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서울시내 택시 요금이 내년부터 크게 오를 모양이다. 늦은 시간 대란을 빚고 있는 택시 승차 문제 해소를 위해 서울시가 1일 요금 인상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서울시의 '택시요금 조정 계획 의견청취안'에 따르면 중형 택시 기본요금은 3800원에서 4800원으로 26.3%를 오른다. 기본요금을 적용하는 거리, 이후 요금이 올라가는 거리와 시간 기준도 짧아져 체감 요금은 더 뛰게 됐다. 심야 시간 할증료는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적용하던 것을 오후 10시부터로 앞당겼다.
공청회와 서울시의회 조율 과정 등이 남아 있지만 큰 골격은 이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30%가량 요금이 오르게 되는 셈이다.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정점을 찍고 차츰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으나 체감 물가는 여전히 고통스럽다. 하반기 공공요금 줄인상도 기다리고 있다. 가뜩이나 생활이 팍팍해진 소비자들이 이제는 확 오른 택시 요금까지 감당하게 생겼다.
서울시가 택시 요금 인상까지 꺼내든 것은 시장 공급을 제대로 읽지 못한 정부의 정책 실패 탓이 가장 크다. 코로나19 유통시스템 급변기와 맞물려 택시 기사들의 배달업 이직이 급증하면서 기사 수가 급속히 줄었다. 남은 기사들의 연령대도 60~70대 이후로 쏠리면서 심야 근무자 수도 크게 감소했다. 택시 근로자들의 급격한 취업 재편이 이뤄지는 와중에서도 정부는 기득권에 무릎을 꿇었다. 서비스 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타다, 우버가 퇴출되지 않았다면 지금의 대란은 벌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혁신과 신산업 싹을 잘랐던 정부의 과오를 늦었지만 바로잡는 것이 제2 택시대란을 막는 방법이다. 요금을 올려 승차난을 해소하는 건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금요일과 토요일 야간에만 근무하는 기사를 따로 모집해 주말 심야 집중 택시제를 운영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아이디어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혁신에 적극 문을 여는 일부터 해야 한다. 강제로 퇴출시켰던 타다를 법적으로 풀어주고 택시업에 걸어둔 빗장들을 서둘러 치우는 게 우선이다.
국내 기업 여건은 신산업이 뿌리내리기에 유난히 척박하다. 로톡 등 법률 플랫폼은 기득권 변호사들 저항에 가로막혔다. 원격진료는 팬데믹 기간 실효성이 충분히 입증됐는데도 의사·약사들 반대에 앞길이 험난하다. 규제로 골탕 먹는 쪽은 순전히 소비자들이다. 택시 대란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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