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고르바초프, 중국 공산당에는 '소련 몰락' 경계 대상"-CNN

뉴시스

입력 2022.09.01 09:48

수정 2022.09.01 09:48

기사내용 요약
中정부 "양국 관계 개선, 조의" 간략 논평
中소셜미디어엔 "소련 파괴" 냉소적 반응
고르바초프, 1989년 천안문 사태 때 방중
방중 때 "사회주의 전환점"...정치개혁 역설
中 정부, 방송 안 해...직후 천안문 대학살

[서울=뉴시스]1989년 중국을 방문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지도자가 당시 덩샤오핑 중국 지도자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1989년 중국을 방문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지도자가 당시 덩샤오핑 중국 지도자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서거에 대해 전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자유와 평화의 진전 업적을 기리지만 중국 공산당은 그보다는 소련의 몰락이 주는 교훈에 더 유의하고 있다고 미 CNN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의 모든 지도자들은 고르바초프를 민주주의 개혁의 위험성을 상징하는 인물로 받아들인다. 이에 따라 중국 국내 정치를 충분히 통제하지 않으면 중국도 소련과 같은 운명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계한다.

중국은 고르바초프의 서거에 대해 간략히 논평했다.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코멘트를 요청 받자 고르바초프가 "중국과 소련의 관계 개선에 긍정적으로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그의 가족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답했다.



반면 중국 소셜 미디어 웨이보에는 일부 강경한 의견이 불거졌다. 한 이용자는 "그와 이후 세대가 소련을 파괴했다"며 공산주의 사상가 칼 마르크스와 블라디미르 레닌 앞에 "부끄러울 것"이라고 평했다. 미국과 서방이 왜 고르바초프를 좋아했는 지를 지적하는 냉소적인 반응도 많았다.

유명 민족주의자 후시진은 31일 고르바초프가 "조국의 이익을 팔아넘겨 서방의 폭넓은 칭찬을 받았다"고 트윗했다.

국영 글로벌 타임스는 "고르바초프 치하에 소련의 부분적 민주화"를 대가로 소련이 붕괴했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중국에 대한 교훈으로 중국 공산당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길을 고수해 정치적 성숙함과 냉철함을 보였다"고 썼다.

고르바초프 재임시 동유럽과 러시아에 대한 공산당 지배가 무너지고 소련 공화국들이 독립을 선언한 과정은 지난 수십년 동안 중국 공산당의 큰 연구 과제였다.

소련 붕괴 과정을 면밀히 지켜본 시진핑 중국 주석은 권력을 크게 강화해 관례를 깨고 다음 달 세 번째로 주석직을 연임할 예정이다.

지난 10년 재임하는 동안 시 주석은 공산당이 일상생활의 중심이 되도록 만들었고 사회주의 이데올로기가 중국의 부상에 중요하다고 강조했으며 공산당이 서구민주주의 요소로 간주하는 모든 요소들을 강력히 탄압했다.

2013년 주석직에 취임한 시진핑은 한 달 뒤 연설에서 소련과 공산당이 무너진 이유에 대해 "이데올로기 혼선"으로 러시아가 소련 역사와 공산당, 레닌과 요시프 스탈린과 같은 지도자를 부정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어 "당의 모든 조직이 무력화되고 군대마저도 당의 지도에서 벗어났다. 결국 그토록 거대한 소련 공산당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 첫 임기 초 중국 공산당은 소련 붕괴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고르바초프가 서구식 민주주의 개혁을 시도하면서 기존 시스템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 보고서들이 당원 교육용으로 사용되고 국영 매체들은 중국이 같은 길을 걷지 않아야 한다는 경고를 거듭 발함으로써 시 주석의 공산당 강화 요구를 뒷받침했다.

시카고대 중국 전문가 달리 양은 시 주석이 "분명 중국 당-국가가 소련처럼 붕괴하지 않길 원했고 최근 그의 정책들도 정확히 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중국 만큼 소련 붕괴의 교훈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나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989년 5월 고르바초프가 중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에도 중국은 예민했다. 고르바초프가 방문한 시점은 천안문에서 대학생들이 민주화 개혁을 요구하며 시위할 때였다.

학생들은 고르바초프를 "민주주의 대사"로 환영함으로써 고르바초프의 방문을 소련과 화해의 계기로 삼으려 한 당시 지도자 시진핑의 계획을 무산시켰다.

고르바초프는 당시 연설에서 사회주의의 발전 방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면서 "빠른 정치 개혁 없이 경제 개혁이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그는 "우리는 지금 세계 사회주의 발전의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면서 사회주의 국가들이 표현의 자유, 인권과 민주주의 보호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연설은 방송되지 않았다.

몇 주 뒤 중국 지도자들이 고르바초프가 강조한 것과는 다른 방향을 선택해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대 수백 명을 학살함으로써 민주화 개혁 없는 경제 개혁 노선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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