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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지역 인재 산실 '디지털 혁신거점'

[차관칼럼] 지역 인재 산실 '디지털 혁신거점'
지역 기업 간담회에서 만난 '피엘지'는 부산에 자리잡은 정보기술(IT) 물류기업이다. 대표는 과거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신선한 소량 식자재가 필요한 소상공인의 수요를 체감했고, 인공지능(AI)이 최적 동선을 찾아 배송기사의 유휴시간에 저녁 장사용 식자재를 제때 배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부산 서면의 작은 사무실에서 아이디어만으로 시작한 이 기업은 전국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대구의 '릴리커버'는 AI가 11만건의 피부 빅데이터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화장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회사 정체성을 '소프트웨어회사'라고 말하는 컴퓨터공학 전공자인 대표는 병원 근무 경험에 IT사업 아이디어를 연결시켰다. 다수의 글로벌 스킨케어 기업의 기술협력 제안을 받고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도 작은 사무실, 차고에서 아이디어와 코딩 실력으로 시작했다. 자본은 부족하지만 실력 있는 청년에게 설비투자 없이 시작 가능한 디지털 신산업은 기회의 바다다.

2009년 입주를 시작한 판교테크노밸리는 국내 디지털 신산업의 메카로 성장했다. 높은 수준의 연봉·근무환경뿐 아니라 디지털 기업, 액셀러레이터 등이 모여 있어 협업 및 네트워킹, 투자유치에 유리하며 서울과 가까운 거리가 인재를 끌어들인다. 지역의 디지털 인재도 경력을 쌓으면 이곳으로 이직을 생각한다. 판교역에서 도보 30분 내외에 밀집한 1300여개 기업의 총매출액은 약 110조원으로 부산시의 총생산액을 훌쩍 넘어선다.

제조, 관광, 농업 등 기성 산업 중심의 지역에 디지털 신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까. 제주, 부산, 대구의 간담회에서 만난 스타트업들은 지역 출신 청년이 디지털 기술로 지역 산업을 혁신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지역 디지털 생태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들에게 디지털 전환이 필요한 지역 산업은 수도권에 없는 강점이다. SW·AI 융합에 필요한 산업 데이터와 노하우를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디지털 신산업의 성장과 기성 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함께 달성 가능한 목표다.

이처럼 꿈틀대는 지역의 역량과 가능성을 두고도 지역의 디지털 인재와 기업이 기회의 격차 때문에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도록 지역에도 디지털 신산업 거점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지자체는 디지털 신산업의 거점 조성을 계획 중이다. 과기정통부는 지자체가 계획·조성 중인 입지를 '디지털 혁신거점'으로 지정하고, 디지털 기업을 위한 실증테스트베드·협업공간 등의 인프라와 창업 촉진, 고성장 지원, 해외진출, 연구개발(R&D) 등 프로그램을 지역 맞춤형으로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SW중심 대학, AI융합 혁신대학원 등을 통해 지역에서 양성된 고급인재가 '디지털 혁신거점'으로 취·창업하는 선순환 구조도 만들 예정이다.
이 같은 정책방향을 담아 올가을 발표할 '지역 디지털 생태계 조성전략'에는 주거·교통·문화 등 정주여건을 위한 범정부 협업체계도 포함된다. 지역별 스타트업을 차례로 만나 이들의 목소리도 정책에 담을 것이다.

어디에 살든 균등한 기회를 누리는 지방 시대를 위해서는, 지역이 도전과 발전의 땅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청년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