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공유 범위 관련 협의 지지부진…결국 감사원 감사키로
檢-공수처, '킥스' 놓고 티격태격…100억짜리 시스템 '헛바퀴'정보 공유 범위 관련 협의 지지부진…결국 감사원 감사키로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을 둘러싸고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간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100억원의 예산을 들여 구축한 킥스에 검찰 정보가 연결돼 있지 않아 '반쪽짜리'가 됐다는 공수처 항변에 국회가 양 기관의 시스템 연계 추진 실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출범 1년 5개월 만인 지난 6월 기존 공통망에 개별망을 만들어 외부 연계를 하는 방식으로 킥스를 개통했다.
킥스는 법무부, 검찰, 경찰, 공수처, 법원 등 형사사법 업무 처리기관들이 정보를 작성, 취득, 송·수신하는데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전자적 관리체계다. 각 기관이 킥스를 통해 사건 처리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형사사법 절차의 신속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공수처와 검찰 사이 정보 공유를 위한 시스템 연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보 공유 범위를 둘러싼 두 기관 사이 논의 자체가 멈춰버린 탓이다.
두 기관은 국회가 시스템 연계가 부진한 이유를 따져 묻자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그동안 쌓인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지난달 23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국회 요구와 달리 공수처 킥스가 외부 연계 방식으로 운영되는 이유를 묻는 국회 질의에 법무부는 형사사법정보체계협의회(협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협의한 사안이라고 답했다.
권순정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은 "올해 1월 28일 6개 기관이 모여 합의서를 작성했다. 외부 연계 부분은 여운국 공수처 차장이 합의서에 서명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여 차장은 내부 연계 방식에 대한 검찰의 반대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맞섰다. 여 차장은 "그렇지 않으면 킥스를 아예 만들지 못했거나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결국 합의한 것은 맞다"고 했다.
이어 1월에 열린 협의회 회의록을 언급하며 "업무 처리를 위해서는 (내부 연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간곡히 말씀드렸고, 이것으로 인해 예산 낭비가 벌어질 수도 있고 민사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고 책임이 문제 된다는 것을 녹취록에 제가 일부러 다 남기라고까지 얘기한 사안"이라고 했다.
킥스를 통한 정보 공유 범위를 정하는 협의가 부진한 이유에 대해서도 두 기관은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양 기관 설명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4월 대검찰청에 사건이첩 통보서 접수 결과, 공소제기 요구 사건의 공판 진행 및 결과 등의 정보를 연계하는 방안을 협의하자고 공문을 보냈다.
대검은 연계 프로그램 개발 일정을 고려할 때 공수처가 요구한 6월까지는 정보 공유가 어렵다고 답했고, 이후 실무자간 몇 차례 유선 협의만 이뤄지며 논의가 지지부진해졌다고 한다.
여 차장은 "6월에 (대검에서) 현재로서는 어렵다는 답변을 줬기 때문에 연계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했고, 권 실장은 "연계 자체를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두 달에 맞춰서 완료·개통해주기는 어렵다는 이유가 더 컸다"고 해명했다.
국회는 두 기관 모두를 질타했다.
소위원장을 맡은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은 "결국 양 기관이 서로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시스템 개발을 지연하고 교류할 정보 범위도 합의하지 못했다"며 "양 기관 또는 협의체 구성원 전체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답신이 올 때까지 공수처나 대검이나 아무런 공식적인 조처를 하지 않고 단지 실무자들의 전화 통화만 있었다는 답변을 듣고 정말 자괴감을 느낀다"며 "양 기관, 특히 공수처의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지난 1일 '공수처와 다른 형사사법기관들의 형사사법정보시스템 간 연계 추진실태 감사요구안'이 가결되면서 두 기관은 감사원 감사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국회법에 따르면 감사원은 감사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감사 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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