) 발표에서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운영을 9월 2일까지 3일 동안 중단한다고 밝혔다. 해당 시설은 러시아에서 발트해 바닥을 지나 독일로 이어지는 천연가스관으로 러시아의 천연가스가 서유럽으로 가는 핵심 통로였다. 독일은 천연가스 수요의 55%를 러시아산으로 충당했지만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을 줄였다. 러시아 역시 시설 고장 등을 이유로 천연가스 공급량을 계속 줄였으며 이날 운영 중단 당시 수송량은 최대 용량 대비 20%에 불과했다.
가스프롬은 "유지 보수 작업에서 오작동이 확인되지 안는 한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가스 공급은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에너지 업계에서는 러시아가 또다시 다른 핑계를 대며 노르트스트림1 작동을 미루거나 아예 멈출 수 있다는 분위기다.

독일은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국과 중동 등에서 천연가스를 매입해 비축하고 있다. 현재 독일의 가스 비축량은 83% 이상까지 도달했다. 독일 정부는 올 하반기 가스 비축량 목표를 오는 10월 1일까지 85%, 11월 1일까지 95%로 잡았다.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에서 독일 다음으로 경제 규모가 큰 프랑스 역시 러시아 천연가스를 얻을 수 없게 됐다.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가스프롬은 8월 30일 발표에서 프랑스 에너지 기업 엔지에게 9월 1일부터 가스 대금을 다 받을 때까지 천연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한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가스프롬은 지난 7월에 공급한 천연가스 값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가스프롬은 8월 30일 오전만 하더라도 가스 공급을 줄이겠다고 알렸지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공급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독일과 달리 전력 생산과 난방에서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다. 프랑스의 천연가스 수요 가운데 러시아산은 17%에 불과하여 독일에 비하면 크게 낮은 편이다. 더욱이 엔지가 수입하는 천연가스 중 러시아산의 비중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만 해도 17%였지만 전쟁 이후 4% 수준으로 줄었다. 프랑스는 전체 전력 생산의 70%를 원전 56기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원전 중 32기가 일상적인 유지 보수 또는 부식 위험 평가를 위해 멈춰있다.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는 지난 8월 29일 프랑스 경제인연합회 연례 총회에 참석해 올 겨울에 에너지 배급제를 실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집단적으로 행동한다면 (에너지) 부족 위험을 극복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절약을 강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배급을 해야 한다면 기업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쿼터거래제를 포함한 비상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역시 비상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독일 정부는 지난주 공공건물 난방 온도를 제한하고 야간 조명 광고 사용을 금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BASF)는 전력과 증기 생성을 위해 천연가스 대신 석유를 사용하고 천연가스를 많이 사용하는 공장의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또 다른 화학기업 에보닉은 전력생산을 위해 운용하던 석탄화력발전소를 오는 10월에 천연가스화력발전소로 교체하려던 계획을 잠정 연기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역내 천연가스 사용량을 최근 5년 평균치 대비 15% 줄이는 비상계획을 시작했다.
EU 에너지 장관들은 9월 9일 긴급 회의를 열어 전력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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