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론스타에 3000억원 배상, 관련자 책임 물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31 18:30

수정 2022.08.31 18:30

배상과 이자 혈세로 물을 판
법무부, 판정 취소 신청 검토
한덕수 국무총리가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에서 열린 규제혁신추진단 현판식을 마친 뒤 ″론스타 매각에 개입한 적 없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덕수 국무총리가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에서 열린 규제혁신추진단 현판식을 마친 뒤 ″론스타 매각에 개입한 적 없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뉴스1
우리 정부가 '먹튀' 논란을 불렀던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2억1650만달러(약 2925억원)를 배상하라는 판정을 받았다. 10년에 걸친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S) 소송 결과다. 이자도 1000억달러나 되기 때문에 총지급액은 4000억원을 넘는다. 국민 혈세로 갚아야 할 판이다.

론스타는 우리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승인을 미뤄 계약이 파기되는 바람에 손해를 봤고, 하나금융지주에 팔 때도 정부가 가격인하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46억7950만달러(약 6조2860억원)의 청구금액 중 인용된 것은 4.6%다. 론스타의 주장이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선방했다고 보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도 4000억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지방 작은 군의 1년 예산과 맞먹는 금액이다. 국제적으로 이런 소송이 종종 벌어지고, 과거에도 물어준 적은 있지만 1000억원에 미치지 않았다. 더욱이 이미 4조원 넘는 돈을 챙긴 론스타에 또 거액을 배상해야 한다고 하니 울화통이 치밀어 오른다. 다행히 정부는 판정취소 신청을 검토 중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8월 31일 "비록 론스타 청구액보다 감액됐으나 중재판정부 판정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판정을 계기로 애초 외환은행의 매각결정 라인에 있었던 관료들의 책임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한덕수 국무총리는 론스타의 법률대리인인 김앤장의 고문이었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이었다. 한 총리는 당시 "론스타의 투자가 없었다면 외환은행은 파산 상태로 갔을 것"이라고 했었고, 추 부총리도 인사청문회에서 "당시로 돌아가도 아마 그렇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둘 다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2007년부터 대주주 적격성 논란에 휩싸인 론스타에 면죄부를 준 당시 금융위원회 관료들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론스타가 산업자본인 것을 묵인하고 사실상 '먹튀'를 도왔다는 비판을 받기 때문이다. 매각 당시 금융위원장은 김석동 법무법인 지평 고문, 부위원장은 추 부총리에 이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무처장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이었다. 대부분 현직 핵심인사들이다.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헐값에 넘겼다는 부분은 검찰이 수사를 벌여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등이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 선고를 받은 바 있다.

원천적 책임론은 한 법무장관의 말대로 시효가 끝난 사안이다. 법적 책임은 지울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 쳐도 정책결정에 관여한 관료들이 도의적·정치적 책임마저 면할 수는 없다.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국민들 앞에 머리 숙여 유감 표명이라도 하는 게 도리다.
법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렵고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정책적 판단이었다 해도 결과적으로 엄청난 국부를 유출하고 법적 분쟁을 초래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