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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거는 했는데"…대전 은행강도 피의자들 살인 혐의 부인

뉴스1

입력 2022.08.31 15:55

수정 2022.08.31 15:55

백기동 대전경찰청 형사과장이 30일 오후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미제사건 피의자 검거 관련 수사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2022.8.30/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백기동 대전경찰청 형사과장이 30일 오후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미제사건 피의자 검거 관련 수사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2022.8.30/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왼쪽부터 이승만, 이정학. (대전경찰청 제공)
왼쪽부터 이승만, 이정학. (대전경찰청 제공)


(대전=뉴스1) 이시우 기자 = 21년만에 대전 은행강도 살인사건 용의자들은 검거됐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들이 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이를 입증할 증거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전경찰은 지난 27일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이승만(52), 이정학(51)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닷새째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경찰은 21년 전 범행 현장에서 수집한 마스크에서 유전자 정보를 확인하고 4년 여의 추적 끝에 지난 25일 강원 정선에서 이정학을 체포했다. 이어 이정학이 공범으로 지목한 이승만도 같은 날 대전에서 긴급체포했다.



범행 후 연락을 끊고 각자 타 지역에서 생활한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도 상반된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체포된 이정학은 범행을 대부분 시인하며 경찰 수사에 협조적이다. 다만 권총을 쏴서 은행 직원을 사망하게 한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만은 현재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이정학의 진술에 무게를 싣고 이승만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승만이 범행을 주도했다고 주장하는 이정학은 '경찰관에게서 탈취한 권총을 이승만이 관리했고 범행 후 바다에 버렸다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승만이 범행 등 상황을 주도했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경찰도 이승만과 이정학이 고등학교 동창 사이지만 주변 인물들의 진술을 종합해 이승만이 관계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 은행 현금수송차량에서 훔친 3억원도 이승만이 2억1000만원, 이정학이 9000만원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백기동 대전청 형사과장은 지난 30일 열린 수사 브리핑에서 “이정학은 실제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구체적인 상황을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어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반면 이승만은 범행을 부인하고 프로파일 분석 등을 통해서도 거짓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승만은 혐의 자체를 부인하고 있고 이를 입증할 직접 증거가 부족한 상황이며 특히 2명 모두 살인죄에 대해서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범행에 사용한 총기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고 범행 현장에서 확인된 유전자 정보도 이정학의 것 밖에 없는 상태이며, 당시 현장에는 CCTV도 없어 이승만이 범행 현장에 있었다는 점을 증명할 만한 증거는 목격자와 목격자 진술을 통해 확보한 몽타주 등에 불과하다.

경찰은 전날 진행한 브리핑에서도 이승만에 대한 구체적인 범죄 혐의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정학에 따르면”이라는 단서를 붙여 설명했다.

경찰이 끝내 이승만의 살인혐의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재판에서 유죄를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번 사건이 살인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수사가 계속된 점을 고려하면 공소 유지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변호사는 “살인죄와 같은 중한 범죄의 경우 살인의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간접 증거나 정황증거로도 유죄가 인정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유죄가 인정되려면 간접·정황증거가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 즉 직접 증거가 존재할 만큼의 증명이 가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찰이 직접 증거만큼 범죄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공소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를 찾아 피의자들을 강도살인 혐의로 법정에 세운다는 계획이다.

백기동 대전경찰청 형사과장은 “지난 3월 용의자가 특정이 된 뒤 체포하기까지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무수히 노력했고 검찰과도 수차례 상의했다”며 “그동안 확보한 증거로도 범인이 확실하고 단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종 판단은 법원이 하겠지만 남은 기간 추가 수사를 통해 증거 확보는 물론 기소 후에도 검찰과 협조해 공소유지가 잘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