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열심히 빚 갚은 나만 호구"…성실 상환자 '30조 새출발기금' 불만

장유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01 05:00

수정 2022.09.01 10:57

오는 10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을 놓고 모럴헤저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8월 31일 서울 중구 명동 상가에 '임대' 문구가 붙어 있다. /뉴스1
오는 10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을 놓고 모럴헤저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8월 31일 서울 중구 명동 상가에 '임대' 문구가 붙어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최근 금융위원회가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들의 재기를 돕기 위해 새출발기금 운영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일부 자영업자·소상공인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성실하게 빚을 갚은 이들에겐 역차별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정부가 고신용 소상공인을 위한 세심한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10월부터 새출발기금 30조 푼다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프로그램 /그래픽=정기현 기자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프로그램 /그래픽=정기현 기자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어 대출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오는 10월부터 30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채무조정 프로그램 ‘새출발기금’을 시행한다. 코로나 피해 개인사업자 또는 소상공인으로 90일 이상 장기연체에 빠진 ‘부실차주’와 연체 90일 미만 또는 근시일 내 장기연체에 빠질 위험이 큰 ‘부실우려 차주’가 그 대상이다.

부실차주에게는 보유 재산을 넘는 순부채의 60~80%에 대해 원금감면을 지원한다. 감면율은 소득 대비 순부채 비중, 경제활동 가능기간, 상환기간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부실우려 차주에게는 원금 감면 대신 금리 감면을 지원한다. 연체가 30일 미만일 경우 9% 초과 고금리분에 대해 9% 금리로 조정되며, 연체가 30일 이상 90일 미만일 경우에는 상환기간에 따라 단일 금리로 조정된다.

이 같은 정부의 새출발기금 시행에 대해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한숨 돌렸다는 분위기다.

한 자영업자는 “코로나19 기간에 많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자금사정이 악화됐는데 이번 정책으로 그나마 숨통이 조금 트일 것 같다”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입장문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폐업을 선택한 후 현재까지 기존 대출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사업자 대출로 감당이 안 돼 가계대출까지 받으며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버텨온 소상공인이 새출발기금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길이 생긴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성실 상환자에 역차별" 비판 목소리

하지만 새출발기금을 놓고 일부 자영업자·소상공인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성실하게 빚을 갚은 성실 채무자에겐 역차별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자영업자는 “돈 없어도 대출 연체 안 하려고 열심히 갚은 내가 호구같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도 “지금까지 어떻게 해서 이자라도 꼬박꼬박 내고 있었는데 앞으로가 더 막막하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대출 연체라도 할 걸 그랬다”고 토로했다.

특히 새출발기금이 손실보전금 등을 수령했거나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이용한 이력이 있는 차주를 대상으로 하면서 또 다른 사각지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현재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중 안타깝게 손실보전금에서 제외된 사람이 많다”면서 “그런데 새출발기금 조건 중 하나를 손실보전금 수령으로 하면서 손실보전금도 받지 못하고 새출발기금에서도 제외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들에겐 이중고, 삼중고가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소상공인연합회 역시 새출발기금 정책에 ‘사각지대’가 남아있다는 부분을 지적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정책에도 여전히 사각지대가 남아있어 아쉽다”며 “만기연장 상환유예 종료를 앞두고 성실하게 채무를 이행하는 소상공인들이 역차별이라고 느끼지 않도록 고신용 소상공인을 위한 저리 특례자금, 가계대출을 포함한 폭넓은 대환대출, 만기연장, 장기상환 전환 등의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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