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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 림프액 정체 '메니에르병'의 어지럼증과 이명…림프액 순환이 답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04 13:30

수정 2022.09.04 13:30

내이 림프액 정체 '메니에르병'의 어지럼증과 이명…림프액 순환이 답


[파이낸셜뉴스] 어지럽고 귀가 먹먹하며 귀 안에서 소리가 들리는 증상을 느낄 때 '잠시 쉬면 괜찮아지겠지'하고 방치하다 보면 어느새 난치병이 될 수 있다. 어지럼증은 워낙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무심하게 흘려보내기 쉽지만 귀울림(이명)까지 동반하면 '메니에르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메니에르병은 1861년 프랑스인 의사인 프로스페르 메니에르(Prosper Meniere)가 처음 발견했다. 내이(內耳) 이상으로 반복되는 어지럼증, 난청, 이명, 이충만감(귀 안에서 압력이 느껴지거나 물이 찬 듯한 느낌) 등이 동시에 느껴지는 게 특징이다. 발병 초기에는 돌발성 어지럼증이 강하게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는 난청이 두드러진다. 일반적으로 발병 초기에는 저주파수대의 낮은 소리부터 잘 들리지 않다가 점차 병이 진행하면서 고음역에서도 청력 손실이 발생한다.


메니에르병은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다가 지금은 내이 림프액이 과도하게 분비되거나 흡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생기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귀 안 깊숙이 위치한 달팽이관과 전정기관 속에 흐르고 있는 내림프액의 순환에 문제가 생겨 내림프수종이 발생하는 것이 메니에르병의 원인으로 믿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메니에르병은 '내이의 고혈압'으로도 불린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은 "달팽이관은 청각, 전정기관은 평형감각에서 막중한 역할을 하므로 메니에르병이 이명과 어지럼증을 양대 특징으로 하는 이유가 된다"며 "아직도 메니에르병의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메니에르병은 젊은층보다 40~60대 장년층에서 호발하며 남성보다 여성에서 많이 나타난다. 일상생활 중 빙빙 도는 듯한 느낌과 어지럼증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메니에르병인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대체로 한쪽 귀에서 발생한 증상이 반대쪽 귀로 파급되는 양상을 보인다. 시간이 흐르면 청각도 이상이 생긴다.

메니에르병은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때로는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가한다. 상당수는 자연스럽게 호전되지만, 근본적으로 내이 림프액 순환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고질화될 수도 있다. 문제는 불편한 증상이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탓에 치료 적기를 놓쳐 호전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심영기 원장은 "메니에르병 증상은 귓속 달팽이관 및 전정기관 림프 순환에 문제가 생기면서 압력이 점차 높아져 발생하기 때문에 일단 증상이 시작되면 약 20분 정도 극심한 어지럼증이 발생하고, 일부는 청력저하와 먹먹함(이충만감), 이명 등의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며 "여름철 기압이 낮아지고 고온다습하거나, 스트레스 등으로 컨디션이 극도로 저하될 때 증상이 더욱 도드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메니에르병의 약물치료에는 이뇨제, 혈액순환 개선제를 우선 쓰고 발작기에는 전정신경 억제제(항콜린제, 항히스타민제, GABA-A 작용제), 오심·구토 억제제, 신경안정제(벤조디아제핀 계열), 스테로이드 주사제 등이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약물의 효과는 일시적이며 대증적이다.

베타히스틴(Betahistine)은 내이의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내이에 고인 체액을 감소시킴으로써 높은 내이의 압력으로 인한 현기증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타히스틴은 히스타민 H1 수용체에 대한 부분적(약한) 효능제이자 H3 수용체에 대한 강력한 길항제로 작용해 과거엔 유일한 메니에르병의 치료제로 여겨졌으나 2016년에 장기간 관찰한 결과 위약과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약물치료로 호전되지 않을 경우에는 내림프낭 감압술(endolymphatic-sac-decompression)을 비롯한 수술적 치료법을 고려할 수 있다. 수술적 치료는 나중에 도리어 청력이 저하되는 역효과가 날 수 있어 전문의와 상의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심 원장은 "이어폰을 오래 사용하는 직업을 가진 메니에르병 환자가 이비인후과 4곳에서 표준 약물요법과 스테로이드 주사까지 맞았는데도 호전되지 않아 전기자극치료로 완치에 가깝게 호전시킨 적이 있다"며 "전기자극이 내이에 도달해 혈액의 미세순환과 내림프액의 배출을 촉진하면 어지럼증을 개선하고 청력을 보전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기에너지가 내이까지 깊숙이 도달하려면 일반적인 전기치료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 '호아타리젠요법'(LQ요법)처럼 체부 깊숙이 전류를 흘려보낼 수 있는 최신 치료법이 추천된다. 엘큐요법은 100~800 나노암페어(㎁) 수준의 미세전류를 1500~3000V의 고전압으로 피부 깊숙이 병든 세포 단위까지 흘려보낸다. 기존 전기치료가 깊어야 피부 아래 수mm지점에 미치는 것에 도달 심도가 깊다.

엘큐요법을 창안한 심 원장은 "둔화된 청각 세포와 신경에 반복적으로 전기에너지(음전하)를 가하면 점차 세포와 신경이 기능을 회복하고, 내이에 고인 림프액의 순환과 배출이 촉진돼 메니에르병이 호전된다"며 "인체기능의 회복을 돕는 맞춤영양수액 요법, 림프 찌꺼기를 녹이는 단백질분해 주사 등을 병행하면 메니에르병증의 어지러움은 물론 난청까지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니에르병의 호전과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염분 섭취를 제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카페인, 과음, 흡연을 삼가고 숙면을 취하면서 즐거운 마음가짐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보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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